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에 부담 느껴…경영수업 더 받겠다" 辯
사업분야-규모 차에 저실적도 부담 됐을 듯
복귀 대신 한직급 낮은 미래산업본부장 맡아

LS그룹 3세 경영인 중 처음 계열사 대표이사(CEO) 자리에 올랐던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대표가 불과 10여일만에 사임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 LS그룹은 구 대표의 사의 표명으로 지난 10일 대표이사가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구 대표는 지난해 말 인사 발표 때 예스코홀딩스 대표로 내정돼 지난 1일 선임됐다. LS니꼬동제련에서 부사장으로 근무하다 능력을 인정받아 도시가스 공급업체인 예스코홀딩스를 맡게 된 것.

고(故) 구자명 LS니코동제련 회장의 장남인 구 대표는 2003년 LS전선에 입사한 뒤 ㈜LS경영기획팀, LS니꼬동제련 사업본부장 등을 두루 거쳐 왔으며 오너가 3세 중에선 처음으로 4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CEO에 올랐다.

그런 구 대표가 취임 후 불과 10여일만에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수장이라는 자리에 부담을 느껴 좀 더 경영수업을 받겠다"는 게 사임의 변이다. 구 대표는 전 직장인 LS니꼬동제련으로 복귀하는 대신 예스코홀딩스에서 미래산업본부장을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산업본부장은 회사 내 미래 청사진과 신산업 방안 등 신성장동력을 모색하는 자리다. 

문제는 예스코홀딩스가 다루는 사업 분야가 구 대표가 그동안 그룹 내에서 맡았던 분야와 다르다는 데 있다. 그는 1년여의 시간을 들여 예스코의 사업구조과 업무를 익힐 예정이지만 예스코홀딩스 역시 아직 지주사 체제 전환 2년차에 불과해 안정화 작업이 필요한 상황이다.

LS니꼬동제련과 예스코홀딩스는 규모 차이도 크다. LS니꼬동제련이 지난 2018년 기준 직원 800여 명에 연매출 7조5000억 원에 이르는 LS그룹 내 핵심계열사인 반면, 예스코홀딩스는 같은 기간 연매출 5000억원에 종업원 300여명의 중견 도시가스 공급업체 예스코의 지주회사이다.

예스코홀딩스는 종업원이 8명 뿐이나 지분법상 연매출 1조1000억원 가량을 내고 있는 코스피 상장사로 사업회사인 예스코와 예스코서비스, 예스코컨설팅, 예스코이에스, 한성, 대한가스기기 등 자회사를 거느리는 형태로 운영된다.

예스코홀딩스의 최근 실적 상황도 구 대표에게 적지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스코홀딩스가 서울 동부, 경기 구리 등을 권역으로 도시가스를 공급해 오며 관할 구역 내 존재감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성이 보장된 곳이기는 하지만, 도시가스 외 신사업이 사실상 없고 매출 대비 수익성은 낮기 때문이다.

예스코홀딩스는 2018년 연결기준 연매출이 1조954억원이지만 영업이익은 252억원에 불과해 영업이익률이 2%를 넘지 못했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평균 영업이익률도 1.8% 수준이다. 더구나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매출은 7829억원, 영업이익은 146억원이어서 증권가에서는 예스코홀딩스의 실적 뒷걸음질을 예상하고 있다.

특히 지주사 전환 후 예스코홀딩스의 시장 평가가 과거보다 박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구 대표가 CEO에서 물러난 데는 이런 이유들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다만 미래사업본부장 역시 직급은 한 단계 낮지만 회사의 새로운 수익성을 창출한다는 중요한 책임을 지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구 대표가 새롭게 맡게 될 새로 맡을 미래사업본부장 역할도 부담감이 상당할 것"이라며 우려 섞인 시선을 보냈다.

한편, 예스코홀딩스 신임 대표이사는 구 대표의 삼촌인 예스코홀딩스 구자철 회장이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은 고 구자명 전 회장의 동생으로 2013년부터 예스코홀딩스 대표이사로 재직해 왔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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