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한일 양국 기업과 국민의 자발적 성금으로…한일 양측 모두에서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

5일 오후 와세다대를 찾아 강연중인 문희상 국회의장 (사진=최지희기자)
5일 오후 일본의 와세다대학교를 찾아 강연중인 문희상 국회의장 (사진=최지희기자)

[프레스맨] 주요 20개국(G20) 국회의장 회의 참석차 일본 도쿄(東京)를 방문 중인 문희상 국회의장은 5일 오후 와세다(早稲田)대 특별 강연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보상 문제의 해법으로 한일 양국 기업과 국민의 자발적 성금 지원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방안을 공식 제안했다.

한국 정부의 기존 해법인 ‘1+1’안은 한일 양국 기업의 공동 기금을 조성해 자금을 마련하는 방식이었다. ‘1+1’안은 일본 정부가 이미 거부한 바 있다. 문의장이 이번 강연을 통해 공개한 방안은 양국 기업에 더해 양국 국민의 자발적 성금을 ‘α’로 하는 이른바 ‘1+1+α’ 방안이다. 

문의장은 이에 더해 “현재 남아있는 ‘화해와 치유 재단’의 잔액 60억원을 포함할 것”이라며 “이러한 기금을 운용하는 재단에 한국 정부가 출연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화해와 치유 재단은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한일 위안부 합의 결과 일본이 출연한 10억엔(당시 약 100억원)을 바탕으로 설립됐다가 문재인 정부에 들어와 해산돼 잔여 기금 처리 문제 등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문의장은 이번 제안에 대해 “한국 국민의 피해와 아픔을 ‘한국’이 선제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대전제에서 출발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과거 우리 국민이 겪었던 고통을 국가가 나서 치유하며 나가야 할 때가 됐고, 대한민국의 국력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발언은 한국 정부의 출연을 열어 둔 발언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방안보다는 진전된 안으로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

특히 승소한 징용 피해자들에게 ‘위자료’가 지급된다면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이 대신 변제되는 것으로 보고, 민사적으로도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간주해 논란을 종결하는 근거로 삼자고 말했다. 

 “정권이 바뀌면 합의된 틀이 다시 부정될 우려가 있는 것 아니냐”는 와세다대 학생의 질문에 대해서는 “지금 제안하는 방안이 완벽한 것이라 주장하지는 않는다. 다만 모든 것을 포괄하는 최종적 안을 담았고, 이를 입법화해서 그 안에서 더이상 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법률로 정하자는 것”이라고 다시한번 강조했다. 

5일 오후 와세다대를 찾아 강연중인 문희상 국회의장 (사진=최지희기자)
이날 강연에는 약 300명에 가까운 와세다대 학생과 한일 양국 전문가, 언론인이 모였다. 강연 시작 전 소지품 검사까지 실시되는 등 삼엄한 경비속에서 행사가 진행됐다.(사진=최지희기자)

문의장의 이같은 제안에 대해 한일 양국의 전문가들은 한국 대법원의 판결과 한일청구권협정 모두를 양립할 수 있는 방안의 출발점으로 보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한국측의 최봉태 변호사는 “안에 대해서는 찬성이지만, 한국 국민입장에서 보면 부족한 부분도 꽤 있다. 정치・외교문제에 대한 인식은 있어 보이지만 인권문제라는 인식은 약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도쿄대교수는 “입법적 해결을 제시한 것은 좋지만 만들어진 법을 정책으로 행하는 것은 역시 행정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좀 더 앞에 나서서 존재감을 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일본 정부도 응하기 힘들어진다”고 제언했다.

한편 문의장은 이날  지난 2월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일왕을 ‘전범의 아들’로 칭하며 위안부 피해자에게 사죄할 필요성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 “다시 한번 나의 발언으로 인해 일본분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면 미안하다는 뜻을 전하고 싶다”고 재차 사과했다. 

이 과정에서 청중으로 참석한 일본 우익단체 ‘국민당’ 대표 스즈키 노부유키(鈴木信行)의 비서로 알려진 한 남성이 “천황폐하에게 머리 숙여 사과하라”며 소리를 질러 경호원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제2의 김대중-오부치 선언, 문재인-아베 선언을 기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이날 특강에는 와세다대 학생과 한일관계 전문가 및 언론인 등 약 300여명이 모여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반면 와세다대 주변은 우익 단체의 시위를 우려해 경찰의 삼엄한 경계 태세가 강연 내내 이어졌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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