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경로 파악 안되는 ‘지역사회 전파’ 확산으로 긴장 고조…日정부 “유행은 아냐”

도쿄(東京) 메구로(目黒)구에 위치한 한 대형 마트의 마스크 판매 코너 (사진=최지희기자)

“여기도 마스크는 없죠?”

평소라면 나들이 나온 지역 주민에 관광객으로 들끓었을 도쿄(東京) 메구로(目黒)구 지유가오카(自由が丘). 지난 주말 이곳을 찾자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거리 전체가 상당히 한산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침 길가의 드럭스토어를 지나자 마스크를 판매하는지 묻는 중년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성은 반쯤 포기한 어조였지만 드럭스토어의 점원이 낮은 목소리로 “실은 방금 마스크가 들어왔다”며 매장 안으로 안내했다. 여성을 따라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계산대 뒤에 보이지 않도록 숨겨둔 박스 안에서 마스크 한 통을 꺼내 손님에게 내어 놓았다. ‘한 사람당 한 통’이라는 제한은 있었지만 마스크 구매에 성공한 여성은 연신 “고맙다”며 인사했다. 현재 도쿄도내에서는 마스크를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비교적 이른 시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인파가 모이는 행사를 취소하거나 확진자의 동선을 자세히 공개하는 조치 등을 취한 한국과는 달리 일본은 최근까지도 ‘날씨가 따뜻해지면 잠잠해질 것’이라는 다소 희망적인 기류가 강했다.

3군데의 드럭스토어를 돌아 가까스로 60개들이 마스크 구매에 성공했다. (사진=최지희기자)

하지만 지난 13일 이후부터 감염 경로를 파악할 수 없는 코로나19 환자가 속출하기 시작하자 일본에서도 본격적으로 확산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한데다 감염 경로가 오리무중인 확진 환자들이 속속 생겨나면서 본격적으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사망자 발생이 보도된 다음날부터 출근길 전철 안 승객들 가운데 마스크 착용자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전철 객실 안 손잡이를 잡지 않거나 역사 안 에스컬레이터 탑승 시에 벨트에 손을 대지 않는 모습들이 눈에 띄었다.

17일 출근길 도요코(東横) 선 도리츠다이가쿠(都立大学)역 승강장의 모습 (사진=최지희기자)

16일까지 일본 후생노동성이 집계한 일본 내 코로나19 환자수는 414명으로, 이 가운데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을 원천 차단하겠다며 승선자들을 내리지 못하게 해 집단 감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크루즈선 ‘다이아몬트 프린세스’에서는 무려 355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있다. 

심지어 전체 승선자를 대상으로 한 검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만큼 감염자 수는 이보다 더욱 많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하루가 다르게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어 지금 이 순간에도 확산이 진행중이지만 일본 정부는 이렇다할 손을 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크루즈선 승선자 가운데 감염이 확인된 355명을 포함해 중국 우한에서 전세기편으로 귀국한 일본인 13명, 중국인 여행자 12명, 검역관 및 지자체 직원 2명 등 당국이 검역 표적으로 삼았던 경로가 아닌 미확인 경로를 통해 감염된 환자 수는 현재까지 일본 전국에서 32명에 달한다. 지역상으로는 일본 최북단 홋카이도(北海道)부터 최남단 오키나와(沖縄)까지 전역에 걸쳐 있다. 

일본의 한 감염병 전문가는 “사실상 중국을 제외하고 감염 경로를 파악할 수 없는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곳은 일본 뿐”이라며 “정부가 ‘유행’이라고까지 말할 순 없겠지만 일본에서 지역사회 전파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5일 일본 민영방송사 TV아사히의 저녁 뉴스에 출연한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후생노동상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일본 후생노동상은 지난 주말 일본 국민들의 불안을 덜기 위해NHK와 TV아사히 등 방송사의 뉴스에 긴급 출연하기도 했다. 하지만 후생노동성은 15일까지도 “현재 우리나라(일본)에서는 유행이 인정되고 있는 상황이 아니다”는 대국민 메시지를 내보냈다.

이같은 일본 정부의 대응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일본 언론사 관계자는 “일본으로선 시진핑 4월 방일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는 점, 그리고 7월에 열릴 도쿄올림픽에 악영향을 끼쳐서는 안된다는 점,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해 후쿠시마(福島) 지역 등이 지금까지도 ‘풍평피해(風評被害·뜬 소문으로 인한 피해)’를 입고 있다는 인식 때문에 대응이 더욱 더딘 것 같다”고 꼬집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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