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부 장관 요청에도 ‘미적’…ARPU 하락 우려?

내년도 SK텔레콤 요금 체계 변화/사진=SKT 홈페이지
내년도 SK텔레콤 요금 체계 변화/사진=SKT 홈페이지

정부가 이동통신 3사에 요구하고 있는 5G 중저가 요금제 도입이 여전히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특히 내년에 데이터 완전 무제한 요금제가 정규 요금제로 정착되는데도 업계에서는 저가요금제에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일부 시장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가입자 수 부족과 LTE 서비스 도입 당시에도 있었던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하락 등이 이유로 추측되는 정도다.

KT는 이통 3사 중 유일하게 5G 데이터 완전 무제한 정가 요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무제한 요금제로는 월 8만원의 슈퍼플랜 베이직, 10만원의 슈퍼플랜 스페셜, 13만원의 슈퍼플랜 프리미엄 3등 3종이 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프로모션으로만 무제한 요금제를 시행해 왔으나 내년부터는 KT와 마찬가지로 4개 요금제를 정규 요금에 편입시킬 계획이다. 이들 요금제의 가격대는 모두 8만원 이상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이와 같은 내용이 담긴 신규 5G 무제한 요금제에 대한 약관 신고를 마무리했다.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4종은 5G 스마트(월 8만5000원, 부가세포함), 5G 프리미어 레귤러(월 9만5000원), 5G 프리미어 플러스(월 10만5000원), 5G 프리미어 슈퍼(월 11만5000원) 등이다.

5G 프리미어 레귤러와 5G 스마트를 선택한 고객에게는 추가 할인 프로모션로 제공되던 'LTE 요금 그대로(5250원 할인)가 정규로 적용되며, 공시지원금 선택 고객도 마찬가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5G 프리미어 레귤러와 5G 스마트에 선택약정 요금할인 25%가 반영되면 각각 월 6만6000원, 5만8500원에 무제한 요금을 이용할 수 있다.

시장 1위인 SK텔레콤 역시 8만 원 이상 요금제에 완전 무제한 요금제 정규화를 앞두고 있다. 30일 SK텔레콤은 연말까지 가입하는 고객에게만 한시적으로 제공했던 데이터 완전 무제한 등의 혜택을 내년부터 정규 요금제에 적용한다고 밝혔다.

완전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는 5GX프라임(월 8만9000원, 부가세 포함) 5GX플래티넘(월 12만5000원)이다. 기존 '5G요금제 프로모션'으로 가입한 이용자들도 별도 신청 없이 강화된 데이터 혜택을 받을 수 있다. 9만5000원에 제공하던 5GX프라임의 월 이용료를 6000원 인하한 8만9000원으로 낮춘 부분이 특히 눈에 띈다.

과기정통부가 집계한 무선트래픽·가입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까지 데이터 무제한 사용자는 270만여 명으로 전체의 80%에 이른다. LTE가 전체 30%였음을 고려하면 5G가 이미 시장의 대세가 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통신 3사는 5G 시장 확대에 힘입어 올해 ARPU이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 3분기 SK텔레콤의 평균 ARPU는 3만1116원, KT는 3만1912원, LG유플러스는 만1217원이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2개 분기, KT는 3개 분기 연속 ARPU가 오른 셈이다.

한편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달 통신 3사 CEO와의 간담회에서 “각계 각층 소비자들의 요구를 고려해서 5G 중저가 요금제 출시도 고려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으나 통신사들은 5G 시장이 충분히 성장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주저하고 있다.

5G 가입자는 11월 말 누적 433만 명을 돌파했고 현재 470만 명 정도로 파악되고 있으나 이들 중 대다수가 다량의 데이터를 이용하는 헤비 유저이기 때문에 굳이 중저가 요금제를 원하지 않는다고 업계에서는 분석한다. 즉, 중저가 요금제를 필요로 하는 수요층 자체가 아직은 불분명하다는 것.

요금제에 가입하는 가입자들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27.7GB인데 반해 5G의 가장 낮은 수준 요금제인 5만원대 요제가 제공하는 데이터는 9GB 수준에 불과하다. 이들이 LTE서 사용하던 요금제가 6만9000원대 요금제였다고 가정하면, 5G로 전환 가입할 경우 요금 수준이 6,000 ~16,000원 상승하는 셈이다.

2, 3분기 이통사들이 5G에 막대한 투자비를 쏟아 부은 것도 중저가 요금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요소로 꼽힌다. 이통 3사의 3분기 설비 투자액수는 2조1900억이며 2분기에도 비슷한 금액이 투입됐다. 더구나 설비투자는 현재까지도 이뤄지고 있어 가까운 시일 내 중저가 요금을 도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삼성증권의 원동은·김동영 연구원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5G 저가 요금제 출시로 인한 ARPU 하락에 대한 우려는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대신 5G에 신규 가입하는 가입자들이 ARPU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게 두 연구원의 분석이다.

또한 KB증권 김준섭·이수경 연구원은 LTE가입자들의 데이터 사용량이 줄어들지 않고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점으로 볼 때 낮은 요금제에 가입한 LTE가입자들을 중심으로 휴대폰 ARPU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해볼 수 있다“고 예측했다. 즉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하지 않은 가입자들이 무제한 요금제로 편입되면서 사용량이 차츰 늘어나고, 수익성 역시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5G와 LTE 무제한 요금제를 통한 수익이 늘어난다면 이통3사 역시 굳이 정부와 대립하면서까지 중저가 요금제 도입을 기피할 이유가 없으며 결과적으로는 5G를 중심으로 다시 시장체계가 개편되지 않겠는가”라고 보고 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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