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걸친 검토 끝에 달한 결론이 “전례대로”···환경 단체·후쿠시마 어민 등 반발, 한일 관계 악화 우려도

(이미지: 경제산업성의 폐로(廢爐) 및 오염수 대책 포털사이트)
(이미지: 경제산업성의 폐로(廢爐) 및 오염수 대책 포털사이트)

일본 정부가 도쿄(東京)전력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에서 발생한 오염 처리수를 바다에 방류하거나 대기로 방출하는 방안을 사실상 확정했다. 경제산업성은 원전 오염수 처분을 방법을 정부에 제언하는 전문가 소위원회를 열어 이같은 정리안을 발표했다. 아사히신문은 위원회의 논의에서 별다른 이론은 제기되지 않았다며 3년에 걸친 검토 끝에 나온 방안이 결국 ‘전례’를 따르는 것으로 매듭지어졌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의 이같은 방안은 그간 한국 정부가 강하게 반대해 온 방식이어서 실제 원전 오염수를 처리하는 작업이 시행되면 한일 간 갈등이 더욱 심화될 우려가 있다.

24일 경제산업성의 발표에 따르면 전날 오염수처리대책위원회 전문가 소위원회는 오염수 처분 방안으로 ▲물에 희석시켜 바다(태평양)로 내보내는 해양 방류 ▲증발시켜 대기로 내보내는 수증기 방출 ▲ 두 방법을 병행하는 방안 등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전문가 소위원회는 초안 보고서에서 해양 방류는 일본 국내 원전에서 널리 이뤄지고 있다면서 국가가 정한 기준치 이하로 희석해서 바다에 흘려 보내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아사히신문은 위원들 사이에서는 “해양 방류는 사회적인 영향이 매우 크다는 점을 분명하게 적시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이미 가닥이 잡힌 방안을 뒤집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소위가 근거로 삼은 것은 ‘전례’로, 처분량 및 농도에 있어 “전례와 같은 정도의 범위 내라면 사회적 영향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환경 단체 등은 정상적인 원전에서 나오는 오염수와 방사성 물질 누출 사고를 일으킨 현장에서 나온 오염 처리수를 동일하게 볼 수 없다고 강하게 반대하는 입장이다.

어업에 종사하는 후쿠시마 주민들도 이미지가 나빠질 것을 걱정하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계속해서 육지에 보관해달라”, “생선이 팔리지 않게 될 것”이라며 정부의 안에 우려하고 있다.

21일 도쿄에서 열린 후쿠시마 피난민 교류회. 방사능피해 분야의 전문 변호사와의 개별 상담 등의 자리도 마련됐다.(사진=최지희기자)
21일 도쿄에서 열린 후쿠시마 피난민 교류회. 방사능피해 분야의 전문 변호사와의 개별 상담 등의 자리도 마련됐다.(사진=최지희기자)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과 함께 들이닥친 거대한 쓰나미로 인해 도쿄(東京)전력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에서 방사능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후쿠시마 지역의 피해 복구와 함께 피난민 보상 문제, 오염 처리수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사진=최지희기자)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과 함께 들이닥친 거대한 쓰나미로 인해 도쿄(東京)전력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에서 방사능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후쿠시마 지역의 피해 복구와 함께 피난민 보상 문제, 오염 처리수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사진=최지희기자)

소위에서 정리한 또 다른 방안인 수증기 방출은 고온에서 증발시켜 배기통을 이용해 상공으로 방출하는 방법으로, 소위는 대기중 방사능 오염도는 국가가 정한 기준치보다 낮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때 이같은 방법이 활용됐다는 근거도 덧붙였다. 그러나 수증기 방출은 오염수를 끓인 뒤 남은 방사성 물질을 다시 처리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 실현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용 문제를 감안하더라도 해양 방출에 더욱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소위는 방출 시기와 기간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가 책임지고 결정해야 한다”고만 언급했다. 초안 보고서에 따르면 방출 시작 시기와 연간 처리량에 따라 처분 기간이 달라질 수 있는데, 현재 보관량 등을 기준으로 할 경우 최소한 10년 정도는 걸릴 것으로 추산됐다.

한편 일본 정부가 ‘처리수’로 부르는 오염수는 원자로 내의 용융된 핵연료를 냉각할 때 발생하는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불리는 정화장치를 이용해 트리튬(삼중수소)을 제외한 방사성 물질(62종)의 대부분을 제거한 물이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처리한 오염수에도 인체에 치명적인 세슘-137, 스트론튬 등 방사성물질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채 남아 있어 방류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부지에는 현재 약 120만톤의 오염 처리수가 보관돼 있다.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향후 작업 공간 등의 부족으로 약 137만톤분까지만 탱크 증설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도쿄전력 측은 현재 배출 추이로 추산할 경우 2022년 여름 쯤에는 더이상 보관할 수 없게 돼 오염수 처분 대책을 서둘러 강구해야 한다고 일본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전문가 소위가 오염수 처분 일정 등에 대해 최종 의견을 내면 이를 토대로 처분 방법과 시기를 결정한다. 이어 원자력규제위원회가 일본 정부가 마련한 최종 처분 방안을 승인하면 도쿄전력이 이행하게 된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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