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사고 미전결 11만건으로 급증…항의성 민원 시달려

KB손해보험 자회사인 KB손해사정이 장기보험사고에 대한 보험금 지급정책을 두고 노사 갈등을 겪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KB손사 노조는 설 명절 연휴가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22일 서울 합정동 사옥에서 피켓팅 시위를 벌였다. 노조가 사측에 지적하고 있는 문제는 장기보험사고 보험금 청구 접수를 지연 처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미결 상태인 보험 지급 건은 11만건에 이른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의 경영 실패로 인해 이런 결과를 맞았는데도 막상 고객들의 항의성 민원에 시달리는 이들은 현장 근로자들”이라고 토로했다.

11만건이라는 미결건수는 계절적 요인 등을 감안하더라도 평상시의 3만건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처럼 지급 미처리 건이 급증하고 있는 이유로 노조에서는 업무효율성 악화를 들고 있다.

과거에 직원 600명이 처리하던 업무는 현재 접수전담법인 인력을 포함해 1000명이 하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업무 신속도나 효율성은 떨어지고 있으며 비용은 반대로 증가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특히 업무를 위탁한 접수전담법인의 질병코드 입력이나 배정오류 등 업무 미숙련도도 이번 보험금 미전결건 급증사태에 일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노조는 이런 문제점을 겪고 있는데도 사측이 해결방안 등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 않고 있다며 비난했다.

통상적으로 보험사는 고객이 사고 발생으로 보험금 청구서류를 접수하면, 접수일 기준 3영업일 내에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런데 노조측 주장에 따르면 현재 영업장에서는 담당자 배정에만 무려 일주일이 소요되고 있다.

실제로 영업현장에서는 고객이 보험금을 청구할 때마다 청구서류 보강 요구를 하거나, 설계사가 유치한 보험계약 중 지급 건이 많이 발생할 경우 회사에서 패널티를 강화하고 있다는 게 보험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한 보험회사 설계사는 “몇 개월 전부터 보험금 청구 시 의사의 권유로 인해 치료를 받았다는 확인서 등 과거에는 필요 없었던 서류를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설계사는 “결국 회사가 보험금을 늑장 지급하거나 거절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노조가 가장 불만을 갖고 있는 부분은 지급 처리 지연으로 인한 회사 신뢰도의 하락을 직원들이 감당해야 한다는 점이다. 고객 항의 전화로 인한 스트레스는 물론 책임추궁까지 직원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 관계자는 “장기보상처리 지연으로 현장 직원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민원성 전화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직원들에게 걸려오는 고객의 불만, 항의 전화는 다시 고스란히 현장의 매니저와 지점장에게 되돌아간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사측의 보험금 지급 기피 성향으로 인해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오히려 성과급제가 확대되고 있는 점도 불만 요소다. 다만 이에 대해서는 보험사의 손해율 악화를 감안하지 않은 채 보험료 인상을 막고 있는 금융당국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원론적으로 손해율(계약자에게 받은 보험료 대비 사고로 인해 지급된 보험금의 비율)이 높아지면 이에 보험사들도 보험료를 인상토록해 적절히 대응하도록 해야 하는데 이를 금융당국이 강제적으로 막으니 보험사 입장에서는 보험사기 가능성 등을 감안해 보험금 지급 시 이전보다 좀더 까다롭게 해야 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조에서는 “사측이 애꿎은 직원들의 급여를 볼모로 한 해괴망측한 성과급제 확대 없이는 2019년 임금과 PS(이익성과급) 등을 제시할 수 없다고 몽니를 부리고 있다”면서 “과도한 업무로 고생하는 직원들에게 이중으로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이번 사안에 대해 KB손보 관계자는 “장기보험 미결은 보험업계 전반적으로 크게 늘어난 상황이며 겨울이 되면 일반적으로 미결이 증가한다. 연말에 청구가 많고 감기 등의 진료 요인도 있다”며 경영상 문제라는 노조측의 주장을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타사와 비교하더라도 본사의 미결 건이 유독 많은 것은 아니다”라며 “노조가 내세우는 장기 미결은 표면적인 것일 뿐, 실제로 이들이 원하는 것은 고용안정과 유리한 임단협이다”고 덧붙였다.[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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