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콜 시장 성장세 둔화 속 논알콜 음료 인기 두드러져…전문가 “더이상 취하는 게 중요하지 않아”

일본 대형 마트의 논알콜 음료 코너 (사진=최지희기자)
일본 대형 마트의 논알콜 음료 코너 (사진=최지희기자)

연말연시가 되면 늘어나는 술자리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지만 최근 일본에서는 과거 이맘때와는 사뭇 다른 풍경들이 유난히 눈에 띈다. ‘논알콜’ 음료를 메인으로 하는 레스토랑 및 바(Bar)가 잇따라 문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어두운 조명이 깔린 도쿄(東京) 롯본기힐즈의 프랑스 요리 전문점 ‘레그리스(Reglisse)’ 소믈리에 하타노 가오리(波多野香織) 씨는 맥주와 비슷한 황금색 빛깔의 음료를 유리컵에 따랐다. 영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논알콜 탄산음료 ‘슈라브(shrb)’로, 비네거에 허브 및 스파이스로 향을 더해 단맛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슈라브’를 처음 맛본 회사원 시라이시 츠바사(白石翼) 씨는 아사히신문의 취재에 “닭고기요리의 풍미를 살려준다”고 말했다. 술을 마시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친구들과 식사할 때는 대부분 논알콜 음료를 택한다. 사람들 앞에서 취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부끄럽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말이다.

올해 2월 도쿄역 인근에는 알콜 도수가 낮은 술을 메인으로 내어 놓는 ‘로우 논 바(Low-Non Bar)’가 오픈을 앞두고 있다. 경영자이자 바텐더인 미야자와 에이지(宮沢栄治) 씨는 칵테일 세계대회에서 우승한 전력이 있는 실력자다. 그런 그가 건강을 위해 3년전부터 술을 한모금도 입에 대지 않게 되었고, 여러 매장들을 돌아다니면서 알콜이 없어도 바의 분위기를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기술만 있다면 알콜이 없는 칵테일로도 손님들을 매료시킬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도쿄 롯본기힐즈의 프랑스 요리 전문점 ‘레그리스(Reglisse)’에서는 일반 주류 이외에도 음식과 궁합이 맞는 다양한 논알콜 음료를 제공하고 있다. (이미지: 레그리스 홈페이지) 
도쿄 롯본기힐즈의 프랑스 요리 전문점 ‘레그리스(Reglisse)’에서는 일반 주류 이외에도 음식과 궁합이 맞는 다양한 논알콜 음료를 제공하고 있다. (이미지: 레그리스 홈페이지) 

한편 후생노동성이 2018년에 발표한 음주빈도조사에 따르면 술을 마시지 않는 20대는 2017년에 56.5%로 나타났다. 2007년과 비교하면 15% 포인트 정도 늘어난 수치다. 30대와 40대에서도 비음주자 비율은 크게 증가해 각각 54.5%, 49.8%로 드러났다. 

또한 산토리의 조사에 따르면 2019년 일본 국내에 유통된 논알콜 음료는 약 28만 7천㎘로 2009년의 4배 이상 늘었다. 알콜 시장의 성장 둔화 속에서 논알콜 음료의 호조세가 돋보이는 상황이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술문화연구소’의 가리노 다쿠야(狩野卓也) 사장은 과거에는 알콜이 해방감을 맛보게 하는 루트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취하는 것’ 보다 분위기를 즐기거나 음식과의 궁합이 중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격차사회 및 계급론을 연구하면서 ‘이자카야(居酒屋·일본식 선술집) 전후사’라는 책을 펴내기도 한 와세다(早稲田)대학 하시모토 겐지(橋本健二) 교수는 논알콜이 확산되는 풍조를 환영했다. 그는 “술을 잘 마시지 못하지만 ‘술자리’에서 자신을 드러내며 즐기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논알콜은 감사한 존재”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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