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마이크로소프트, 덴츠, 일본제철 등 대기업들도 한정적 주4일 근무 실시···전문가 “오래 일하면 좋은 성과 낸다는 인식 바꿔야”

주말의 도쿄(東京) 시나가와(品川)역 신칸센 탑승 개찰구에 이용객들이 몰려 있다.(이미지: 최지희 기자)
주말의 도쿄(東京) 시나가와(品川)역 신칸센 탑승 개찰구에 이용객들이 몰려 있다.(이미지: 최지희 기자)

[프레스맨] 주말에 하루를 더 추가해 일주일에 3일을 쉬는 주4일 근무가 일본에서 점차 확산 중이다. 오랜 세월 굳어진 주5일 근무 체제가 주4일 근무제로 바뀌는 날이 과연 올 수 있을까.

도쿄도내의 사무실에 무인 편의점 설치 사업을 전개 중인 벤처 기업 ‘600’은 토요일과 일요일 뿐 아니라 평일의 한 가운데인 수요일도 출근을 하지 않는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지난 해 회사 문을 열 당시 임신 중이던 아내의 입덧이 심해 가정과 일을 모두 돌봐야 했던 구보케이(久保渓) 대표가 이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주4일 근무제로 방침을 정했다.

구보 대표는 “한 주의 정가운데에 휴일이 있어 생활에 활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600’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모두 20명 정도 직원 모집 공고를 낼 때마다 일과 사생활의 양립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들의 응모가 쇄도한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구보 대표가 일의 우선 순위를 정해두면 직원들은 ‘월화는 영업업무, 목금은 개발업무’와 같이 이틀 단위로 할 일을 설정해 해당 기간 안에 집중적으로 일을 끝낸다. 오후 6시가 되면 대부분의 직원들은 자신의 일을 마무리하고 퇴근한다.

풀타임 노동자를 대상으로 후생노동성이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매달 한 차례 이상 주4일 근무를 하는 사람의 비율은 9%였다. 업종별로는 운송업의 비중이 가장높은 가운데 다른 업종에서도 늘고 있어 10년 전과 비교하면 약 2배 가까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도쿄도 산업노동국이 실시한 2016년 조사에서는 도입을 원하는 노동시간 제도로서 ‘주4일 근무제’를 든 사람이 51.6%로 가장 많았다. 연령대별로는 20대에서 59.0%로 가장 높았다. 이처럼 주4일 근무를 반기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대기업들도 주4일 근무를 채택하고 나섰다.

도쿄 시나가와(品川)에 자리한 ‘일본 마이크로소프트’에 근무하는 30대 초반의 사원은 지난 9월에 인터넷 관련 자격 시험에 합격했다. 회사가 8월 한달에 한해 매주 금요일을 휴일로 정하면서 생긴 여유 시간 덕분이다. 육아 휴직에서 갓 복귀한 그는 여유 시간을 자격증 공부에 쏟았다. “일과 육아에 쫓기다 보니 이렇게 제대로 시간이 생기는 경우가 잘 없었다”고 말했다.

사측에서도 사원들이 효율적으로 일하면서 남은 시간을 자기계발 및 가족과 보내는 시간으로 사용하는 것이 업무에도 플러스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휴일은 늘었지만 8월 급료는 다른 달과 마찬가지로 지급했다.

이밖에도 대기업들 가운데 덴츠(電通) 역시 지난해부터 한 달에 한 번 주4일 근무를 하고 있다. 일본제철(日本製鉄)도 8월 한정으로 주4일 근무를 실시했다. 야후와 NEC 등도 육아 및 간호 등과 같이 가정 내 사정이 있는 사원들을 대상으로 주4일 근무를 허락하고 있다.

일본에서 가장 먼저 주말 이틀을 쉬는 주5일제 근무를 도입한 곳은 마쓰시타전기산업(현 파나소닉)이었다. 1965년 처음으로 주5일제를 시작하자 80년대에 접어들면서 타 기업들도 주5일제 근무를 실시하게 됐고, 관청에서도 90년대 초까지 주5일 근무제가 완벽히 자리잡게 됐다.

주오(中央)대학대학원의 사토히로키(佐藤博樹)교수는 주4일 근무의 확산 추세가 “오래 일하면 좋은 성과를 낸다”는 인식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일본의 작업 환경에 변화를 가져다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아사히신문에 “잔업에 의존하는 기업의 체질을 바꿔  불필요한 업무를 20%정도 줄이는 것이 전제다. 맞벌이 가구가 늘면서 일하는 방식이 다양화하고 있는 가운데 일과 여가에 대한 생각도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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