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회장, '백기사' 델타항공에 카카오 지분까지 더하면 33.45%
조현아 전 부사장, KCGI-반도건설과 공동 전선 구축…지분 31.98%
3월 주총까지 나머지 주주들 얼마나 끌어들일 수 있을 지가 관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이에 경영권을 둘러싼 '남매의 난'이 본격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은 지난달 31일 공동 전선을 구축했다. 한진칼 지분을 공동 보유하기로 합의한 이들 3자는 법무법인 태평양의 공증과 금융감독원의 변경 신청 등을 거쳐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공동 의결권을 행사할 전망이다.

조 전 부사장이 동생인 조원태 회장의 경영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지난해 12월 23일의 일이다. 조 전 부사장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은 이날 "조 대표이사가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조 전 부사장의 불만 제기에 대해 한진그룹측은 이를 단순 해프닝 정도로 치부했었다. 그러나 KCGI와 반도그룹 등 한진칼 주요 주주들이 지분 매집에 속도를 내기 시작하자 상황은 조 전 부사장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현재 조 전 부사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 6.49%는 조 회장의 경영권에 위협을 줄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조 전 부사장이 KCGI(17.29%)와 반도건설(8.28%)과 지분을 공동 보유하기로 합의하면서 3자의 지분율은 32.06%로 늘어났다. 의결권이 없는 반도건설 지분 0.8%를 제외하면 총 지분 31.98%를 확보한 셈이다.

더구나 다른 주주들끼리의 지분 매집이 조 회장에게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3자 동맹구도는 그 자체만으로도 조 전 부사장에게 유리한 협상카드가 된다. 이들은 이미 2019년 1월 '한진그룹의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KCGI가 제안한 계획은 KCGI 추천 사외이사 2명과 외부전문가 3명 등 총 6명으로 구성된 지배구조위원회 설치 등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선이 주 골자다. 기업가치 제고, 고객 만족도 개선 및 사회적 신뢰 제고 등도 제안에 포함됐다.

당시 이들은 공동 입장문을 내고 "한진그룹의 전문경영인체제와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해 어느 특정 주주 개인의 이익에 좌우되지 않고 그동안 소외됐던 일반주주들의 이익을 증진하며 주주 공동이익을 구현할 수 있는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정립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조 회장 본인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6.52%에 불과하다.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조 회장의 손을 들어준다고 해도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은 22.45%이다.

'백기사'로 분류된 델타항공(10.00%)과 조 회장에게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진 카카오(1%)의 지분까지 더하면 33.45%가 된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이 최대한 확보할 수 있는 지분과 비교하면 1.47%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따라서 현재 조 회장과 한진그룹 측은 조 전 부회장의 공동 전선 구축에 대응할 수 있도록 우호지분 확보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양측 모두 오는 3월로 예정된 주주총회까지 나머지 주주들을 얼마나 끌어들일 수 있을지가 승부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상법상 주주제안을 위해서는 직전 연도 정기 주주총회일을 기준으로 6주 전에 이뤄져야 한다. 지난해 한진칼 주총이 3월29일에 열렸던 점을 감안하면 주주제안까지는 2주 정도의 기간이 남은 상태다.

아울러 '땅콩회항' 사건의 당사자라는 조 전 부사장의 이력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킨 임원 취임을 금지하자고 제안한 내용이 새로운 주주제안에서 변경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조현아 전 부사장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을 부각시킬 KCGI의 논리에 외부 자문기관들의 평가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물류와 항공운송 분야에서 현 경영진보다 우수한 경영능력을 갖춘 후보를 내세워야 하지만 이를 객관적으로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양 연구원은 이어 "기관 투자자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지배구조연구소의 역할이 부각된다"며 "기관투자자와 달리 자유로운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소액주주는 현 경영진보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선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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