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 이후 25년간 문화 산업에 7.5조 투자
"투자·배급 리더로 한국영화 산업 기틀 마련"

지난 9일(현지시간)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르면서 ‘숨은 조력자’로 불리는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함께 주목받고 있다.

기생충은 이날 시상식에서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감독상에 이어 작품상을 수상했다. 이미경 부회장은 작품상 발표 후 영화 ‘기생충'의 책임프로듀서 겸 투자배급사 총괄 자격으로 무대에 올랐다.

이 부회장의 인사말은 봉준호 감독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됐다. 그는 "봉준호의 미소, 트레이드 마크인 헤어스타일, 광기, 유머감각 모든 것을 좋아한다"며 "특히 연출을 좋아한다. 그는 정말 사람을 재미있게 할 줄 안다. 정말 감사하다"면서 미소를 지었다.

한국 영화팬들에 대한 감사의 메시지도 전했다. 이 부회장은 "한국영화 보러 가주시는 분들 모두가 영화를 지원해준 분들"이라며 "영화팬들이 주저하지 않고 저희에게 의견을 바로바로 말씀해주신 덕에 저희가 안주하지 않을 수 있었고, 계속해서 감독과 창작자들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남동생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해서도 "불가능한 꿈일지라도 언제나 우리가 꿈을 꿀 수 있도록 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손녀이면서 이재현 회장의 누나인 이 부회장은 한국 영화산업의 조력자로도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1995년부터 CJ엔터테인먼트를 이끌어 300편이 넘는 한국 영화에 투자해 왔다. 특히 영화 기생충에는 마케팅 비용을 제외하고 제작에 총 135억원이 투자됐는데, 이 부회장은 주요 투자자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렸다.

CJ엔터테인먼트가 투자·배급하는 영화 중 이 부회장이 참여한 작품은 극히 일부이다. 그런데 기생충에는 책임프로듀서로 직접 참여하고, 시상식까지 함께 한 점으로 볼 때 그의 관심이 각별했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5월 기생충이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을 때도 이 부회장은 시상식에 얼굴을 비쳤다. 또한 지난 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튼호텔에서 열린 골든글로브상 수상식에도 자리를 같이 했다.

25년 간 CJ를 이끌어 오면서 이 부회장은 영화를 문화사업의 주력으로 육성하는 데 공을 들여 왔다. 지난 1993년 그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든 영화사 ‘드림웍스’에 3억달러를 투자해 아시아 배급권을 따내기도 했다. CJ그룹은 1998년 국내 첫 멀티플렉스 극장인 CGV를 선보이고 2000년 영화 배급투자사인 CJ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 영화산업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CJ그룹과 봉준호 감독의 인연 또한 각별하다. CJ엔터테인먼트는 ‘살인의 추억’ ‘마더’ ‘설국열차’ 등의 투자배급을 맡았다. 봉 감독은 ‘기생충’을 기획하면서도 CJ를 가장 먼저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찬욱, 봉준호 등이 거장으로 떠오르기 전부터 CJ는 이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봉 감독의 대표작인 '살인의 추억'(2003), '마더'(2009), '설국열차'(2013) 등의 투자배급을 맡은 것은 물론 박찬욱 감독의 '박쥐'(2009)와 '아가씨'(2016), 이창동 감독의 '밀양'(2007), '버닝'(2018) 또한 CJ의 지원으로 만들어졌다.

다만 이 과정에서 시련도 없지 않았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 박근혜 정부 때의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태다. CJ 케이블 채널인 tvN SNL코리아에서 박근혜 대통령 등 정치인에 대한 풍자 방송을 내보내고 '광해, 왕이 된 남자', '변호인' 등 영화에 CJ가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면서 박 전 대통령의 견제를 받게 된 것이다.

1995년부터 문화 산업에 뛰어든 CJ그룹은 1997년 ‘인샬라’ 이후 지금까지 300편이 넘는 한국 영화에 투자해 왔다. 이 부회장은 투자 배급사의 리더로서 한국 영화 산업화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CJ그룹이 문화 산업에 투자한 누적 금액은 7조5000억원 규모다.[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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