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계열사 대비 직급 체류기간 길어…인사적체 심화

삼성그룹 인사에 이른바 '60세 룰(Rule)'이 대세가 되면서 삼성화재와 삼성생명 등 금융계열사에서 근무하는 40대 중후반 부장급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계열사는 다른 계열사에 비해 통상적으로 승진 시기가 2~3년 정도 늦기 때문이다. 그만큼 임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시기와 기회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60세 룰'은 60세 이상 임원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삼성그룹의 전통적인 인사 철학을 말한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와 삼성생명은 지난달 22일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통상적으로 이들 기업의 임원 승진 시기는 48~49세로, 삼성그룹 타 계열사에 비하면 2~3년 정도가 늦은 수준이다. 여기에 60세룰 적용으로 삼성 내 부사장, 전무, 상무 등 임원 대부분은 50대다.

이처럼 금융 계열사들의 인사 적체가 심화되고 있다 보니 삼성화재, 삼성생명 등에서는 “50세에 임원 승진을 못 하면 아예 임원을 달기 어려워진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가령 50세 이상의 나이에 6년 이상 파트장을 맡고도 임원을 달지 못하면 사실상 승진을 포기하거나 퇴직 수순을 밟는다는 것.

누락 없이 진급을 한다고 해도 50세가 되면 은퇴 이후를 고민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삼성 금융계열사 부장급들 사이에는 퍼지고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60세룰을 넘어서 '50세룰'까지 생길 정도로 인사 교체 주기는 짧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50세를 전후해 무사히 임원으로 승진하게 되더라도 내부승진을 통해 최고경영자(CEO)가 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이번 승진 임원들의 경우에도 1969년생으로 만 51세인 상무가 대거 포함돼 있다.

또한 삼성생명 신임 대표에는 전영묵 삼성자산운용 대표가, 삼성카드와 삼성자산운용에는 김대환 삼성생명 부사장, 심종극 삼성생명 부사장이 선임됐다.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이사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했으며 삼성화재 최영무 사장은 유임됐다.

이 중 전영묵 신임 대표이사는 1964년생으로 연세대를 나와 미국 펜실베니아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그는 삼성생명 자산운용본부 출신으로 삼성증권 경영지원실장과 삼성자산운용 대표이사를 거치며 금융업 전반에 걸친 종합적 안목을 갖춘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1963년생인 삼성생명 김대환 부사장은 부산 대동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삼성생명에서 마케팅전략그룹 담당임원, 경영혁신그룹장,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한 재무관리 전문가다.

삼성자산운용의 심종극 신임 대표이사는 1962년생으로 1985년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생명보험에 입사해 소매금융사업부장, 법인지원팀장, 전략영업본부장을 거쳐 지난 2018년부터 FC영업본부장을 역임했다.

상무로 6년, 전무로 3년, 부사장으로 3년 등 일반적인 임원 승진 과정을 거치고 나면 부사장을 마쳤을 때는 이미 60세가 된다. 다시 말해 80년대까지만 해도 유효했던 ‘샐러리맨의 신화’를 더 이상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실제로 1980년대 입사자는 입사 7년차에 과장, 16년차에 부장으로 진급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반면 1990년대 입사자는 20년차도 부장으로 진급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만약 제조업과 동일한 인사 원칙이 금융계열사에도 적용되면 일반적인 금융 CEO 양성 플랜을 통해서는 50대 내부 승진 CEO 사례는 사실상 자취를 감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금융권은 업무 특성상 직급 체류 기간이 긴 편”이라며 “누락 없이 진급을 해도 50세가 되면 벌써 퇴직 걱정을 해야 하다 보니 특히 자녀를 둔 중장년층 직원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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