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행정소송 패소에 따른 재처분 심의 결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아모레퍼시픽의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에 대해 시정 명령과 함께 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공정위는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05~2013년 특약점 소속 방문판매원 3482명을 수 차례에 걸쳐 타 특약점이나 직영점으로 일방 배치하는 등의 갑질을 벌였다”며 “앞서 2014년 처분이 내려졌으나 재처분 심의를 통해 다시 과징금 부과가 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4년에 당시 공정위는 아모레퍼시픽이 특약점의 매출과 직결되는 방문판매원을 일방적으로 빼앗아간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아모레퍼시픽측이 받은 처분은 시정명령과 5억원의 과징금이다.

특약점이란 회사 측의 고가 브랜드 화장품을 방문 판매 형식으로 파는 전속대리점을 말한다. 통상 특약점에서는 방문판매원이 많을수록 더 많은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이 사건은 2013년 언론을 통해 알려졌으며 남양유업의 대리점 강제 판매 갑질과 함께 이슈가 됐다.

중소기업청(현 중소벤처기업부)은 2015년 5월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특약주의 의사에 관계없이 판매원을 이동시킨 아모레퍼시픽 법인과 방판사업부 담당 전 임원 2인을 검찰에 고발할 것을 공정위 측에 요청하기도 했다.

중기청 관계자는 “공정거래법 전속고발권을 가진 공정위가 아모레퍼시픽에 대해 과징금 및 시정명령만을 부과하고 관계자들에 대한 고발 조치는 하지 않았기 때문에 별도의 요청이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중기청의 요청대로 아모레퍼시픽 및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의 고발에 따라 수사에 들어간 서울중앙지검은 7개월 후인 12월 아모레퍼시픽과 담당 전 임원들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은 2016년 9월 아모레퍼시픽에 벌금 5000만원, 전 임원에 각각 징역 6개월,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찰과 피고인 모두 항소했지만 서울중앙지법 제5형사합의부에서는 2017년 10월 항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항소심 법원은 “특약점주 의사에 반해 방문판매원을 이동시켜 불이익을 제공한 사실이 분명한 경우들이 있고, 피심인 스스로도 유죄 예시가 될 부분을 작성해 제출하는 등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이 과징금 부과 등의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에서 법원은 회사측의 손을 들어 줬다. 서울고등법원 제6행정부는 2017년 6월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명령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과징금 납부명령은 3482명의 판매원을 이동시킨 행위를 전부 특약점주의 의사에 반하는 부당한 불이익제공행위라는 전제에 기초한 것인데 3100여명이 재배치된 첫 번째 이동의 경우 특약점주의 의사에 의한 경우도 포함돼 있어 과징금 부과의 기초가 되는 사실을 잘못 판단했기 때문에 취소를 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정위는 법원의 판결 취지에 따라 첫 번째 이동 인원을 빼더라도 2·3차 이동으로 이뤄진 방문판매원 341명의 재배치는 불이익이라고 판단했다. 해당 판결에 대해 공정위는 대법원에 상고를 냈으나, 상고심은 심리불속행으로 기각됐다.

행정소송에서 공정위가 최종 패소하자 소비자단체 등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항의하고 나섰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도 지난해 국정감사 때 "법원 판결에 따라 아모레퍼시픽에 이미 부과한 과징금을 취소하고 재부과해야 하는 공정위가 대법원 확정 판결 후 2년이 지난 지금까지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문제가 된 부분은 공정위가 판매원 일방 이동에 따른 특약점에 대한 불이익 제공 행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공정위가 제시한 내용은 이동한 해당 판매원의 직전 3개월 월 평균 매출액이 81억9800만원이라는 사실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고 의원은 "과징금 부과의 기초가 되는 불이익 제공행위를 명확하게 특정하지 못해 법원에서 패소하고도 아직까지 재부과 절차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대기업 봐주기’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공정위 측은 이에 대해 "아모레퍼시픽의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 건은 재처분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해명했다. 즉, 이번 과징금 부과는 공정위의 재처분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이다.

공정위는 위반 범위가 줄었음에도 재산정 과징금 액수가 6년 전과 같은 5억원으로 산정된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는 피해를 본 관련 매출액을 파악하기 어려운 사건이기 때문이다.

과징금은 대부분 위반 행위의 정도나 기간에 따라 정액으로 산정해 부과하는데 아모레퍼시픽의 행위는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로 과징금 4억원에 해당한다. 위반행위 기간이 3년을 초과했으므로 원칙상으로는 50% 가중한 6억원이 부과돼야 하지만 과징금 상한액이 5억원이다 보니 2014년과 같은 액수가 된 것이라고 공정위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판매원 빼가기가 반복적인 세분화로 인해 특약점이 더 성장하지 못하도록 경쟁의지를 꺾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재처분 부과의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덧붙였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공정위 처분을 수용하고 과징금 등의 처분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이와 함께 “자사는 뷰티파트너(특약점 등)와의 동반성장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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