박정호 사장 "수익 오르겠지만…생태계 전반에 악영향"
'동맹' LGU+, 독점 계약 종료 추측에 "사실 무근" 해명

박정호 SK텔레콤(SKT) 사장이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최강자인 넷플릭스의 제휴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지면서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수익보다는 우리나라 생태계 전반을 고려한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한다. 

6일 이통업계 등에 따르면, 박정호 사장은 지난해 말 임원들과 가진 송년행사에서 "넷플릭스가 제휴를 제안했으나 이를 거절했다"고 말했다.

거절 이유는 '생태계'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사장은 "글로벌 OTT 시장 최강자인 넷플릭스와 협력을 맺으면 당장은 수익이 올라갈 수 있지만, 우리나라 미디어 생태계 전반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아직까지 우리나라 OTT가 걸음마 단계인 만큼, 국내 미디어 생태계를 우선 조성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고 한다.

글로벌 OTT 플랫폼이 국내 시장에 진입해도 잠식당하지 않도록 체력을 키우는 게 우선이라는 이야기다. 

지난해 9월 SKT는 미디어 자회사 SK브로드밴드 '옥수수'와 지상파 3사 '푹'을 통합한 국내 대표 OTT '웨이브'를 선보인 바 있다. KT는 OTT 서비스 시즌을 새롭게 단장했다. CJ ENM은 JTBC와 손을 잡고 OTT 통합법인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넷플릭스 콘텐츠를 독점 공급 중인 LG유플러스(LGU+)는 LG헬로비전과 OTT 전략을 구상 중이다.

업계에서는 "박 사장이 아시아 전체가 협업하는 미디어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SKT는 "아시아 전체가 글로벌 콘텐츠 제작을 위한 하나의 팀이 되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SKT가 넷플릭스와 손을 잡아버린다면, 막 태동을 시작한 국내 OTT 시장에 타격이 갈 수밖에 없다.

박 대표와 넷플릭스 간 이해 충돌이 발생하는 부분은 또 있다. 망 사용료에 대해 넷플릭스는 LGU+에 별도 캐시서버를 설치하는 것으로 대체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반면 SKT는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도 정당한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에 과도한 트래픽에 대한 망 사용료를 수차례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건은 방송통신위원회에까지 조정 신청이 들어갔지만 넷플릭스는 긍정적인 답변을 주지 않았다.

앞서 박 대표는 지난해 10월 "글로벌 CP에게는 망 대가를 확실하게 받아낼 것"이라며 "대형 CP에게 받은 돈을 통해 중소 CP를 육성할 수 있는 지원기금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와 관련 SKT 측은 "이미 시일이 지난 상황이라 실제로 얘기한 것인지 확인이 어렵고, 만약 관련 얘기를 한 것이 맞다면 국내 미디어 콘텐츠 생태계 활성화 차원에서 얘기를 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박 사장의 이번 발언으로 LGU+와 넷플릭스 사이의 독점계약이 만료를 앞두고 있는 게 아니냐고 추측도 나왔다. 즉, 계약 만료를 앞두고 넷플릭스가 SKT를 새로운 파트너로 내정했을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막상 LGU+는 "사실 무근"이라며 "계약이 연 단위로 진행되는 만큼 당장의 종료는 없다"고 일축했다. LGU+는 지난 2018년 11월부터 넷플릭스와 동맹체제를 갖추고 있다. 

LGU+가 다른 OTT와의 제휴 가능성에 대해서까지 부정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넷플릭스와의 동맹체제를 기반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일각에서는 LGU+와 'CJ 계열-JTBC' 간 공동전선이 형성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JTBC 자회사 JTBC 콘텐트허브와 다년간의 콘텐츠 유통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아울러 CJ ENM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과도 콘텐츠 제작과 글로벌 유통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따라서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3사가 연합 움직임을 구축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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