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전문경영인…젊은 피 수혈에 방점
신세계와 현대백화점, 롯데 등 유통업계 ‘빅3’ 기업들이 일제히 세대교체를 단행하면서 새로운 수장들의 면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들은 모두 전문경영인(CEO) 출신의 50대 젊은 임원들이며 이례적으로 외부에서 영입된 인사도 포함됐다.
지난 2분기 사상 첫 적자사태를 겪은 이마트의 구원투수로 지목된 강희석 대표는 글로벌 컨설팅기업 베인 앤 컴퍼니 출신이다. 그는 68년생으로 전임 이갑수 대표이사와는 12살의 나이 차가 난다. 서울대 법학과 졸업 후 미국 와튼 수쿨에서 경영학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1993년 행정고시에 합격, 농림수산식품부 서기관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2005년 입사한 베인컴퍼니에서는 유통과 소비재, 항공 등 부분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대표의 영입은 최근 신세계의 e-커머스 사업 비중 확대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취임 1개월째에 접어든 그는 '기존점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투자를 강화하는 한편, 전문점 사업은 수익성을 중심으로 개편할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해 이마트는 초저가 상품전략에 더욱 속도를 붙이는 한편, 그로서리 매장 강화를 중심으로 기존 이마트 점포 30% 이상을 리뉴얼한다. 비효율 브랜드와 매출이 낮은 점포는 과감하게 정리하는 구조조정도 추진될 전망이다.
현대백화점에서는 이동호 부회장과 박동운 사장의 후임으로 김형종 한섬 대표이사가 새 사장 자리에 올랐다. 김형종 신임 대표는 2012년부터 올해까지 한섬 대표를 맡으며 8년간 패션업계에서 경력을 쌓아온 인물이다.
1985년 현대백화점에 입사한 김 대표는 현대백화점 목동점장, 상품본부장을 거쳐 한섬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한섬을 컨템포러리 패션의 대표주자로 만들면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부여해 능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백화점 근무 경력을 살려 콘셉트 스토어인 '더 한섬 하우스'와 VIP 서비스로 현대백화점과 한섬의 시너지를 이끌었다는 평가다.
한섬은 김 대표 체제 하에서 39개 브랜드와 국내외 4개 법인, 고용창출 1475명과 매출 1조3000억원 규모의 성장을 이뤘다. 그는 최근 글로벌 패션기업인으로 한국패션사업 발전과 글로벌 위상 제고에 크게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9 대한민국패션대상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20일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한 롯데그룹은 황범석 롯데홈쇼핑 상품본부장을 롯데백화점 대표로 임명했다. 강희태 현 롯데쇼핑 백화점부문 대표는 유통 계열사를 총괄하는 유통 BU(Business Unit) 수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황 전무는 부사장이나 사장 승진 없이 현재 직급 그대로 대표 직책을 달게 됐는데, 이는 백화점 대표는 사장급이 해 왔던 기존의 관행을 깬 인사이다. 롯데그룹의 한 관계자는 “황범석 전무는 롯데홈쇼핑에서 패션 상품 등을 개발하고 히트시킨 공을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한 홈쇼핑에서 우수한 실적을 올린 점, 그리고 강희태 신임 유통BU장과 백화점 후임자의 나이차나 세대교체도 고려된 인사로 추측된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황범석 전무는 1965년생으로 강희태 사장과는 6살 차이가 난다. 한양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롯데백화점에 입사한 그는 상품총괄팀장, MD전략팀장, NF(New Format) 부문장, 신규사업 부문 CP 프로젝트팀과 여성패션부문장 등을 역임했다. 2015년 정기 인사에서 홈쇼핑으로 배치된 황 전무는 인기 스트리트 브랜드인 ‘스타일난다’, ‘난닝구’ 등을 롯데백화점의 단독 상품군으로 유치시키는 등의 성과를 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들 빅3의 파격 인사와 관련해 "온라인으로 발길을 돌린 소비자들을 잡기 위해 상대적으로 젊은 피를 수혈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새로운 수장들이 유통업계의 위기를 어떤 방식으로 정면돌파할지 주목되고 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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