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부간 갈등 속에서도 한국 문학 꾸준한 관심···‘한국 문학 페어’ 인기

지난 10월 26일부터 27일 양일간 열린 일본 최대의 북 페스티벌인 ‘진보쵸(神保町) 북페스티벌’. 한국 문학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서점 ‘책거리’ 부스에 일본 독자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사진촬영=최지희 기자)
지난 10월 26일부터 27일 양일간 열린 일본 최대의 북 페스티벌인 ‘진보쵸(神保町) 북페스티벌’. 한국 문학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서점 ‘책거리’ 부스에 일본 독자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사진촬영=최지희 기자)

[프레스맨] 한국과 일본이 서로를 비난하는 모습을 보다 보면 닮은 부분도 있지만 완전히 다른 부분도 있다. 한국에는 없으나 일본에는 있는 모습, 바로 하나의 완벽한 장르로서 구축된 ‘혐한(嫌韓)’ 산업이다. 한국에서도 7월부터 8월 사이를 정점으로 해 현재까지도 반일 캠페인은 이뤄지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수출규제 조치 철회를 요구하는 메시지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특정한 현안이나 시기와는 관계없이 일정한 수요층을 기반으로 한 ‘혐한’ 컨텐츠가 지속적으로 생성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분야가 바로 출판 업계다. 혐한 서적 코너라는 이름까지는 내걸고 있지 않지만 이른바 ‘한국을 때리는’ 책만으로도 서점의 책장 하나를 꽉 채울 정도로 신작들이 끊이지 않고 쏟아진다. 심지어 이같은 책들은 잘 팔리기까지 해서 서점 입구와 같이 눈에 띄는 자리에 비치되기 마련이다. 한국에서 일제강점기의 징용과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부정해 논란이 된 책 ‘반일종족주의’가 판매 순위 수위를 기록하고 있는 현상과는 너무나도 판이한 모습이다.

그런데 이같은 ‘혐한책’들이 서점의 명당 자리를 꿰차고 있는 현상에 당당히 반기를 든 곳이 있다. 독자들을 현혹하는 왜곡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이웃 국가의 ‘진짜 얼굴’을 알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 한국 문학 페어를 연 서점이다. 한일 양국 정부의 대립이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질 않고 있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한국에 대해 친근감을 갖고 있는 일본 국민 역시 적지 않으며, 책을 통해 서로의 진심을 알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이 모인 곳이다.

‘ACADEMIA 구마자와(くまざわ) 서점 하시모토(橋本)점’의 ‘한국문학페어’ 코너. 서점측은 “호평에 힘입어 행사 기간을 연장했다”고 설명했다.(이미지: ACADEMIA 구마자와 서점 하시모토점 트위터)
‘ACADEMIA 구마자와(くまざわ) 서점 하시모토(橋本)점’의 ‘한국문학페어’ 코너. 서점측은 “호평에 힘입어 행사 기간을 연장했다”고 설명했다.(이미지: ACADEMIA 구마자와 서점 하시모토점 트위터)

대형 체인 서점인 ‘ACADEMIA 구마자와(くまざわ) 서점 하시모토(橋本)점’은 5월부터 10월말까지 한국 문학 페어를 열었다. 특히 인기를 끈 것은 김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이다. 일본에서 10월 현재 중판 12쇄, 14만 8천부 판매라는 한국 문학으로서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며 히트 중인 책이다.

한국 문학 페어는 원래 3개월짜리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양국 정부간 대립이 심화되자 “이럴 때일수록 지속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모아져 약 6개월간 행사가 진행됐다. 서점측은 “한국 문학 페어의 호평에 힘입어 기간을 연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진보쵸 북페스티벌’에 모여든 사람들의 모습(사진촬영=최지희 기자)
‘진보쵸 북페스티벌’에 모여든 사람들의 모습(사진촬영=최지희 기자)

한편 일본 최대의 북 페스티벌인 ‘진보쵸(神保町) 북페스티벌’이 열린 현장에서도 한국 문학의 인기는 돋보였다. 10월 26일부터 27일에 걸쳐 열린 행사에는 일본 내 대부분의 출판사가 부스를 만들어 자사 서적을 판매하고 홍보하는데 열을 올렸다. 이 가운데 한국 문학 서적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서점 ‘책거리(chekccori)’ 역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한국 여성 작가가 쓴 책 다 주세요”
일본인 남성 한 명은 평소부터 읽고 싶었던 책들이라며 행사 기간을 이용해 김남주 작가, 한강 작가의 서적 등 한번에 네 권의 책을 구매해 가기도 했다. 부스에 나온 서점 직원은 “한일 관계에 상관없이 한국 문학 작품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는 추세다. 오히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진짜 한국을 알고 싶다’는 수요가 생겨나는 것 같다”고 했다. 한국 문학이 중심이 된 페스티벌인 ‘한국 문학 페어’ 역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상대와의 갈등은 너무 가까운 사이일 수록 발생하기 쉽다. 상대를 너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할 수록 오해하게 되고, 기대하며, 상처받게 된다. 물론 가까운 만큼 공감할 수 있는 여지 또한 다른 어떤 상대보다 많을 수 있다. 조금은 마음의 여유를 갖고 찬찬히 서로의 모습을 바라볼 때가 바로 지금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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