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여파 항공·車·정유 등 곳곳서 감원 칼바람
이례적 위기에 선제 조치…고용시장엔 불안 증폭

재계에 부는 구조조정 칼바람이 거세다. 항공·자동차뿐 아니라 정유·중공업계까지 전방위적으로 몰아치고 있다. 설립 이래 한번도 인력 구조 재편에 나서지 않던 기업들까지 희망·명예퇴직 안을 내고 있는 추세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LGU+)는 지난 17일 명예퇴직 시행안을 노조에 제안했다. LGU+ 관계자는 "명예퇴직과 관련해 노조와 협의를 시작했다"고 했다. 구체적인 규모와 시기는 조율 중이나 오는 3월까지는 노조의 의견을 수렴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2010년 LG텔레콤은 LG데이콤, 파워콤을 흡수 합병해 LG유플러스로 재탄생했다. 이번 명예퇴직이 성사된다면 사실상 창사 이래 첫 구조조정인 셈이다.

정유업계에서 '신의 직장'으로 불리던 에쓰오일 역시 1976년 창사 이후 첫 희망퇴직을 검토 중이다. 최근 에쓰오일은 부장급 직원 들을 대상으로 신인사제도 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에서 에쓰오일은 인력 효율화 차원에서 명예퇴직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했다.

모기업인 사우디 아람코의 실적이 악화된 데다 유가 하락 악재까지 겹치면서 에쓰오일은 사실상 직격탄을 맞았다. 명예퇴직 결정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것을 감안한 선제적 조치라는 게 에쓰오일 측 설명이다.

여행수요가 곤두박질치면서 항공업계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달 18일 비상경영을 선포한 아시아나항공은 모든 임원이 사표를 제출하고 급여 일부를 반납하기로 했다. 저비용 항공사들은 전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가, 단축근로를 시행 중이다.

앞서 구조조정을 결정한 대기업 중 한 곳은 두산중공업이다. 두산중공업은 이달 20일부터 만45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받고 있다. 이 업체의 명예퇴직 결정은 2014년 이후 5년만으로, 규모도 2600명에 이른다.

외국계 기업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한국 닛산은 2004년 법인 설립 이후 첫 희망퇴직을 추진 중이다. 르노 삼성 역시 2월 초부터 상시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는 상태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산업 경쟁력 약화에도 막연하게 버텨 오던 기업들이 미중 무역전쟁 여파 지속,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 등 이례적인 위기 상황을 연이어 맞으며 선제적으로 축소 경영을 단행하는 것이다.

기업들이 이처럼 연이어 구조조정에 나서는 배경에는 코로나19 사태가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연초 회복되는 듯 싶었던 경기가 코로나19 여파로 다시 꺾인 탓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공급해 왔던 대기업들마저 구조조정을 발표하면서 고용시장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교역 차질과 소비 침체가 장기화되면 인력 구조조정을 결정하는 대기업이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40대 일자리를 확대를 추진하려던 정부 입장에서 대기업 구조조정은 큰 걸림돌이다. 정부는 회복세가 더딘 40대 일자리 확보를 위해 내달 고용특별정책을 발표하기로 했다.

통계청이 지난 12일 발표한 '2020년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40대 취업자 수는 8만4000명이 감소했다. 2015년 11월 이후 51개월째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

더구나 대기업들의 희망퇴직 대상자 상당수는 40~50대 직원이다. 따라서 정부가 대응책을 내놓기도 전에 고용 상황이 크게 악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계 관계자는 "인력 구조조정은 기업이 극한 상황에서 꺼내게 되는 마지막 카드"라며 "코로나19 사태가 아니더라도 기업들이 경기 불황에 따른 실적 부진을 장기간 감내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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