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추천위 구성 놓고 여전한 관피아 논란

Sh수협은행이 우여곡절 끝에 신임 상임감사를 선임했으나 안팎으로 구설이 그치지 않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수협은행은 지난달 30일 주주총회를 통해 홍재문 은행연합회 전무이사를 상임감사로 선임했다. 문제는 상임감사 후보 공모가 무려 4차례에 걸쳐 이뤄지는 등 그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는 데 있다. 더구나 홍 감사는 수협은행 내부인사가 아닌 정부 관료 출신이어서 논란이 더 커지는 모습이다.

홍 감사는 행시 32회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금융허브기획과장과 금융위원회 기획조정관실 기획재정담당관, 금융위 행정인사과장, 대통령실 비상경제상황실 행정관, 외교통상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표부 공사참사관 등을 역임했다.

은행에서 상임감사는 업무 전반과 회계를 감사하며, 경영진의 경영을 감시·견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최고경영자(CEO)를 잇는 2인자로서 차기 은행장 후보군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요직으로 꼽힌다.

지난해 10월 2일 수협은행은 은행권에서는 최초로 감사공모에 나섰다. 2016년 말 수협중앙회로부터 분리·독립한 지 3년 만에 은행장·감사추천위원회를 가동하고 새로운 상임이사 후보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전 해양수산부 해양정책실장 최모씨, 전 수협은행 부행장 박모씨가 나선 1차 공모는 두 사람 모두 자격미달로 무산됐다. 한 달 후 실시한 2차 공모에서도 5명이 도전해 3명이 최종 면접을 치렀으나 감추위에서 과반수 이상의 선택을 받은 지원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수협은행 감추위는 기획재정부와 해수부, 금융위원회에서 추천한 사외이사 3명과 수협중앙회장 추천 인사 2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5명 중 3분의 2이상의 선택을 받아야만 상임감사로 내정할 수 있으며, 인원 구성상 정부 관료 입김이 크게 작용할 수 밖에 없다.

2차 공모도 무산되자 수협은행 안팎에서는 “감추위에서 퇴직공무원 자리 챙겨주려다 차질이 발생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2차 공모에서는 공무원 출신 지원자가 단 한명도 없었으며, 금융권 인사가 5명이나 있었는데도 아무도 선택받지 못했다.

세 번째 공모의 경우 퇴직 공직자 취업심사가 문제가 됐다. 해수부 출신 인천항만공사 남봉현 전 사장이 지원했지만 취업 불승인을 받게 된 것. 결국 수협은행은 사상 초유의 4차 공모에 나서게 됐고, 관계자들은 “해수부가 지원자의 기본 자격요건조차 검토하지 않은 것인가"라며 비난했다.

또 일각에서는 "수협이 애초에 해수부 출신을 감사로 앉히려다가 자격요건에 맞지 않자 4차 공모까지 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사실상 수협은행 출신 후보들이 관료 출신 후보를 위해 들러리를 섰다는 것.

해수부 출신 인사의 선임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도 없지는 않다. 해수부 인사가 상임감사가 되면 정부와의 소통이 원활해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협은행 내부에서는 "은행 감사까지 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받아야 하느냐"는 부정적 여론이 좀 더 우세하다.

더구나 홍 감사의 선임으로 수협중앙회와 수협은행 선출직 고위임원 7명 중 5명이 외부 인사로 채워진 것도 문제다. 이른바 ‘내 식구’가 아닌 임원들 밑에서 일하게 되면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회의론도 있다. 특히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수협은행의 특성상 감사추천위원회의 상당수는 관료출신 인사들로 구성됐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감사는 기본적으로 금융에 대한 전문성이 필수“라며 ”감추위 구성이 전직 관료출신 인사들로 짜여져 있는 것에 대한 내부적인 불만의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다만 외부 인사를 영업하기에는 수협은행 상황이 그다지 녹록치 않은 게 현실이다. 수협은행은 2001년 예금보험공사에서 공적자금 1조1581억원을 받아 아직도 9000억원이상을 갚아야 한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도 17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5억원 줄어드는 등 경영 상황도 좋지 않다.

이와 관련해 김정훈 금융노조 수협중앙회지부 위원장은 “내부, 외부 인사를 따지기 전에 중요시해야 할 부분은 수산과 은행 업무에 대한 경험을 갖고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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