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통한 재무구조 개선 이뤄질 듯

아시아나항공이 창립 31년 만에 금호그룹을 떠나 새로운 주인을 맞게 됐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아시아나항공 구주 6868만8063주(지분율 30.77%)가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에 주당 4700원, 총 3228억원에 인수된다. 또한 2조177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현산 컨소시엄과 금호산업은 이날 오전 각각 이사회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의결했으며, 이로써 아시아나항공 매각 관련 계약은 완전히 마무리됐다. 아시아나항공이 채단 공동관리 체제를 졸업한 지 5년 만의 일이다.

한때 ‘5성급 항공사’로 불리며 대한항공과 함께 국적기로서의 위세를 떨치던 아시아나가 위기를 맞게 된 것은 박삼구 전 회장의 공격적인 사업 확장과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이중 악재 탓이다. 유동성 위기에 빠진 아시아나항공은 2009년 12월 채권단과 자율협약 절차를 밟으며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강도 높은 경영 정상화 노력 끝에 2014년 자율협약 체제를 졸업하기는 했지만 차입금 규모가 워낙 큰데다 부채비율 역시 높았다. 올해 3월22일에는 제출기한을 하루 넘겨 공시한 감사보고서가 감사의견 '한정'을 받아 재무구조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고, 박 전 회장은 감사의견을 받은 후 약 일주일 만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매각협상이 시작된 것은 올해 7월25일의 일이다. 현산 컨소시엄은 지난달 12일 2조5000억원을 매입가로 적어내면서 인수 우선협상대상자가 됐으며, 이틀 후인 14일부터 HDC그룹 내 각 부문 전문가로 구성된 인수 준비단을 발족시켰다. 양측은 구주 가격과 우발채무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한도를 놓고 협상을 이어갔고, 마침내 구주 매입가 3228억원에 통합 손해배상한도 9.9%에 각각 합의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인수금액 2조5000억원 중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할 2조1천772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 개선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아시아나항공의 자본금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1조1000억원에서 3조원 이상으로 늘어나고 660%의 부채비율도 300%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이후에는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방침에 따라 노선 경쟁력과 비용 효율성 등을 높여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특히 범현대가의 직·간접 지원을 받고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를 전망도 있다. 범현대가에는 현대오일뱅크, 현대중공업, 현대백화점 등 항공 물류 기능이 필요한 계열사가 많기 때문이다.

아울러 노후 항공기 정비와 부품 교체 등의 투자가 진행된다면 잦은 고장으로 인한 이미지 저하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본 불매운동의 여파로 일본 노선이 위축된 데다 단거리 노선에서 저비용항공사(LCC)와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숙제가 남아 있다. 즉, 투자와 구조조정이 이뤄진다 해도 수익성 개선이 단기간에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6월 말 기준 전체 항공기 84대 중 53대(63%)를 운용리스로 도입했으며,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에 임대해 주고 있는 총 32대의 항공기도 운용리스를 통해 들여온 것이다. 3분기 말 기준으로 아시아나항공의 리츠부채는 3조5000억원으로 부채의 절반을 차지한다.

아시아나항공 비행기 중 20년 이상의 노후 항공기 비중은 23%에 이른다. 국내 항공사 중 노후 비중이 가장 높은 것. 신영증권 박세라 연구원은 “금융리스를 통해 신형 항공기를 구매할 경우 초기 투자금은 높지만 이자비용 및 감가상각비 등 운항과정에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추가 구조조정도 예상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5월에 이어 지난달 20일에도 만 15년 이상 근속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은 바 있다. 다만 매각 후에는 주요 경영진을 비롯한 HDC측 인사가 대거 유입되면서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강도높은 구조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HDC그룹의 항공업 경험이 전무한 점, HDC그룹 계열사와의 시너지 여부도 아직은 지켜봐야 하는 부분이라고 투자자들은 말한다. HDC그룹이 오히려 과도한 재무적 부담과 경영 정상화 지연에 따른 지속적인 자금 투입 압박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재매각이 이뤄질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채상욱 하나금융 연구원은 “HDC-HDC현대산업-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아시아나IDT등의 지분구조 속에서 지주사인 HDC기준으로 볼 때 에어부산/아시아나IDT가 종손자회사라 지분 100%의 필요가 있어 아시아나의 자회사를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일정 자금 유입 효과도 기대되나 IDT의 경우 필수불가결한 회사인데다 ‘부산’을 향한 HDC그룹의 적극적 스탠스로 볼 때 에어부산 매각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채 연구원은 향후 HDC의 전망에 대해 “이제는 자본 2조, 자산 4.5조의 부동산기업으로 매년 약 영업이익 0.5조 이상을 낼 수 있는 별도기업이 아니라 자산 11조, 부채 9.6조원의 아시아나를 연결로 잡는 항공산업+부동산업이라는 복합기업으로 거듭났다”며 “아시아나 인수과정에서의 상각이나 대손 등의 추가적 불확실성도 존재하므로 현재로선 매각 이후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레스맨]

저작권자 © 프레스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