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에 생산거점 둔 SK종합화학-포스코 등 '발 동동'

이른바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이 국내 기업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중국 현지에 생산법인을 두고 있는 제조업체나 중국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의 경우 말 그대로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이들은 현지 주재 직원들을 급히 귀국시키거나 우한 지역 출장을 금지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우한에 화학 공장을 두고 있는 SK종합화학의 경우 설 연휴 기간 동안 현지 주재원 10명 전원을 귀국시키고 우한 출장을 전면 금지했다. 중국 내 타 지역 출장 역시 자제하기 시작해 출장 필요시 시급성을 감안해 임원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 출장 중인 직원들은 개인 컨디션 등 매일의 상황을 회사에 보고하도록 했다.

중국 내 공장은 운영인력을 최소화하고 중국인 직원 3000여명에게 마스크와 소독 약품 등을 지급했다. 또한 구내식당 이용을 금지하고 도시락을 공수해 오고 있으며, 당분간 일상회의나 단체활동을 일체 할 수 없게 됐다.

여행이나 출장 등으로 최근 중국을 방문한 직원들은 발열 등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귀국시점으로부터 최소 10일 동안 재택근무가 의무화됐다. 설 연휴기간 중 발열이나 기침 및 호흡곤란 등 호흡기 증상이 있다면 출근 전 병원 검진을 받아야 한다.

다만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현재까지 가동률이나 공장을 중단하는 조치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화학공장 특성상 소수 인력이 컨트롤 룸에서 근무하는 구조로 감염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지는 않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포스코는 우한시 한난개발지구에 자동차 강판 가공센터를 운영 중이다. 포스코에서는 현지 공장 전 직원을 위해 손 소독제를 설치했으며 매일 아침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우한에 남아 있는 주재원은 총 4명으로 정부 대응에 따라 귀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중국 정부가 춘제 연휴를 연장하기로 함에 따라 포스코 현지 공장은 다음달 2일까지 가동이 중단된다.

후베이성 이외 지역에 거점을 두고 있는 기업들도 이번 사태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SK계열사인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사업장은 우한이 아닌 장쑤성 우시와 충칭이다. SK하이닉스는 폐렴 확산 방지를 위한 테스크포스(TF)팀을 꾸리고 위험단계별 대응 방안을 수립해 실행 중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중국 사업장 직원들에게 마스크를 지급과 예방방법·준수사항 공지, 소독제 비치·방역활동 등을 시행하고 있으며 사업장을 출입하는 모든 인원을 대상으로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전자와 LG화학, LG CNS 등 LG주요 계열사들은 지난 28일부터 중국 전역의 출장을 전면 금지했다. LG전자는 이달 중순부터 우한 지역 출장을 제한해 왔으나 상황이 악화되면서 이와 같은 조치를 내렸다. 중국 출장을 꼭 가야하는 경우에는 강화된 승인절차를 받아야 한다.

