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담 돌연 중단…코로나19 등 악재 겹쳐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정몽규 HDC 그룹 회장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실적이 어닝 쇼크 수준이어서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로 인한 항공업계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인수 전략 수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HDC는 재무적 투자자인 미래에셋금융그룹과 손잡고 2조5000억원을 들여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자가 됐다. 이후 대주주인 금호산업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면서 인수 작업이 막바지에 들어섰다. 

그런데 최근 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임원진들과의 면담을 진행 중 돌연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2월 초부터 시작된 면담은 40여명의 아시아나항공 본부장 및 임원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임원들을 직접 만나 의견을 듣고 발전 방향을 모색한다는 취지에서다.

면담 일정 중단 사유에 대해 HDC 측은 정 회장의 다른 일정 때문이며 나머지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상황이 좋지 않자 인수 작업에 차질이 생긴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 7조80억원, 영업손실 4274억원을 기록했다. 연결 기준 영업손실을 낸 것은 2013년 이후 6년 만의 일이다. 지난해 한일 갈등에 따른 일본여행 불매운동, 동남아시아 노선 공급과잉 등의 악재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LCC(저비용 항공사) 업계 성장으로 인한 경쟁 심화, 미·중 무역분쟁 여파가 불러운 화물운송 수요 둔화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는 연초부터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되면서 더욱 전망이 어둡다. 아시아나항공은 매출 중 중국노선 비중이 19%(지난해 3분기 기준)로 국적항공사 중 가장 높다.

정몽규 회장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종합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하는 등 아시아나 인수에 열의를 보여왔다. HDC그룹과 아시아나항공이 사용할 새 브랜드 제작을 지시하기도 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그는 "이번 인수는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이 그룹의 지속적 성장에 부합한단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시아나항공은 업계 최고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게 될 것이고, 인수 후에도 지속적 투자로 초우량 항공사로서의 경쟁력과 기업가치가 상승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HDC가 아시아나 인수에 들인 비용은 약 2조5000억원이다. 구주 매입비를 제외한 2조1800억원은 유상증자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에 투입할 예정이다. HDC는 최근 이를 위해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일정대로라면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은 3월 주주총회, 4월 유상증자 및 인수대금 납부 등을 거쳐 오는 4월 말 마무리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황이 심각하다 보니 HDC그룹이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금처럼 항공업계 전체가 생존위기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는 추가 자금 투입 정도로는 재무구조 개선이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HDC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체를 포기할 가능성은 낮다. 이 경우 계약금(인수금액의 10%) 2500억원가량을 날리게 된다. HDC 관계자역시 “상황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인수계약 파기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못박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 회장이 범현대가의 지원을 받을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현대백화점그룹 등의 자금과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항공업계의 실적 악화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의 구조조정과 에어부산 매각이 이뤄질 수도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미 모든 임원이 사표를 낸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지분 44%를 보유한 에어부산의 경우 매각으로 자금을 확보하는 쪽이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회장은 아직까지 “향후 전략적 판단으로 잘 준비하겠다”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프레스맨]

저작권자 © 프레스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