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훈 전 상무 "순수한 의도와 다르게 진행" 토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주축으로 한 이른바 '반(反) 조원태 연합'이 흔들리고 있다. 사내이사 후보로 내세운 김치훈 전 한국공항 상무가 돌연 사퇴를 표명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진그룹 소속 노동조합(노조)들이 '반 조원태 연합'에 반대를 표명하는 상황에서 사내이사 후보 명단이 공개된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김 전 상무는 전날 한진칼 대표이사 앞으로 보낸 서신을 통해 "사내이사 후보에서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순수한 의도와는 너무 다르게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게 사퇴의 변이다. 김 전 상무는 조 전 부사장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강성부펀드), 반도건설 등으로 구성된 '반 조원태 연합'이 지난 14일 사내이사 후보로 내세운 인물이다. 

김 전 상무는 "'칼맨(KAL MAN)'으로서 한진그룹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오히려 동료 후배들로 구성된 현 경영진을 지지한다"고 했다. 김 전 상무는 과거 대한항공 본사에서 근무하며 런던공항지점장을 맡았고, 2006년부터는 8년 간 한진그룹 계열사 한국공항에서 상무를 지냈다.

김 전 상무의 갑작스런 사퇴에 '반 조원태 연합'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반 조원태 연합' 측은 "김 후보로부터 사퇴에 대한 의사를 전해들은 바 없다"며 "후보 선정은 법적 절차에 따라 상호 간의 동의를 거쳤다. 김 후보에게 어떤 심경 변화가 있었는지 파악 중"이라고 했다.

'반 조원태 연합'이 사내이사 및 기타 비상무이사로 내세운 인물은 김 전 상무 외에 김신배 포스코 이사회 의장, 배경태 전 삼성전자 부사장, 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대표이사 등이다. 사외이사 후보로는 서윤석 이화여대 교수, 여은정 중앙대학교 경영경제대학 교수, 이형석 수원대학교 공과대학 교수, 구본주 법무법인 사람과 사람 변호사 등을 추천했다.

앞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6일과 7일 한진칼과 대한항공 이사회를 소집했다. 누나인 조 전 부사장이 몸담아온 호텔·레저 부문의 구조 개편과 재무구조 개선, 지배구조 투명화 방안 등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사실상 조 전 부사장을 경영에서 배제하려는 조치다.

그러자 '반 조원태 연합'이 반격에 나섰다. 이사 수 상한이 정해져 있지 않은 한진칼 정관의 빈틈을 노린 것이다. 이들은 새 이사 후보 8명을 내세워 추후 이사회를 장악하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김 후보의 사퇴에도 '반 조원태 연합' 측은 "주주제안에 있어 달라진 내용은 없다"고 했다. 다만 추가로 새 사내이사를 내세울지는 미정이다. 주주제안 시한이 이미 끝난 시점이어서 후보를 올리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각에서는 김 전 상무의 사퇴 이유로 부담감을 지목한다. 주주제안 이후 관계자들의 시선은 자연히 함철호 전 대표와 김 전 상무에게 쏠릴 수 밖에 없었다. 한진그룹 소속 노조들이 '반 조원태 연합'에 반기를 든 것도 이유로 판단된다.

앞서 대한항공과 ㈜한진, 한국공항 등 한진그룹 소속 노조들은 지난 17일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가진 자들의 배를 채우기 위해 벌이는 해괴한 망동이 한진 노동자의 고혈을 빨고 고통을 쥐어 짜도록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한진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모는 복수심과 탐욕을 버리고 자중하라"고도 했다. 

한진그룹은 지금의 상황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내심 안도하는 모습이다. 다만 주총 전까지 판세가 어떻게 뒤집힐지 예단할 수 없는 만큼 표 대결 준비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한진칼은 다음달 25일 주총 전에 별도 이사회를 열고 주총 안건과 날짜 등을 결정한다. '반 조원태 연합'의 주주제안을 주총 안건으로 채택할 지도 이날 결정된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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