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경쟁 벌어지면 인수후보간 컨소시엄 구성할 듯

오는 3월19일 예고된 푸르덴셜생명 매각 본입찰이 KB금융지주와 MBK파트너스의 2파전으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24일 금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푸르덴셜생명의 몸값을 급등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졌다. 가격 경쟁이 가능한 사모펀드의 특성 탓이다. 이 때문에 KB금융 측에서는 자칫 인수 가격이 필요 이상 높아질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앞서 KB금융은 지난 2012년 ING생명 우선협상자 선정 당시에도 무리한 가격 때문에 인수 포기를 선언한 바 있다. 당시 ING생명은 신한금융에 재매각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였다. 재ING생명은 결국 이후에 MBK파트너스가 인수하게 됐다.

만약 KB금융이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자회사인 KB생명과의 화학적 결합도 필요하다는 점도 변수로 지목된다. 인수 후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과의 합병은 불가피한 수순이다. 하지만 푸르덴셜생명보다 덩치가 작은 KB생명 입장에서는 마치 피인수 되는 듯한 모양새를 탐탁치 않아 하는 것.

신한금융이 MBK파트너스로부터 지금의 오렌지라이프를 넘겨받으며 체결한 주식 매매계약(SPA)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해당 계약서에는 MBK가 향후 2년 간 경쟁업종에 뛰어드는 것을 금지하는 '경업금지' 조항이 포함돼 있다.

아직 본입찰이 진행되지는 않은 상황이어서 현재까지는 인수 자체가 문제될 일은 없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신한금융이 계약서대로 인수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변호사에 법적 의뢰를 요청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또 대만계 금융그룹인 푸본그룹이 본 입찰을 한 달 남짓 남겨두고 푸르덴셜 실사에 참여하면서 합종연횡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푸본그룹은 최근 UBS와 삼일PwC 등과 자문단을 꾸리고 푸르덴셜생명 실사에 착수했다.

현재 실사를 진행 중인 투자자들을 종합해보면 전략적투자자(SI)인 KB금융과 푸본그룹, 재무적투자자(FI)인 MBK파트너스·IMM프라이빗에쿼티·한앤컴퍼니 등 5파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푸르덴셜생명 매각 딜은 수의계약이 아니라 결국은 입찰가가 관건이다. 업계에 따르면 5곳 모두 예비입찰에서 2조원대를 적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KB와 MBK 두 곳이 써낸 예비 입찰가 차이가 2000억원으로 박빙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실제로 가격 경쟁이 벌어진다면 인수 후보들이 컨소시엄을 이룰 공산이 크다. 이 경우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던 우리금융이 KB금융을 제외한 모든 적격후보군과 합종연횡 시나리오를 그릴 수 있다.

우리금융이 MBK와 컨소시엄을 이룬다고 가정하면 지난해 롯데카드 인수전 때처럼 우리은행이 일부 지분투자를 하는 방식의 참여가 가능하다. 다만 현재 우리은행의 재무적 여력을 볼 때 섣불리 나설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우리금융이 내부등급법을 승인받는다면 셈법은 조금 복잡해진다. 자금력을 동원할 수 있는 여력이 많아지고 비은행 금융회사 M&A에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승인 시점이 당초 계획했던 3월을 넘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점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지 지주사에서는 보험사 투자를 급하게 보고 있지 않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보험사를 인수하게 되면 향후 새국제회계기준(IFRS17)와 관련해 추가 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과점 주주인 IMM과 푸본그룹(지분 4%)과의 연대 가능성도 뚜렷한 방향성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일단 FI인 IMM과 손잡으려면 우리금융이 SI가 되야 한다. 그러나 우리금융은 DLF 제재로 인해 대주주적격성 심사 통과가 쉽지 않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우리금융 과점주주이자 SI인 푸본과의 컨소시엄 형성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도 "푸본과는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우리금융은 작년 9월 푸본그룹을 전략적 투자자로 유치하면서 오버행 우려 물량을 모두 털어낸 바 있다.

푸본은 우리금융 지분 4%를 보유하고 있는 과점주주다. SI로서 우리금융이 DLF 제재로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받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를 대신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로선 푸본그룹이 진성 원매자일지 불확실하다. 지난해 실시한 롯데카드·롯데손해보험 입찰에도 참여해 실사를 진행했지만, 막상 본입찰에는 불참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보가 제한적이고 보안 유지가 생명인 M&A 시장에서 ‘경쟁자는 어떤 전략을 짤까’에 신경을 집중하고 시기”라며 “이후에도 어떤 변수가 더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차후 흐름을 차분히 지켜봐야 할 거 같다”고 진단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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