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후 HDC→현대산업개발→아시아나→에어부산 체제 재편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손자회사는 자회사 지분 100% 보유해야
아시아나 보유 에어부산 지분 44.17%…어떤 결정 내릴지 '촉각'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HDC그룹이 에어부산 처리를 놓고 깊은 고심에 빠졌다. 에어부산이 지주사인 HDC의 증손자회사가 되면서 보유지분을 팔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3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HDC는 최근 한 사모투자펀드 운용사에 잠정적으로 에어부산 매각에 대한 물밑 의사를 타진했다. 에어부산은 지분 44.17%를 보유한 아시아나가 매각되면서 HDC의 증손자회사가 됐다. HDC→현대산업개발→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현재 HDC는 에어부산을 매각하거나 아시아나와 합병하는 등 여러 시나리오를 놓고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부산을 아시아나의 100% 자회사로 편입시키려면 적지 않은 부담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한다. 유예기간은 2년이다. 다시 말해 2년 안에 아시아나는 에어부산 지분 55.83%를 확보하거나, 보유 지분을 팔아야 한다. 그러나 지분 매입은 아시아나의 체력을 감안하면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더구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일명 우한 폐렴) 등으로 항공 업황이 불황인 점도 발목을 잡고 있다. 

아시아나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을 보면 지난 2017년 663억8900만원에서 2018년 250억2600만원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기준으로는 153억3000만원으로 내려앉았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적자전환했다.

에어부산을 100% 자회사로 편입한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HDC는 아시아나 인수에 앞서 자금 조달을 위해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디벨로퍼 입장에서 조달비용 증가는 상당히 치명적이므로 HDC에 대한 투자자 신뢰는 크게 떨어진 상태다.

시장 상황을 고려해 에어부산을 낮은 가격에 내놓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저비용항공사(LCC)들마저 구조조정에 돌입하면서 시장점유율 상위 기업들이 여타 경쟁사를 노리고 있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지금 에어부산을 매각하면 아시아나항공이 경쟁사들에 오히려 힘을 싣게 되는 셈이다.

현재 주식 시장에서 HDC 주가는 지속 하락 중이다. 종합건설사에서 디벨로퍼 도약 선언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다시 모빌리티 기업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에 대한 의구심이 주가 하락의 요인이 됐다. 특히 아시아나 인수 후 구체적 전략이 제시되지 않은 점에 대해 주주반발이 우려된다.

만약 에어부산이 수익성을 크게 높인다면 보다 다양한 선택지가 가능해진다. 실제로 에어부산은 지난해 11월 인천공항 첫 취항 후 노선을 늘린다는 방침을 밝혔다. 수익성 확보에 성공할 경우 매각 혹은 100% 지분 확보 등에서도 HDC그룹이 져야 할 부담은 줄어든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설령 전략이 맞아떨어진다고 하더라도 단기간 수익 급증은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에어부산에 대한 투자를 아시아나가 직접 회수하기 어렵다면 매각하는 쪽이 이익이라고 보고 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 28일 보고서를 통해 "에어부산은 지방 공항을 중심으로 영업을 하고 있어 회복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며 "추가 자본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그룹 전반의 재무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HDC그룹이 지분을 추가 매입하면서까지 LCC 과당경쟁에 뛰어들 가능성은 낮다"는 것도 매각의 근거로 제시됐다. 엄 연구원은 "HDC그룹은 저가 공세를 통한 영업 전략을 선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따라서 재무 리스크가 불거지는 에어부산을 보유하기보다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반면 에어부산 매각 결정은 자칫 HDC의 자금 부족을 의심받을 수 있어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오히려 에어부산이 경쟁력을 높이고 아시아나와 합병하거나 자회사로 격상시키는 쪽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항공업계가 전반적으로 출혈 경쟁이 불가피한 만큼 HDC가 단시간 안에 경영전략을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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