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화율 95% 이상이지만…
부가가치 낮은 부품은 중국산
춘절 연휴 연장되자 부품대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하면서 현대자동차와 쌍용자동차에 이어 르노삼성자동차까지 중국산 부품 소진으로 생산라인 가동중단 사태를 맞았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5일 "중국산 부품 수급 문제로 오는 11일부터 2~3일간 부산공장을 휴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나 쌍용차에 비해 르노삼성은 부품 재고량이 비교적 충분했으나 결국은 수급 부족을 버티지 못하게 된 것이다.

국내 자동차 부품의 국산화율은 95% 이상이다. 그러나 차량에 전기를 공급하는 와이어링 하니스 같은 전선류나 금형 등 부가가치가 낮은 부품들은 국내 부품업체의 중국공장 제품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완성차는 단 1개의 부품이라도 빠지면 출시가 불가능하다.

특히 와이어링 하니스는 관리상 문제로 재고를 쌓아두지 않다 보니 중국과의 단절은 곧 생산 중단으로 이어지기 쉽다.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중국 국무원이 발표한 춘절 연휴 일정을 감안해 재고를 확보했으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연휴가 연장되자 부품대란 사태를 맞았다.

앞서 현대차는 와이어링 하니스 재고 소진에 따라 지난 4일부터 울산 공장의 반 이상을 조업 중단하기 시작했으며, 6일부터 11일까지는 대부분 공장의 가동이 멈춘다. 쌍용차 역시 지난 4일부터 오는 12일까지 평택공장의 문을 닫은 상태다.

현대차는 중국에 진출한 한국 부품업체 유라코퍼레이션와 경신, 티에이치엔 등 3곳으로부터 와이어링 하니스를 공급받고 있다. 일주일 가량의 재고량을 확보해 뒀으나 중국 공장 차질로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국 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부품 수급 차질로 완성차 생산 라인별로 탄력적 휴업을 실시하기로 했다"며 "세부 휴업 일정 등은 사업부별로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기아차의 경우 생산량 조정을 통해 이번주 가동을 이어갈 전망이다. 

쌍용차는 레오니와이어링시스템코리아로부터 와이어링 하니스를 공급받아왔지만 이 업체의 중국 옌타이 공장이 9일까지 가동을 중단하자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재 와이어링 하니스 외에도 수많은 부품이 중국으로부터 조달된다"며 "부품사들이 중국에서 공급받는 부품들까지 포함하면 생산 차질이 더 커질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기아차와 한국GM도 다음주부터는 생산 중단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확실한 대책을 세우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남아 등지에서 글로벌 공급망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항공기로 들여오면 물류비용이 과하게 소요된다.

르노삼성 측은 "본사는 중국산 부품 의존도가 낮고 일본이나 멕시코 등 르노그룹의 글로벌 협력업체에서 부품을 공급받고 있어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다"면서도 "하지만 사태가 길어져 다른 중국산 부품으로까지 파장이 확대되면 타 업체와 마찬가지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르노삼성차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공장 재가동 시기는 춘제 연휴로 공장을 멈췄던 중국 업체들의 휴무가 끝나는 10일 이후로 예상된다. 그러나 공장을 다시 가동시키는 데는 2∼3일간의 준비 시간이 걸리므로 단기간 공급 차질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만약 중국 정부에서 연휴를 연장하거나 지방을 다녀온 직원들의 격리 기간을 늘린다면 생산 정상화까지는 더 멀어진다. 예정대로 10일에 공장이 문을 연다고 해도 생산, 통관 등에 예전보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내 생산 물량을 늘린다고 해도 임시 방편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특근 등으로 생산 공백을 메울 수는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손실을 피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전망했다. 국내 업체뿐 아니라 보쉬 등 세계적인 부품사들 역시 중국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와이어링 하니스 외에도 문제가 되는 부품이 수십 가지"라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이 심각한 만큼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 했다.[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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