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정보 접근-불법 행위 제재 어렵다" 우려
노동계 "김지형 위원장 공정함도 기대 어려워"

삼성그룹이 다음달 출범시킬 독립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법감시위)를 두고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민감한 내부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운 데다 불법 행위를 발견하고도 이에 대한 제재를 강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지난 9일 윤리 경영을 감시할 준법감시위의 설치 운영 계획과 7명의 위원회 구성원 명단을 공개했다. 김지형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가 위원장에, 법조와 시민사회, 학계, 회사 등 네 그룹의 7명이 위원으로 지명됐다.

위원회 내정자 7명 중 이인용 삼성전자 사회공헌업무총괄을 제외한 6명은 외부 위원으로 채워졌다. 그러나 이 총괄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학 선배인데다 실제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사무국도 삼성 측 인사들이 맡을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사무국 운영에 필요한 비용 전반은 삼성에서 지불하며, 무보수가 아닌 위원들이 받는 수당 역시 삼성에서 부담할 예정이다. 김지형 변호사는 이와 관련해 “준법감시위 운영을 합의한 7개 계열사(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생명, 삼성화재)에서 경비를 부담할 것”이라고 밝혔다.

준법감시위의 판단 근거가 되는 민감한 정보들도 삼성 측에서 제공될 가능성이 높다 보니 시민단체 등은 벌써부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위원회 측은 “구성부터 운영까지 자율성과 독립성을 전적으로 보장해 달라고 요구했으며, 이재용 부회장으로부터 확답을 들었다”고 주장하나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노동계는 이를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근본적으로는 이번 준법감시위의 설립 배경 자체가 의혹을 사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내부의 실효적인 준법감시 제도를 마련하라”고 지시하자 삼성 측이 일종의 거래 목적으로 수용한 모양새라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준법감시위 설치가 국정농단 범죄에 대한 면죄부로 작용돼서는 안 된다”며 "삼성의 진정성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참여연대는 아울러 “감시위 대신 법적 기구인 이사회의 독립성·투명성 강화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전에도 대기업들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뒤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놓은 경우는 여러 차례 있었고, 대부분은 형식적인 수준에서 끝이 났다. 삼성 역시 2006년 X파일 사건, 2008년 비자금 사건, 2017년 국정농단 사건 때 매번 쇄신안을 꺼내곤 했다. 그러다 비난 여론이 잠잠해지면 또 다시 잘못된 관행을 반복해 왔다는 게 시민단체들의 지적이다.

김지형 위원장은 앞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삼성이 변화를 택한 타이밍이 썩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그것 때문에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이루어낼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호소했다. 또한 삼성그룹은 서약식에서 “준법경영에 대한 철저한 실천이 하나의 조직 문화로 확실하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밝혔다.

준법실천서약은 △국내외 제반 법규와 회사 규정을 준수하고 △위법 행위를 지시하거나 인지한 경우 묵과하지 않으며 △사내 준법문화 구축을 위해 솔선수범하겠다는 3가지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주요 역할은 △최고경영진의 준법의무 위반 리스크를 파악하고 △대외후원금 지출/내부거래 등 준법의무 위반 리스크가 높은 사안을 검토해 각사 이사회에 의견을 제시는 것이다.

한편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4차 공판은 오는 17일 열릴 예정이며, 위원회 구성이 재판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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