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소확행·가성비 중시 트렌드 저격

지난해 유통업계 전반이 불황의 늪을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저가제품 매장인 다이소만이 성장세를 이어가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불경기로 소비자들은 점점 지갑을 닫는데다 쇼핑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면서 유통업체들은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한 해를 보냈다. 특히 지난해 2분기에는 대형마트 업계 1위인 이마트가 사상 첫 적자를 내면서 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올해 전망도 밝지는 못하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가 발간하는 유통 전문지 리테일매거진이 최근 발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통업계 종사자 275명 중 74%가 2020년 소매시장 성장률이 불과 2~3%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KDI(한국개발연구원)도 2019년 10월 경제동향보고서를 통해 내수 시장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다이소 같은 초저가 매장 외에는 매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하지만 불황만으로는 다이소가 2018년 기준으로 매장을 1300곳까지 늘리며 매출 2조 클럽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현상을 설명하기 힘들다. 더구나 지난해는 일본 불매운동으로 일본기업과 연계돼 있는 다이소의 타격은 불가피한 것처럼 보였다.

1997년 다이소는 ‘ASCO EVEN PLAZA’라는 간판을 달고 5개 점포로 영업을 시작했다. 1988년부터 일본 타이소 산업에 제품을 납품하며 협력관계를 구축한 모기업 아성산업은 타이소 산업의 투자를 받고 2001년 명칭을 ‘다이소’로 변경했다.

다만 다이소 자체는 한국 기업임이 알려지면서 불매운동을 피해갈 수 있었다. 다이소 주식은 모회사 아성 HMP가 50.02%, 일본 다이소를 운영하는 타이소 산업이 34.21%를 보유하고 있다. 한일 양국이 같은 브랜드를 사용하지만 배당금 등 로열티 지불이나 경영 참가 등은 없다.

또한 다이소는 밀레니얼 세대의 트렌드인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과 SNS를 통한 소통 문화를 제대로 공략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5000원 이하의 저렴한 제품을 구매하면서 젊은층은 가성비를 중심으로 한 ‘돈 쓰는 재미’를 SNS로 공유해 나갔다.

상품 구입 그 자체보다 상품 구매의 전 과정과 그 과정 동안의 경험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다. 이는 소비 트렌드가 온라인으로 이동해도 다이소가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이소에서는 온라인 쇼핑에서는 느낄 수 없는 ‘체험’이라는 재미 요소를 제공하는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다이소 상품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생겨나기도 했다. 이 곳에서는 자신이 구매한 다이소 상품과 후기를 올리거나, 특정 상품을 사용해 본 구매자들을 찾아 후기를 묻기도 한다. 최근 다이소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어린이용 장난감 세탁기는 성인 여성들이 퍼프나 화장솔을 세탁하는 용도로 활용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한편 다이소는 지난 2017년 2500억원을 투자한 ‘부산허브센터’를 이달 내 완공하고 문을 열 계획이다. 용인 등 수도권에 편중된 물류센터를 전국에 분산시켜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매장을 확대하는 등 공격적 행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다이소 관계자는 "현재 판매중인 제품 중 약 70%를 국내 업체(680여개)를 통해 생산하고, 이들 중 인기 제품을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며 부산허브센터가 국내 기업들의 해외 수출 전진기지 역할을 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시장에서는 다이소의 올해 매출이 2조3000억원 안팎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10년 전인 2008년의 약 1840억원에 비해 20배 늘어난 수치다. 가성비와 대체 불가능한 쇼핑의 재미가 오늘의 다이소를 있게 한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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