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만에 한국 영화가 일본 박스오피스 정상 차지···日영화팬들 “영화 산업 재정비 필요”

지난 주말 영화 ‘기생충’이 일본 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미지: 영화 ‘기생충’ 일본 트위터 공식 계정)
지난 주말 영화 ‘기생충’이 일본 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미지: 영화 ‘기생충’ 일본 트위터 공식 계정)

아카데미 4관왕을 차지한 영화 ‘기생충’이 각국 박스 오피스에서도 ‘오스카 효과’에 힘입어 흥행 성적에 호조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일본 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17일 일본 고교(興行)통신에 따르면 ‘기생충’은 지난 주말(15∼16일) 영화 ‘1917’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1월 10일 일본 개봉 당시 5위로 출발한 ‘기생충’은 입소문을 타고 계속해서 상위권을 유지하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을 수상하면서 기세가 올라 결국 1위에 오르게 됐다.

한국 영화가 일본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한 것은 2005년 정우성·손예진 주연의 ‘내 머릿속의 지우개’ 이후 15년만이다. 당시 흥행 수입으로는 30억엔의 매출을 올린 바 있다.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이라는 위업과 함께 세계적인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한국 영화 ‘기생충’을 바라보는 일본의 심경은 복잡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주로 “한국이 국가 차원에서 영화에 많은 투자를 꾸준히 쏟아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는가 하면 “일본도 우물 안에 갇혀 있지 말고 세계에서 통하는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일본 현지의 각종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조명되고 있다. (이미지: 파라사이트 일본 방송)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일본 현지의 각종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조명되고 있다. (이미지: 파라사이트 일본 방송)

그렇다면 현재 일본 영화 산업의 현황은 어떨까. 일본영화제작연맹에 따르면 일본 국내 흥행 수입(2019년분)은 2000년 이후 최고치인 2천 611억 8천만엔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보다 386억 7천만엔 정도 늘어난 수치다. 총 관객수는 1억 9천 491만명으로, 1억 9천만명을 넘긴 것은 48년만의 일이다.

2019년에 호조를 보인 이유는 흥행 수입 140억엔을 기록한 신카이 마코토(新海誠) 감독의 ‘날씨의 아이(天気の子)’와 127억엔을 기록한 ‘겨울왕국2’, 121억엔의 수입을 올린 ‘알라딘’ 등 100억엔을 넘기는 대형 히트작이 4편이나 있었기 때문이다. 2018년에는 ‘보헤미안 랩소디’만이 100억엔을 넘긴 바 있다.

물론 일본의 경우 영상소프트 산업에서 극장 수입의 약 2배 이상 규모의 시장이 형성되어 있긴 하지만 스크린 수 및 관객수, 흥행수입 등을 놓고 봤을 때 시장 규모 대비 영화 시장의 활성화는 한국이 일본보다 훨씬 앞서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20대 후반의 한 직장인 여성은 “일본은 영화 티켓 자체가 기본적으로 비싸서 여가 생활로 자주 즐기긴 힘들다”고 말했다. 30대 초반 남성은 “애니메이션 계열이거나, 아이돌이 주인공인 영화 밖에 없다는 인상이 강해 영화관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별로 안 든다”고 하기도 했다. 일본의 일반인 영화요금은 1,800엔(약 1만 9천 5백원)이다.

일본 영화팬들 사이에서는 한국 영화 기생충의 흥행을 계기로 일본 영화 산업 전반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기생충이 단지 재밌어서 상을 받은 게 아니다. 현 시대의 과제를 그렸기 때문에 작품상을 수상할 만한 사회성을 획득할 수 있었다. 일본 영화도 세계에 통하는 재미가 무엇인지를 생각해야한다”(@nakaikei), “일본은 스위트한 영화만 만들어낼 게 아니다. 여고생들이 좋아하는 쟈니즈 출신을 기용해 러브코메디를 만들면 돈은 될지 모르겠지만 일본 영화 업계의 성장도 생각해야 한다”(@cherry___world) 등의 의견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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