중국 현지 법인의 기존 출장자들도 조속히 복귀시킬 방침이다. LG화학과 LG CNS는 현재 중국 출장 중인 직원들이 전원 복귀할 수 있도록 조치할 예정이다. LG상사도 중국 주재원과 가족 모두를 국내로 복귀시키기로 결정했다. 중국을 방문한 뒤 감염 의심 증상이 있는 임직원과 가족은 회사에 즉시 보고하고 후속 조치에 따르도록 안내했다.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에서 공장을 운영 중인 LG디스플레이도 국내 임직원의 중국 출장은 최소화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중국을 방문할 경우 방문 전후 문자로 신고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으며, 방문 전에는 방문 목적 및 기간 등을, 방문 후에는 발열여부 및 기타 특이사항을 신고하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도 28일부터 임직원들의 우한 출장을 전면 금지하고 이외 지역에 대해서는 출장 자제를 권고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역시 이번 사태와 관련해 대응 TF팀을 구성해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장쑤성 쑤저우시 등에 사업장과 법인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 및 삼성디스플레이 등 삼성 계열사들도 우한폐렴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쑤저우시에서 반도체 후공정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상황에 따라 공장폐쇄 등의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쑤저우시 당국 방침에 따라 현지 기업들은 오는 2월 8일까지 춘절 휴무를 연장해야 한다. 그러나 삼성전자 반도체 후공정 공장은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특성상 가동을 중단하지 않고 있다. LCD 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디스플레이도 춘절 기간 동안 LDC공장 가동을 지속한 만큼 앞으로도 가동 중단은 없을 전망이다. 다만 삼성전자 가전공장은 연장 휴무를 적용한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후베이성을 다녀온 임직원에 대해서는 1주일간 자택격리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중국 기타 지역 방문자들도 발열 및 호흡기 이상 등의 약간의 증세만 있어도 1주일간 자택 격리토록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 증세가 없더라도 사내 의원에서 관련 증상 등에 대해 한 번 더 확인하는 등 철저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톈진시, 산시성 시안 등에 공장을 보유한 삼성SDI는 28일부터 임직원들의 중국 출장 및 여행 등 방문을 자제하고 있다. 또 사업장 출입 게이트에서 열화상 카메라 설치 및 체온 모니터링 실시 중이다.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우한 폐렴 예방 홍보 강화와 출입구, 출퇴근 버스 안내방송도 실시되고 있다. 기숙사 식당 등 대중이용시설 방역 강화도 이뤄질 예정이다.

장쑤성 옌청시에서 기아차 합작법인 공장을 운영하는 현대차그룹도 중국 체류 중인 주재원 가족을 29일까지 귀국시키기로 했다. 귀국 주재원들은 다음달 7일까지 주재지에서 재택근무를 하며 외부 접촉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한국을 방문 중인 주재원의 경우 감염 가능성에 대비해 한국 내 자택에서 같은 기간 동안 재택근무를 실시한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연휴 전 모든 법인과 해외사업장에 우한폐렴 확산에 주의하라는 공문과 함께 비상상황 발생 시 연락을 취할 수 있는 비상연락망을 전달했다. 귀국 예정인 주재원 가족에게도 마스크 착용, 비행기 창가 좌석 착석, 택시 등 대중 노출이 적은 교통수단 활용 등 상세 지침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쑤성 우시, 산둥성 칭다오, 후베이성 이창시 등지에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는 LS그룹도 중국 지역 출장 금지 권고 조치를 내렸다. 중국 주재원 가족들에게는 귀국을 권유하고 있으며, 중국 이외 지역에 대해서도 출장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중국 현지에 생산 법인을 두고 있는 한화그룹도 비상체제에 돌입, 계열사 임직원들은 당분간 중국 출장이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우한폐렴 발생국가 출장자는 출장 사전·사후 신고를 해야 하며 복귀 후 발열 등 증상여부 확인이 이뤄진다. 근무 중 의심 증상이 발견되면 즉시 환경안전부서에 보고하고, 진단 확정 전까지 재택근무 및 질병관리본부 신고를 하도록 했다.

한화 관계자는 "현재 중국 내 인원은 발병지역으로 이동을 자제하고, 증상 유무에 대해 개별 전수 확인 및 마스크 안전용품 구비를 하고 있다”며 “발병 지역 방문 또는 의심시 잠복기 동안 원칙적 재택 근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한화는 외국인 관광객이 자주 방문하는 국내 호텔과 콘도 등의 다중이용시설에 대해서도 마스크, 체온계, 손 세정제를 비치하기로 했다. 또 객실 내 터치패드와 전화기 등의 전면 소독도 실시됐다.

기업들은 우한 폐렴으로 인해 모처럼 살아나고 있는 중국과의 협력관계가 다시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재계에서는 우한 폐렴이 해당 지역에서 중국 전역으로 확산할 경우 오는 3월24일 개막하는 중국 최대 경제포럼 '보아오 포럼'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중국 정부에 따르면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28일 오전 현재 106명이 사망하고 4500여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는 4명이 확진 환자 판정을 받았으며, 미국·일본·프랑스·독일·홍콩·마카오·싱가포르·호주·태국·대만 등에서도 확진 환자가 나왔다.[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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