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해병'으로 신음하던 일본 근대화의 주역 가와사키시, 환경 선진 도시로 탈바꿈

가나가와 현 가와사키 시 연안부 공업지대의 야경 (사진=최지희기자)

일본 도쿄만(東京灣)에 접하고 있는 가나가와(神奈川) 현 북동부의 도시 가와사키(川崎) 시. 도쿄와 요코하마(横浜) 사이에 위치하고 있어 인구 감소로 골치를 앓는 여타 도시와는 달리 유입 인구가 계속해서 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가와사키 시는 독보적인 입지 여건 덕분에 일찍이 공업 지대로서 발달해 일본의 고도 성장을 견인해온 대표적인 산업 도시다. 서울의 4분의 1 정도되는144.35㎢ 면적에 153만명의 인구를 보유하고 있다. 

사실 가와사키 시는 ‘가와사키 천식’이라는 이름의 공해병이 존재할 만큼 대기 오염 지역의 대명사로 불리우던 시절이 있었다. 철강업체 등 중공업 공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오염 물질로 하늘은 늘 뿌옇게 흐렸으며, 나쁜 대기질로 지역민이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같은 산업화의 그늘로 남을 뻔한 가와사키 시가 현재는 ‘환경 선진 도시’로 완벽히 탈바꿈 해 일본을 선도하고 있다. 일본에서 가장 많은 연구개발(R&D) 기관 수를 자랑하는 데다, 인구 평균 연령 42.8세로 전국 광역 지자체 도시들 가운데 가장 젊은 도시이기도 하다.

과연 변신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가와사키 시 연안의 공업 지구를 찾아 확인해 봤다. 

철의 도시 가와사키, 그 100년의 역사를 간직한 ‘JFE스틸 동일본제철소 게이힌 지구’ 

JFE스틸 동일본제철소 게이힌 지구의 후판(厚板) 공장. 이곳에서 두꺼운 철판을 회전하는 롤러 사이에 끼워 넣고 늘리는 압연 공정이 이뤄진다. (사진=최지희기자)

동일본제철소 전체 연간 철 생산량 2천 6백만톤 가운데 702만m² 규모의 이곳 게이힌(京浜) 지구에서 생산되는 철의 양은 414만톤이다. 하루에 1t짜리 자동차 1만대를 제조할 수 있는 분량이다. 

공장 바로 옆으로 고속도로가 펼쳐지는 광경은 일본의 다른 제철소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수심 22미터의 깊은 바다와, 수도권과 직결된 고속도로를 끼고 있는 최고의 입지조건으로 일본의 근대화를 선도했다.

하지만 그 대가로 발생한 오염 물질은 가와사키 하늘을 잿빛으로 바꾸어 놨다. 대기 오염이 점차 심각해지자 1970년대에 들어 가와사키 시내에 있는 39개의 공장들이 대기오염방지 협정을 체결했고, 가와사키 시에서도 공해 대책 조례를 제정하는 등 백방으로 나섰다. 

이후에도 오랜 기간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한 시민들의 소송이 이어졌다. 결국 90년대 후반에 와 기업과 국가가 오염 책임을 인정하면서 화해에 이르렀다. 

이곳 게이힌 지구에서도 제철 공정 가운데 발생하는 일산화탄소를 회수해 이를 다시 발전에 사용하도록 하는 등 환경 오염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공장 전체 면적 가운데 15% 이상은 반드시 녹화 지대를 두도록 하는 법률 덕분에 곳곳에 우거진 나무들을 볼 수 있다. 

