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조현아 남매 분쟁 속 '캐스팅보트'

카카오가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 1%를 매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진가 경영권 분쟁이 한층 더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됐다.

카카오는 지난해 12월 5일 대한항공과 업무협약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후 한진칼 지분을 매입했다고 21일 재계 관계자들이 전했다. 매입 당시 시세를 감안하면 지분 1%의 가격은 약 20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분 매입 사실은 그동안 언론 등에 공개되지 않고 있다가 오는 3월 주주총회를 위한 주주명부 정리 과정에서 드러났다. 기존의 주주명부가 폐쇄된 날짜는 지난해 12월 26일이다.

1%라는 지분은 경영권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지만 문제는 현재 한진가가 경영권을 놓고 남매 간 대립구도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동생인 조원태 회장에 맞서 반도건설·KCGI와 연대를 모색 중이다.

만약 이들이 힘을 합칠 경우 31.98%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조 회장의 우호지분은 32.45%로, 한진가와 특수관계인 외에 델타항공을 포함시킨 비율이다.

양측의 지분율 차이가 0.5%포인트도 나지 않는 상황이다 보니 카카오가 갖고 있는 1%의 지분이 경영권 싸움에 결정적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재계에서는 보고 있다. 다만 카카오는 조원태 회장의 ‘백기사설’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으며 어디까지나 협업을 위한 지분 매입이라는 입장이다.

카카오는 지분 매입을 통해 대한항공과 손잡고 항공 여객 서비스와 플랫폼, 핀테크, 커머스, 콘텐츠, 디지털 전환 등 전방위로 사업 범위를 넓힐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도 카카오는 최근 들어 인공지능(AI) 등 기업간거래(B2B) 시장 확대에 나서면서 산업계와 꾸준히 접촉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SK텔레콤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면서 3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맞교환 한 바 있다. 다만 대한항공 지분 매입 시기가 때마침 경영권 분쟁 발생과 맞물려 있어 여러 모로 의혹을 사고 있는 것.

이에 카카오 관계자는 "매입 지분이 의결권을 가진 주식은 맞다"면서도 "이를 행사할지 여부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카카오가 조 회장과 사전에 협의했다는 설도 돌고 있지만 대한항공측은 어디까지나 경쟁력 강화 차원이라고 못박았다.

만약 카카오측이 조 회장의 지원군 역할을 포기한다면 상황은 다소 복잡해진다. 게다가 조 회장의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과 차녀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도 미지수로 남아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주주 간 연대 계획이 구체화하지 않고 있어 당분간은 양측의 신경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은 가족들의 지지 없이는 안정된 경영권 확보가 어려운만큼 카카오보다는 추후 개인주주 지분을 얼마나 끌어들일지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한진칼 지분 구조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6.52%, 조현아 대한항공 사장 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 6.47%,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5.31%, KCGI(그레이스홀딩스) 17.3%, 델타항공 10.0%, 대호개발 등 반도건설 관계사 8.28%, 국민연금 4.11% 등이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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