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적 원가 경쟁력 확보 여부가 숙제

다수의 사업자들이 경쟁에 뛰어들면서 공급과잉 우려를 낳고 있는 저가항공(LCC) 업계가 올해는 활력을 찾을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인수합병(M&A)를 통해 몸집을 불린 저가항공사들이 어느 정도까지 세를 키워 나갈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지난해 말 성사된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LCC 업계에도 이미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27일 기존 사업주인 금호산업과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 사이의 주식매매(SPA) 체결을 기점으로 주인이 바뀌었다. 아시아나항공과 현산 컨소시엄의 국내외 기업결합 신고 등 법적 절차를 거치고 나면 올해 상반기쯤에는 인수 작업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 LCC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운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HDC지주회사의 자회사로, 아시아나항공이 지분 45%를 보유한 에어부산은 HDC지주의 증손회사가 된다.

현행 공정거래법 상에는 증손회사로 편입될 경우 지주회사가 2년 이내로 지분 100%를 확보하지 않으면 이를 처분해야 한다. 그러나 에어부산의 경우 상장사인데다가 지분이 폭넓게 분산돼 있다 보니 100% 지분 확보가 쉽지 않은 것이 문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현재 에어부산을 자회사로 격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재매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유진투자 방민진 연구원은 “에어부산을 재매각한다면 현 시점에서 인수 여력이 있는 항공사는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정도이나 이들이 에어부산에 대해 과도한 프리미엄을 지불할 의사는 없을 것”이라며 “저비용항공사는 운용리스로 항공기를 운용하고 있어 실질 보유 자산은 인력과 운수권 정도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에어부산이 확보하고 있는 김해 공항 거점 노선 경쟁력(김해공항발 국내선 시장점유율 40.4%, 국제선 29.7%)과 신규취득 절차 없이 운송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은 메리트로 꼽힌다. 또 모두 보잉 계열을 운용하는 이들 항공사가 항공기 다각화를 위해 인수를 추진할 수도 있다는 게 방 연구원의 의견이다.

HDC지주사 등 HDC그룹 내에서 인수가 이뤄진다면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의 통합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이 경우 아시아나 계열 LCC는 항공기 운용대수 35대로 제주항공에 이은 2위 사업자로 올라설 수 있다.

지난해 LCC 업계의 또 다른 변동은 경영난을 겪던 이스타항공을 제주항공이 인수하기로 한 것이다. 현재 실사를 진행 중인 제주항공은 이달 안에 SPA를 맺을 예정이다. 제주항공측은 인수가 마무리되면 이스타항공의 부채 비율을 업계 평균 수준으로 낮추고 몸집을 불릴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이 이스타를 품고 대한항공, 아시아나에 이은 항공업계 ‘빅3’를 형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보유 항공기 수는 제주항공 45대, 이스타항공 23대로 총 68대까지 늘어난다. 중복 노선이 있기는 하지만 이스타항공의 단독 취항지를 제주항공에서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렇게 되면 LCC 중위권 항공사들의 입지는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다. 한 LCC 업계 한 관계자는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 중복 노선을 조정하고, 인기 노선에 가격정책을 달리할 경우 어쩔 수 없이 피해자가 나올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게다가 올해는 신규 LCC들이 진입하면서 업계 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에어프레미아는 이달 말 혹은 다음달 초 국토교통부에 항공운항증명(AOC)을 신청하고 3월에는 객실 승무원을 모집, 빠르면 8월경 취항에 들어간다.

청주공항을 거점으로 한 에어로케이도 올해 3월 취항을 목표로 작년 10월 국토부에 AOC를 신청한 상태이며,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양양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플라이강원이 공식 취항했다. 에어로케이까지 취항을 개시하고 나면 국내 LCC 업체는 9개로 미국이나 일본과 비슷한 수준이 된다.

정부가 최근 싱가포르, 브루나이와 항공 자유화에 합의한 것도 불안요소로 지목된다. 항공 자유화가 국적 항공사의 하늘길을 넓히기보다는 외항사의 국내 항공시장 진입을 촉진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등이 오는 2025년까지 동북아 항공시장이 6.1%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는 등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긍정론도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국내 항공업계가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메가 캐리어(Mega-Carrier)' 체제로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항공 시장이 재편되려면 타사와 차별적인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 선두 업체가 가격 경쟁을 주도해야 가능할 것이라고 이들은 지적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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