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투자금 이탈 등 자금난 불러올 수도

코로나 19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기업들이 신용등급 강등 우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실제로 무디스, 피치 등 국제 신용평가사(신평사)들은 국내 기업들의 신용 위험을 분석하면서 코로나19의 위험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했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무디스는 지난 6일 SK이노베이션과 SK종합화학의 신용등급을 각각 기존 'Baa1'에서 'Baa2'로 끌어내렸다. 실적 부진과 더불어 코로나 19에 따른 중국 경기 하강이 원인이다. 국내기업의 신용평가에 코로나19가 직접 언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디스 관계자는 "코로나19의 확산은 중국 내외에서 소비심리와 소비지출을 위축시키고 생산과 공급망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수 산업의 한국 기업 신용도에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 비중이 비교적 제한적인 유통업체들의 경우 고객들이 오프라인 매장 방문을 줄이는 가운데 상당한 매출과 이익 감소를 겪을 수 있다"면서 "전자상거래의 발전에 따른 경쟁 심화로 이미 어려움을 겪어온 이들 업체의 실적이 더욱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주력 사업인 자동차와 반도체·전자 기업들 역시 우려 대상에 포함됐다. 특히 중국 정부의 춘절 연휴 연장 결정과 한국 근로자 철수로 중국 내 생산라인에 차질을 빚을 위험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 산업이 중국 업체 생산 부품 의존도가 높은 것도 불안요소다.

중국을 가장 큰 단일 수요처로 두고 있는 정유, 화학, 철강 등 원자재 업종 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무디스는 중국 경제 둔화가 현실화되면 이들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중국 내 수요 부진으로 이들 업종은 기존보다 수익률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무디스는 "현재 신용등급을 부여하는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은 우수한 유동성과 금융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혼란이 3~6개월 이상 장기화되지 않는다면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일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인 S&P 역시 코로나19 사태로 아시아태평양(아태) 지역의 신용등급이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S&P는 코로나19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오는 6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3대 국제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인 피치도 코로나 19에 대해 언급했다. 지난 12일 기획재정부는 피치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등급 전망도 '안정적'(stable)을 유지했다고 전했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은 관광업·소매 판매 영향, 공급망 교란으로 성장의 새로운 하방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게 피치의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신용등급이 강등되면 해외 투자자금이 이탈하거나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해 기업들의 자금난을 불러오는 요인이 된다.[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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