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판덱스·타이어코드 이어 탄소섬유도 글로벌 톱 브랜드로

화학섬유를 주력사업으로 삼고 있는 효성그룹이 2020년 어떤 경영전략을 펴 나갈 것인지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효성 조현준 회장은 지난 8일 신년사를 통해 “고객이 우리 곁에 있기 때문에 우리가 존재할 수 있음을 잊지 말라”며 “고객의 목소리를 나침반으로 삼아야 생존의 길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 회장의 올해 계획은 기존의 세계 리더 제품인 스판덱스, 타이어코드와 함께 탄소섬유를 톱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효성은 오는 2028년까지 10년간 탄소섬유산업 분야에 총 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글로벌 '톱3'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갖고 올해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투자와 수익 창출을 이뤄 낸다는 전략이다.

탄소섬유는 현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인 수소경제 사회와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다. 탄소섬유의 무게는 철의 4분의 1에 불과한 반면 강도와 탄성은 각각 10배, 7배에 이른다. 자동차용 내외장재부터 스포츠 레저, 우주항공 등 모든 산업에 적용될 수 있는 '꿈의 신소재'로 불리기도 한다.

아울러 탄소섬유는 내부식성, 전도성, 내열성 면에서도 월등한 특징을 가진다. 다만 항공·우주·방산 등에 사용되는 전략물자이다 보니 기술이전이 쉽지 않고, 독자적인 개발도 어려워 세계적으로 기술을 보유한 국가는 흔하지 않다. 조 회장의 부친인 조석래 명예회장은 탄소섬유의 가치에 주목하고 2000년대 초부터 개발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은 2008년부터 탄소섬유 개발을 본격화했으며, 2011년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로 독자기술을 바탕으로 탄소섬유인 '탄섬(TANSOME®)' 개발에 성공해 2013년부터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는 일본, 미국, 독일에 이어 세계 4번째이다.

현재 효성이 생산하고 있는 탄소 섬유의 양은 연간 2000t에 이른다. 조 회장은 오는 2028년까지 생산량을 세계 최고 수준인 연 2만4000t 규모로 확대하기로 했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현재 2%에서 10%까지 높이는 것이 목표다. 지난해 효성 전주공장은 1차 증설 작업을 진행해 왔으며, 오는 2월 연간 2000t 가량의 탄소섬유 생산에 들어간다.

조 회장의 계획대로라면 효성은 오는 2028년 탄소섬유 시장점유율 3위에 올라서게 된다. 조 회장은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등에서 세계 1등이 가능한 이유는 소재부터 생산 공정까지 독자 개발해 경쟁사를 앞서겠다는 기술적 고집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다른 소재산업의 씨앗을 심기 위하여 폴리케톤 등 여러 신소재 분야에서 도전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폴리케톤은 효성화학이 세계 최초로 독자기술을 바탕으로 상용화 기술 개발에 성공한 차세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를 말한다. 친환경 소재인 폴리케톤은 자동차·전기전자분야에서 다양하게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스판덱스 원천 기술력에 기반한 제품들도 본격적인 시장 확대에 나선다. 효성티앤씨는 지난 9월 연간 1만8000톤의 스판덱스를 생산할 수 있는 인도 스판덱스 공장을 본격적으로 가동하면서 인도 시장 점유율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인도 스판덱스 시장은 무슬림웨어를 비롯해 데님, 란제리, 스포츠웨어 등 수요가 늘어나며 2012년 이후 연 평균 16%이상 성장해 왔다. 효성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확대해 시장 점유율을 현재 60%에서 70%선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처럼 효성 계열사인 효성티앤씨, 효성첨단소재, 효성중공업, 효성화학 등은 각각의 사업 분야에서 축적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친환경에너지와 탄소섬유·폴리케톤과 같은 고부가가치 신소재를 통해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고 있다.

신년사에서 조 회장은 "이미 싱귤래리티(singularity·인공지능이 인간 지능을 넘어서는 기점)의 시대는 우리 곁에 와 있고, 모든 분야에 있어서 업의 개념, 게임의 룰을 통째로 바꾸고 있다"며 "크게 숲을 보는 시야를 가지고 빠른 변화를 알아내고, 선도하는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올해는 효성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지 3년째가 되는 해이다. 4개 사업회사 모두 시장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만큼, 이제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집중해야 하는 시기라고 재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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