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하락에 제휴카드 사용하지 않으면 어쩌나" 우려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사용 개편안을 두고 각계에서 불만이 일고 있다. 소비자들은 "기존 마일리지 가치가 떨어진다"고 하고, 카드사들은 "마일리지 혜택을 영업 전략으로 쓸 수 없게 됐다"며 볼멘소리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지난해 12월 새로운 마일리지 개편안을 발표했다. 변경된 마일리지 적립률 및 공제량은 오는 2021년 4월부터 시행된다. 다만 시행 전에는 고지기간 3개월을 포함해 총 15개월의 유예기간을 둔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권고한 '마일리지+현금' 복합결제는 올해 11월 시행 예정이다. 개편안의 핵심은 사용법에 있다. 아시아와 미주 등 지역을 기준으로 이뤄졌던 공제가 운항거리에 따라 차감 규모가 달라지는 것이다. 마일리지 적립률 자체가 낮아진데다 무료 항공권이나 좌석 업그레이드 이용에 필요한 마일리지도 늘어났다.

마일리지 적립률 일부 하향 조정은 2002년 이후 19년 만에 있는 일이다. 또 일반석 공제 마일리지 부분 인상은 17년 만에 이뤄지는 조치다. 이에 따라 고가 항공권을 구매하는 고객일수록 높은 적립률을 적용받게 된다.

마일리지 적립률은 20개 예약등급 중 5개 등급을 늘린다. 8개 등급 적립률은 기존대로 유지한다. 일반석 13개 등급 중 7개 등급 적립률은 줄인다. K·L·U 등급은 100%에서 75%로, G 등급은 80%에서 50%로, Q·N·T 등급은 70%에서 25%로 하향조정한다.

대신 일등석 P등급은 200%에서 300%로, F등급은 165%에서 250%로 오른다. 프레티지석 J·C·D 등급도 200%, 175%, 150%로 조정된다. 마일리지 공제량의 경우 장거리는 늘고, 단거리는 줄었다.

가령 미주 지역으로 묶인 호놀룰루와 뉴욕 마일리지 공제량은 3만5000점으로 같았다. 하지만 개편 이후 가까운 호놀룰루는 3만2500점으로 2500점이 줄고, 뉴욕은 4만5000점으로 1만점이 늘어난다.

인천에서 가까운 중국, 일본, 동남아 마일리지 공제량은 일반석 기준으로 줄었다. 블라디보스톡·칭다오·후쿠오카는 1만5000점에서 1만점으로, 상하이·오사카·타이베이는 1만5000점에서 1만2500점으로 줄었다. 다낭·세부·하노이도 2만점에서 1만7500점으로 하향 조정된다.

대한항공측은 “중국, 미국의 경우 동일 지역 내 2000마일 이상 운항거리 차이가 있는 도시가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유류할증료가 적용되는 10개 구간으로 마일리지 공제 기준을 변경한 것은 글로벌 기준에 맞는 조치라는 것.

앞서 대한항공은 스카이패스 약관에 근거해 마일리지 제도 개편을 예고했다. 스카이패스 약관은 대한항공이 2003년 마일리지 개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공정위 시정명령을 받고 보완해 제출, 받아들여진 약관을 말한다.

공정위는 당시 대한항공이 제도 개편 사유를 막연히 '약관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로 명시한 점을 지적했다. 또 고객이 수년간 누적·취득한 마일리지를 불이익 없이 사용하기에는 고지기간 3개월을 포함한 총 유예기간 9개월이 짧다고 판단했다.

제도 개편 사유도 △국가 경제의 심각한 악화 △국가 신인도의 급격한 하락 △국제적 제휴를 위해 글로벌 기준 격차 해소가 불가피한 경우 △항공 수요 급격한 변화 등 영업 환경 변화 등으로 구체화했다.

대한항공의 개편안에 소비자들은 기존 마일리지 가치가 떨어진다며 반발하고 있다. 마일리지 역시 소비자 자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특히 목표로 한 마일리지 항공권을 내년 4월까지 구매할 수 없는 소비자로서는 불만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반감을 갖는 것은 카드업계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간 내세워 온 마일리지 혜택 영업 전략을 더 이상 쓸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다만 항공사들이 카드사의 핵심 고객인 만큼 공개적인 불만 표출은 하지 않고 있다.

더구나 대한항공이 수개월간 진행한 수수료 협상을 바로 한 달 전 마무리했다는 점도 카드사의 속내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수수료율 협상에서 카드사는 기존에 주장했던 수수료율보다 낮은 인상폭으로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항공사에게 지불할 가맹점 수수료도 인상됐는데, 마일리지 가치까지 떨어지자 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단체와 법무법인의 신고를 받아 대한항공 마일리지 약관 심사에 들어갔다. 약관 심사 결과는 향후 다른 국내 항공사 마일리지 제도 개편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다만 소비자들의 불만사항이 약관심사에서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공정위가 이전에는 문제 삼지 않았던 약관을 불공정약관으로 규정하기는 어려운 입장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금+마일리지' 복합결제 도입은 마일리지 사용 용이성을 높이라는 공정위 권고에 따른 것이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소비자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대한항공에 유예기간 연장을 권고하는 것이다. 기업이 전략적으로 고객별 혜택을 조정하는 행위를 공정위가 막기보다는 절충점을 찾는 쪽이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마일리지 제도 개편 내용을 개편안 시행 시점 이후 적립분에만 적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실제로 마일리지 유효기간 10년 제도가 시행된 후 마일리지에만 적용된 전례도 있다.

허희영 항공대 교수는 “외항사 대비 국내 항공사 마일리지 제도 혜택이 컸기에 소비자 반발이 큰 상황”이라면서도 “대한항공 마일리지 제도 개편은 글로벌 기준에 맞춘 합리적 변경”이라고 평가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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