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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기 소년' 한올바이오파마, 임상시험 '성공적→미충족' 말바꾸기
'양치기 소년' 한올바이오파마, 임상시험 '성공적→미충족' 말바꾸기
“임상 3상서 유의성 있는 결과 얻지 못했다” 인정
  • 정세진 기자
  • 승인 2020.02.05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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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올바이오파마 박승국 대표/사진=뉴시스
한올바이오파마 박승국 대표/사진=뉴시스

한올바이오파마가 안구건조증 신약 임상시험 결과를 왜곡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올바이오파마는 개발 중인 안구건조증 치료제 후보물질인 HL036에 대한 첫 번째 미국 임상 3상에서 주평가 지표의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하지 못했다.

안구건조증은 눈물 생성이 부족하거나 눈물이 과도하게 증발해 안구 표면이 손상돼 나타나는 질환이다. 눈물 내 삼투압 증가와 염증 물질의 축적에 의해 발생한다. 전 세계 안구건조증 시장은 4조원 규모이며, 2027년에는 7조원대 성장이 예상되는 이른바 ‘황금어장’이다.

박승국 한올바이오파마 대표는 지난달 21일 임상 3상 톱라인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를 통해 박 대표는 "안구건조증 신약 후보물질 'HL036'의 임상의 1차 평가변수에서는 유의성 있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어 “최종 3상 시험 결과를 정리한 리포트가 나오는 데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고 임상시료를 만드는 데도 준비과정이 필요하다”며 “내년 1분기에는 다시 임상시험을 실시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문제는 한올바이오파마가 불과 5일 전만 해도 임상시험 톱라인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데 있다. 앞서 16일 한올바이오파마 보도자료에는 개발 중인 안구건조증 신약이 각막 손상 개선을 측정하는 객관적 지표 뿐 아니라 환자가 느끼는 주관적 지표 모두에서 우수한 효과를 확인 받았다고 언급됐다.

한올바이오파마측은 이번 임상시험 결과를 기반으로 해외 파트너사와 기술수출 논의를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미국 FDA 허가를 위한 임상 3상 추진을 시사하는 등 긍정적인 전망도 내놓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해당 임상은 637명의 안구건조증 환자를 대상으로 8주 간 1일 2회 점안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객관적 지표의 1차 평가변수는 각막의 하부 손상 개선정도인 ICSS, 2차 변수가 각막의 중앙부 손상 개선 정도인 CCSS, 상부 개선정도인 SCSS, 이들 값을 합친 TCSS 등이다.

개발 중인 신약은 임상의 주평가지표인 ICSS에서 유의성 있는 결과를 내지 못했다. 다만 상부, 중앙부, 하부 전체를 보는 CSS와 중앙부 손상 개선 효과를 측정하는 CCSS 지표(p=0.0239)에서는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다.

주관적 지표의 1차 변수인 ODS 역시 유의성을 입증 받지 못했다. 투약 시작 후 2주와 4주에 위약군 대비 현저한 개선효과를 보였지만 8주에 와서는 위약효과가 증가하면서 통계적 유의성을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

박 대표는 그러나 "ICSS에서는 유의성 있는 결과를 얻지 못했으나 임상적·상업적으로 더 의미 있는 CCSS와 TCSS에서 유의성이 확인됐다"며 "각막 전반에 걸친 효과를 입증하면 경쟁력 있는 제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대표 자신이 먼저 발표한 보도자료와 상반되는 이야기를 하자 한올바이오파마는 당장 거짓말을 했다는 비난에 휩싸였다. 바이오 업계에서는 한올바이오파마가 급격한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해 잘못된 사실을 유포했다며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부 지표상으로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했지만, 이는 2차 평가변수에 불과하다. 사실상 임상시험에 실패한 것이라는 의구심을 갖는 이들도 적지 않다“며 ”주가 하락은 물론 도덕성까지 의심받게 된 모양새“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한올바이오파마 주가는 하한가로 직행했다. 시가총액은 하루만에 4500억원 가까이 증발했고, 투자자들을 기만했다는 비난도 쏟아졌다. 통상 탑라인 결과를 발표할 때는 일차유효성평가지표를 달성했는지 여부를 먼저 공개해야 한다는 원칙을 한올바이오파마는 지키지 않은 셈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미 많은 신약개발기업들이 미국식품의약국(FDA) 3상 임상에서 고배를 마신 것을 고려, 한올바이오파마가 투자자들을 낙담하게 만들지 않으려 했다는 옹호론도 제기된다. 일차유효성평가지표에서는 인정받지 못했지만 추후 FDA가 TCSS와 EDS 등을 주평가변수로 설정할 경우 긍정적 결과를 얻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임상 3상 결과가 바이오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홍가혜 대신증권 연구원은 “HL161은 올 1분기에는 그레이브스안병증, 2분기 중증근무력증, 4분기 용형설빈혈에 임상 2a상 탑라인 결과를 도출할 예정”이라며 “특히 글로벌 동종업계와 동일한 적응증으로 HL161의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증근무력증 임상 결과가 중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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