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의 난 현실화되나…우호지분 확대가 관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 반침에 반기를 들고 나서면서 이른바 ‘남매의 난’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조 전 부사장은 23일 법무법인 원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한진그룹의 현 상황에 대한 조현아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배포했다. 해당 자료에서 그는 ”조 회장이 최소한의 사전 협의도 없이 경영상 주요 사항들을 독단 결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선친인 조양호 회장이 생전에 가족이 협력해 공동으로 한진그룹을 운영해 나가라는 유지를 남겼지만 동생인 조원태 회장이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원은 또한 “조 전 부사장의 복귀 등에 대해 조 전 부사장과의 사이에 어떠한 합의도 없었음에도 대외적으로는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공표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조 전 부사장이 남동생에게 갑작스럽게 반기를 든 배경에는 조원태 회장이 누이의 경영 복귀를 미루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이 작용했다는 게 재계의 추측이다. 조 전 부사장의 복귀 시점은 조 회장 취임 후 처음 단행하는 이번 연말 정기 임원 인사가 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정작 임원 명단에 빠진 것이다.

조 전 부사장 측은 “한진그룹 주주이면서 선대 회장님의 산속인으로서 한진그룹의 발전을 적극 모색하기 위해 향후 다양한 주주들의 의견을 들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타 주주와의 연대를 통해 조원태 체제에 반기를 들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고 조양호 전 회장의 한진칼 지분 17.84%는 아내인 이명희 고문과 조원태, 현아, 현민 3남매가 각각 1.5:1:1의 비율로 상속받았다. 이로써 조 회장이 보유한 지분은 2.32%에서 6.26%로 늘어났으며 이 고문 지분이 5.27%, 조 전 부사장과 조 전무의 경우 각각 6.43%, 6.42%이다.

조 전 부사장의 입장 표명 사실이 알려지면서 재계의 이목은 그동안 한진가와 경영권 분쟁을 이어왔던 행동주의 사모펀의 KCGI에 쏠리고 있다. 다만 관계자들은 현재로 조 전 부사장이 KCGI와 직접 연대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전망한다.

호텔 부문에 관심을 두고 있는 조 전 부사장의 성향으로 볼 때 그가 경영 일선에 복귀한다면 그 대상은 칼호텔네트워크가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KCGI측에서는 한진그룹 호텔 사업부를 정리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어 둘 사이의 연대가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것.

오너일가와 KCGI에 이은 3대 주주 델타항공의 경우 조원태 회장 편에 서 있어 역시 조 전 부사장과 손잡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만약 조 회장과 델타항공이 연대하게 되면 둘의 지분이 16% 이상으로 KCGI를 넘어서게 된다.

조 전 부사장이 지분 확대를 위해 기타 주주와 연대한다면 그 후보로는 최근 지분을 늘린 반도건설 계열사(한영개발, 대호개발, 반도개발 등 6.28%)가 우선은 유력하다. 일각에서는 세 남매의 모친인 이명희 고문과 연합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무엇보다 조 전 부사장의 이번 입장 표명에는 모친 이명희 고문의 재가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이와 같은 시나리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 고문의 지분에 조 전 부사장의 지분과 반도건설의 지분을 합친다면 조원태 회장 측이나 KCGI에 충분히 맞설 만한 ‘총알’을 확보하게 된다.

그러나 오너 일가의 분쟁이 본격화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이들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 줄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또 차녀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표면적으로는 조원태 회장 입장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정확히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은 점도 변수이다. 만약 가족 간 분쟁이 격화되면 조 전무가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될 공산이 크다.

한진가 3남매 중 가장 활발하게 경영에 참여해 온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모든 직책을 내려놓았으며 3년 4개월 뒤인 2018년 3월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한 바 있다. 그러나 조 전 부사장은 복귀 불과 보름 만에 동생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물컵 갑질’과 오너 일가의 갑질 파문이 확산되면서 또 다시 물러났다.

한편 한진그룹 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번 논란이 회사 경영의 안정을 해치고 기업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며 “회사 경영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며, 국민과 주주 및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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