JFE스틸 동일본제철소 게이힌 지구의 사카모토 효로(阪本兵郎) 총무부 총무실장은 “가와사키에서 철을 만들어 온지 100년이 지났다. 앞으로도 100년간 이 지역에서 철을 만들어가고 싶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오래된 제철소인 만큼 어려운 점도 많다. 하지만 가와사키 시와 상담하면서 문제들을 해결해왔다. 앞으로도 그렇게 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전기로 바꾸는 곳, ‘쇼와텐코 가와사키 영업소’ 

쇼와덴코(昭和電工) 가와사키 영업소 공장의 모습. 이곳에서 서멀 리사이클 방식을 이용해 폐플라스틱을 수소로 만드는 작업이 이뤄진다. (사진=최지희기자)

인근에 위치한 또다른 공장인 쇼와덴코(昭和電工) 가와사키 영업소는 산업용 가스 등을 생산하는 일본 굴지의 기업이다. 가정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활용해 암모니아, 탄산, 수소 등을 생산하면서 환경 선도 기업으로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2015년에는 가와사키 시와 수소 사회 실현을 위한 포괄 협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일본 국내에서는 1년간 약 900만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발생되고 있는 가운데, 재활용률은 86%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하지만 재활용 방식으로 플라스틱을 소각 처리해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사용하는 ‘서멀 리사이클(Thermal Recycle)’이 전체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서멀 리사이클 방식은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로 인해 많은 수가 리사이클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

가정에서 버려진 폐플라스틱이 이곳으로 모인다. 쇼와덴코에서는 1년에 6만톤에서 7만톤 가량의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연료로 사용 가능한 가스를 생산해낸다.  (사진=최지희기자)

그러나 쇼와덴코 가와사키 영업소에서는 소각 방식이 아닌 ‘케미컬 리사이클(Chemical recycle)’ 방식, 즉 폐플라스틱을 탄화 수소 등의 성분으로 분해해서 재이용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자원의 재활용에 더해 탄산 가스 발생을 억제해 환경을 보전하는 방법이다. 1년에 6만톤에서 7만톤 가량의 플라스틱을 이러한 방식으로 재활용해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가스를 만들어 낸다. 일본의 가정에서 버려지는 플라스틱의 약 1%에 해당되는 양이다. 

1939년 창업해 오랜 기간 일본의 산업화를 뒷받침해오던 기업에서, 이제는 환경 오염 방지를 선도하는 첨단 기업으로 국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 

다 쓴 칫솔 제공해 전기 공급받는 호텔 ‘가와사키 킹 스카이 프론트 도큐 REI 호텔’

게이힌 공업지대 인근에 위치한 ‘가와사키 킹 스카이 프론트 도큐 레이 호텔’. 객실 등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쇼와 덴코’에 제공하고 있다. (사진=최지희기자)

한편 도큐(東急) 호텔이 지난 해 6월 가와사키 시에 개업한 ‘가와사키 킹 스카이 프론트 도큐 REI 호텔’에서는 칫솔 등과 같은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을 쇼와덴코에 제공하고 있다. 쇼와덴코 가와사키 영업소에서 만들어진 전기는 다시 이곳 호텔로 조달된다. 호텔에서는 전체 소비 전력 가운데 30%를 이러한 방법으로 공급받고 있다. 

‘창고’를 컨셉으로 한 호텔답게 실제 내부 마감재와 자재 등의 일부에 산업용 창고를 재활용해 사용하고 있다. 하네다(羽田) 공항에 인접해 있는 데다 도쿄디즈니랜드와도 가까워 일본 국내 여행객 및 출장객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곳이다. 내년에는 하네다 공항 국제선과 호텔을 잇는 다리가 건설될 예정이어서 외국인 관광객들도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창고를 컨셉으로 한 호텔답게 내부 마감재와 자재 등의 일부에 산업용 창고를 재활용해 사용했다. (사진=최지희기자)

“이곳에서 바라보는 야경이 자랑 중 하나”라며 안내하는 호텔 매니저를 따라 테라스로 이동했다. 깜깜한 밤하늘 아래 멀리서 반짝이는 도쿄타워의 자태가 선명했다. 악명 높던 대기오염의 도시에서, 환경 선진 도시, 나아가 관광 도시로의 발전까지 내다보는 가와사키 시의 저력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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