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영화 인기 비결은 격차 보단 후반부 전개”···송강호 “감독의 음흉함이 좋아”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주연배우 송강호가 23일 오후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구 일본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최지희 기자)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주연배우 송강호가 23일 오후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구 일본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최지희 기자)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한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주연배우 송강호가 23일 오후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구 일본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회견장 오픈 시간인 오후 3시가 되기도 전에 일본 언론사 기자 수십명이 줄을 지어서 있었고, 200여명을 훨씬 넘는 매체들이 몰려와 회견장을 가득 메웠다.

쏟아지는 플래시 세례 속에서 배우 송강호는 “기생충이 일본 관객분들께 환영 받아 기쁘다”며 화답한 뒤 “2000년대 초에 서로 한국 영화가 일본에도 많이 소개됐다. 그때 이후로 많이 소원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기생충에 대해 공감했듯이 서로에 대한 문화 등을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봉준호 감독 역시 “일본 영화계에는 오랜 전통이 있고 거장이 많다. 이들의 다양한 스펙트럼, 세계가 항상 흥미롭다”고 밝혔다. 그는 “(기생충이)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 이런 반응에 대해 잘 모르겠다. 제가 오히려 여쭤보고 싶다”고 말하며 웃음지어 보였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지난 달 1월 10일 일본에서 개봉한 이후 지난 22일까지 총 44일간 일본 전역에서 22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하루 평균 5만명이 관람한 셈이다. 이 기간 동안 티켓 판매 수입은 30억엔(약 325억원)을 돌파, 일본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 중 가장 큰 흥행 수익을 거두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은 약 1시간에 걸쳐 이뤄졌다. 다음은 봉준호 감독과 주연배우 송강호의 기자회견 모두발언과 일문일답.

송강호는 일본을 찾아 “서로에 대한 관심과 성원이 2000년대 초처럼 더 커졌으면 좋겠고 가까운 나라일수록, 기생충에 대해 공감했듯이 서로에 대한 문화 등을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사진=최지희 기자)
송강호는 일본을 찾아 “서로에 대한 관심과 성원이 2000년대 초처럼 더 커졌으면 좋겠고 가까운 나라일수록, 기생충에 대해 공감했듯이 서로에 대한 문화 등을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사진=최지희 기자)

-봉준호 감독(이하 봉준호): 상을 받은 것은 매우 기쁜 일이지만 그 전에 사실 이미 한국 뿐 아니라 프랑스, 독일, 미국, 영국, 일본 등에서 거의 1년여 걸쳐 여러 나라에서 개봉하면서 많은 나라 관객들이 뜨겁게 반응해 주셔서 그것이 제일 기쁘다. 일본에서도 1월 초에 개봉했는데, 지난주 있었던 오스카 시상식 이전에 이미 일본 관객분들이 뜨겁게 극찬을 많이 해주셨고 그런 상태에서 경사를 맞이했다. 기생충에 많은 관심 가져준 일본 관객에게 우선 감사드린다.

-송강호 배우(이하 송강호): ‘기생충’이 일본 관객들에게 흥미로운 영화로 받아들여져서 굉장히 반갑다. 2000년대 초에 서로 한국 영화가 일본에도 많이 소개됐다. 그때 이후로 많이 소원해진 시기가 있었다. 서로에 대한 관심과 성원이 2000년대 초처럼 더 커졌으면 좋겠고 가까운 나라일수록, ‘기생충’에 대해 공감했듯이 서로에 대한 문화 등을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많은 관객들에게 어필될 수 있었던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봉준호: 왜 이런지 사실 저도 잘 모르겠다. 제가 오히려 여쭤보고 싶다. 이 영화는 국제적으로 모든 나라에서 뜨거운 반응이 있어야만 한다는 목표 의식 갖고 만든 것은 아니다. 다만 여러 나라의 반응을 종합하면, 빈부격차라는 전 세계적인 주제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그런데 제 생각은 좀 다르다. 빈부격차라는 소재가 불편할 수도 있다. 이것이 꼭 영화에 대한 뜨거운 반응으로 이어진 건 아닌 것 같다. 예상을 깨는 이야기 전개, 특히 이야기 후반부에 대한 반응이 많았다. 칸 영화제에서는 스포일링을 자제해달라고 부탁드린 적도 있다. 스토리 전개 방식이 신선하다는 얘기 많이 들었다. 또 배우들이 뿜어내는 매력의 유니버설한 측면이 있다. 미국 동료 배우들이 보여준 뜨거운 반응이 있었다. 10명의 배우가 보여주는 뛰어난 앙상블이 미국, 일본 등 전세계에서 똑같은 호소력을 가진 것이 아닌가 본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받은 기념품을 확인하는 송강호와 봉준호 (사진=최지희 기자)
기자회견이 끝나고 받은 기념품을 확인하는 송강호와 봉준호 (사진=최지희 기자)

-서로의 뛰어난 부분은 무엇인가. 서로는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가.
-봉준호: 좋아하는 배우다. 연기가 정말 뛰어나다. 시나리오를 쓸 때, 이 역할을 이분이 하게 될 것이라는 전제하게 쓰다보면 마음이 편해지고 자신감이 생겨서 풀밭에 망아지가 날뛰듯이 시나리오를 쓸 수 있다.

-송강호: 음흉한 감독이다. 그 음흉함이 참 좋다. 현장에서 생각보다 감독님과 제가 많은 얘기를 하진 않는다. 저는 작품을 통해 어떤 얘기를 할 것인지를 계속 탐구해 나가는데, 힘들긴 하지만 매우 흥미롭다. 웬만하면 물어보지 않고 제 스스로 찾아가려고 일부러 대화를 안 나누는 것도 있다. 지난 20년간 봉준호 감독과의 작업을 되돌아보면 정말 축복이자 고통의 연속이었다. 그 고통이라는 것은 봉준호 감독의 높은 야심을 배우로서 충분히 달성하기 위해서 겪어야 할 예술가로서의 고통이다.

-영화를 만들 때 가장 목표로 하는 것은 무엇인가
-송강호: 영화는 제목은 ‘기생충’이지만 어떻게 살면 좋을지에 대한 ‘공생’에 관한 얘기다. 어떤 영화든 의미가 꼭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만들진 않는다. 재밌고, 하고 싶은 얘기를 영화적으로 어떻게 흥미롭게 관객에게 전달할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으며 탐구하고 있다.

-봉준호: 영화 만들 때 목표가 사실 있긴 있는데 창피해서 얘기하기가 좀…. 내가 만든 영화가 ‘클래식’이 됐으면 하는 망상을 갖고 있다. 시간이나 세월을 이겨낸다는 것이다. 김기영 감독의 ‘하녀’라든가, 구로자와 아키라(黑澤明)의 ‘7인의 사무라이’, 알프레드 히치콕의 ‘현기증’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 망상이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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