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희 1971~1997   경기 낙생농협 입사, 상무, 전무 역임1998~2008   낙생농협 조합장(3선)2003~2010   농협중앙회 이사(2선)2008~2015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3선)2016            23대 농협중앙회장선거 출마
이성희
1971~1997 경기 낙생농협 입사, 상무, 전무 역임
1998~2008 낙생농협 조합장(3선)
2003~2010 농협중앙회 이사(2선)
2008~2015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3선)
2016   23대 농협중앙회장선거 출마

지난 12월 12일에 “농정틀 전환을 위한 타운홀미팅 보고대회”에서 문대통령은 농어업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모두 농어민의 자손이다. 우리 민족의 정신과 뿌리도 농어촌에 있다. 대한민국 발전의 근간도 농어촌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농어촌은 피폐해지고 도시와 격차가 커져 온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이제 그 반성 위에서 농어업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고, 새로운 농어업시대를 열자. 농어민의 정직함과 숭고함에 대답해야 한다. 농어촌이 다시 대한민국의 희망이 된다는 것은 새로운 성장 산업으로서의 농어업만을 의미하지 않고 농어업에는 인간 생존의 장구한 역사가 함께하고 있으며, 그 안에는 미래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해답도 담겨있다.”

얼마전 언론에서 올해 국민소득이 작년 3만3천달러보다 조금 줄어들었지만 3만2천달러가 될 것이라 했다. 작년 기준으로 세계 24위 수준이다. 가히 잘사는 나라란 얘기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농민의 소득수준은 점점 뒤처지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다. 

불과 30여년전, ‘90년대 초반의 일이다. 「쌀 수입개방 반대 서명운동」이 42일만에 인구의 3할에 가까운 1,300만명의 서명을 이끌어 내어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 ‘신토불이’라는 단어가 전국민의 입에 회자되어 훗날 국어사전에 등록되었고, 모 가수가 부른 동명의 가요는 당시 인기 TV프로그램이었던 ‘가요톱10’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농산물시장 전면개방을 요구하는 UR협상 타결이 임박한 즈음이었다.

생각해 보면 당시 우리 농업의 경쟁력은 열악하기 이를 데 없었다. 쌀의 경우만 보더라도 생산성이 지금의 80%에 불과했고, 대부분의 작업을 인력에 의존하고 있었다. 싸전에서 되나 말로 퍼서 팔았는데, 브랜드라고 해야 정부미, 일반미, 아끼바레가 전부였고, 원산지는 경기미, 충청미 등으로 구분하는게 고작이었으며, 그나마도 산지나 무게를 속여 판다는 의심이 만연했다. 핵심작목이 이 수준이었으니 다른 농산물은 말할 것도 없었다. 선진국 농산물과 비교자체가 무색해, 농업붕괴의 우려가 팽배했던 것도 당연하다 하겠다.

UR협상이 타결된 이후 우리의 전략은 관세인하를 최대한 늦추고 그 기간 중 우리 농산물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었다. 고품질 품종과 농기계를 보급하고, 산지마다 농산물을 선별, 포장하는 유통센터를 설립했으며, 효율성과 식품안전성이 높은 유통시스템을 구축해 나갔다. 거칠게 요약하면, 믿을만한 브랜드를 가진 농산물, 소위 ‘얼굴 있는 농산물’의 생산·유통체계 구축이 지난 20여년간 추구해 온 방향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이처럼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양질의 농산물을 보다 손쉽고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의 발전은, 수입농산물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와 농협, 농업인들의 투자와 노력의 산물이지만, 그 성과는 국민 전체의 후생을 증가시켰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른 산업과 달리 농업은 국민의 먹거리를 생산·공급하는 가장 기초적인 산업이라는 점에서 당연한 결과라 할 것이다. 

안타까운 점은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작 당사자인 농민의 여건은 그리 나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90년 이후 농가가 구입하는 물품의 가격이 3배 가까이 오르는 동안, 농가가 판매하는 농산물의 가격은 2배 남짓 오르는데 그쳤다는 통계에서 알 수 있듯이, 수입농산물과의 경쟁은 우리 농산물 가격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 ’90년만 해도 도시가구와 비슷한 수준이었던 농가소득이 현재는 65% 수준으로 낮아져, 농촌인구 과소화의 결정적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그동안 체결된 FTA의 영향으로 관세는 계속 낮아질 것이고, 천혜의 자연조건, 또는 막대한 정부보조로 무장한 수입농산물과의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가 기초산업인 농업을 보호·육성해야 할 이유는 자명하다. 일본이 역사문제를 이유로 반도체 소재의 수출을 제한해 국내산업 육성대책을 서두르는, 아무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작금의 사태가 주는 교훈을 되새겨 봐야 한다. 한번 붕괴된 농업기반을 복구하는데는 제조업과는 비교할 수 없는 노력과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4차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농업, 블록체인을 활용한 농산물이력제, 지역에서 농업인과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로컬푸드, 농산물의 수급안정 시스템 고도화 등 새로운 시장환경 속에서 농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우려되는 점은 지금까지의 성과에 만족해 ‘이제 농업도 시장에 맡겨야 한다’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시장기능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못하며, 세계 어느 선진국들도 농업을 시장기능에만 맡기지는 않는다. 

시골에서 묵묵히 농사를 지으시면서 자식 뒷바라지를 하시는 “우리네들의 아버지 어머니가, 할아버지 할머니가 대한민국 농업이다”라고 정의를 해본다. 자식을 위해 평생 헌신을 하시고 정작 자신은 병들고 아프고 노년을 힘들게 보내는 농민을 보면, 이게 우리 농업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한다. 국가 근간산업인 제조업의 발전에 큰 힘을 보태고, 국민소득 3만2천달러의 잘사는 나라를 위해 우리 농촌, 농업, 농민은 희생하고 헌신하였지만 정작 우리 농업은 피폐해진 현실이 화가 나고 서글픈 것이다. 

대통령의 말처럼 농업은 단순한 산업의 한 영역으로서의 발전뿐만 아니라 그 안에는 미래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해답도 담겨있기에 우리 농업의 발전과 농촌의 풍요로운 환경을 위해 보다 많은 관심과 의지를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농민의 정직함과 숭고함에 이제는 우리가 대답해야 한다.

농민의 주름이 환한 미소로 바뀌기를 기대해본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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