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 "소통창구 닫고 어떻게 진심 전하나" 불만 토로

남양유업 로고/사진=홈페이지
남양유업 로고/사진=홈페이지

온라인 상에서 여러 구설에 오른 남양유업이 소비자와의 소통을 시도하려다 오히려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진심'을 전하겠다며 야심차게 개설한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댓글 기능을 차단해 버렸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남양을 왜 불매했는지 다시 한번 더 되뇌이게 만들었다" "영상을 보면서 저것도 얼마를 줬을까 생각이 들었다" 등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지난해 12월4일 '남양의 진심'이라는 공식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첫 영상에 출연한 인물은 남양유업 대리점 사장과 직원, 소비자 등 3사람이었다. 문제는 소비자에게 진심을 전한다는 의미에서 만든 이 영상에서 댓글 기능이 차단됐다는 것이다.

'남양의 진심을 만난 사람들-오남철 사장님편'에서 등장하는 대리점 사장은 “3개월에 한 번씩 본사와 대리점들이 만나서 얘기하면 들어주고 아들 대학 다닐 땐 장학금도 줬다”며 “원망도 많이 했다. 그러나 회사가 노력해줘서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직원편’에서 나오는 직원은 “엄마들 일하기 좋은회사”라며 “아이를 낳아보니 알겠더라. 회사에서 알아서 챙겨주셔서 육아휴직 쓰고 복직까지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소비자편’에 등장하는 소비자는 “아이를 낳아보면 성분 따지고 좋은 브랜드를 찾게 된다.”며 “철저하고 꼼꼼하게 관리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믿음이 생겼다”고 말한다.

해당 영상과 관련해 일부 네티즌들은 남양과 관련 제품 품질과 대리점주 상대로 갑질을 변명하려는 시도라는 비난을 하고 있다. 심지어 남양이 해당 영상에 댓글을 달 수 없도록 설정해놨기 때문이다.

더구나 유튜브 영상에서 유일한 소통창구라 할 수 있는 댓글 기능을 차단했다는 점도 비판의 지점이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어떻게 진심을 전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비난이 줄을 잇고 있다.

채널 ‘곽팀장’을 운영하는 한 마케터는 남양의 진심광고를 보고 본인의 유튜브에 비판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에서 곽팀장은 “소통을 시도한 점은 좋게 생각하지만 유튜브 댓글 창을 열고 고객들의 쓴 소리도 들으면서 단 한명의 고객이라도 회유하려고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남양의 진심광고를 두고 “학교에 다닐 때 친구들을 괴롭히던 소위 ‘일진’ 친구가 평범한 학생을 괴롭히다가 교무실에 불려갔는데, 평범한 학생에게 ‘별일 없었다고 얘기해’라고 회유하는 느낌”에 비유했다.

“그래서 그 평범한 학생은 선생님에게 ‘별일 없었습니다’라고 얘기하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억지로 없는 얘기를 만들어낸 것 같은 느낌”이라는 게 곽팀장의 설명이다. 그는 남양이 정말 소통할 준비가 돼 있다면 직원이나 대리점 주와 같이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보여줬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비자들은 영상을 보며 “남양 광고 보고 욕 쓰러 갔다가 댓글이 막혀있어서 여기로 왔다”, “이제 좋아졌으니까 좀 넘어가자 하는 느낌이다. 심지어 댓글은 막아놨더라”, “남양을 왜 불매했는지 다시 한번 더 되뇌이게 만들었다”, “영상을 보면서 저것도 얼마를 줬을까 생각이 들었다”, “광고의 역효과가 엄청나서 내부 스파이가 만든 영상이 아닌가 했다” 등 부정적인 반응 일색이다.

남양유업측은 그러나 "유튜브 영상은 남양의 진심을 알리고자 만든 '남양뉴스룸'을 홍보하기 위한 PR영상으로 제작된 것"이라며 "뉴스룸으로의 유입을 극대화하기 위해 댓글기능을 차단해놓은 것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댓글기능 차단의 목적이 뉴스룸으로의 유입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는 점이 문제다. 소비자들은 결국 남양측이 고객과의 소통보다 일방적인 변명에 치중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특히 진심시리즈의 영상 내용이 '남양이 많이 바뀌었다', '소비자·대리점주·직원들과 소통하는 남양' 등을 주로 하고 있는 점도 이와 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부분이다.

남양유업은 지난 2013년 재고 부담을 이유로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들을 대리점주에게 밀어넣기로 납품한 사실이 알려지며 '갑질' 기업의 대명사가 됐다. 지난해 4월에는 창업주인 고 홍두영 명예회장의 손녀 황하나 씨가 마약 스캔들을 일으킨 바 있다.

갑질 논란이 있었던 2013년부터 실적도 곤두박질쳤다. 2012년 637억원을 기록했던 영업이익은 2013년 175억원, 2014년 261억원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2016년이 돼서야 영업이익 418억원의 흑자로 돌아섰지만, 이듬해 영업이익 50억원을 기록하며 약 87%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남양유업 사건 이전에는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 지속될 것이란 인식이 없었는데 남양유업의 사례를 보고 경쟁사들이 긴장하는 측면이 있다"라며 "남양유업이 진심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고자 한다면 오랜 시간에 걸친 꾸준한 자정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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