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끊이지 않는 일본…개발 회사 “VR체험 통해 서로의 입장 이해”

VR을 통한 가상 체험 장면. 해당 장면은 부하 직원이 바라보는 상사의 모습이다. (이미지: 졸리굿 홈페이지)

(도쿄=프레스맨) 최지희기자 = 일본의 가상현실(VR) 기술 개발 회사가 직장 내 괴롭힘 상황을 VR로 재현해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졸리굿(JOLLY GOOD)’이라는 이름의 이 회사는 직장에서의 교육 및 회식 등의 설정 상황에 맞춰 상사와 부하의 시선을 바꿔가면서 가상 체험을 경험할 수 있는 드라마 8편을 만들었다. 직장 내 괴롭힘의 난이도를 100%, 50%, 10%의 3단계로 설정했다. 

예를 들어 회사 영업팀의 상사가 “팀워크를 향상시키기 위해 일주일에 한번 회식을 열자”라고 세 명의 부하 직원들에게 제안을 한다. 상사의 시선으로 비춰지는 화면에서는 부하 직원 중 한 명이 “일주일에 한번은 너무 자주 아니냐”고 얼굴을 찌푸린다. 그러자 상사는 “강제는 아니다”라고 덧붙인다. 상사의 입장에서 보면 부하 직원의 반응은 “협조성이 없는 직원”으로 느껴질 수 있다.

상사의 시선으로 바라본 부하 직원의 모습 (이미지: 졸리굿 홈페이지)

이번에는 부하 직원의 시선으로 화면이 바뀐다. 상사의 입에서 회식 제안이 나오는 상황에서 주변을 둘러보자 직원들 모두가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다. 상사가 “강제는 아니다”라고 했지만 그의 얼굴에 웃음기는 사라져 있다. 이같은 상사의 표정과 말투는 세 명의 직원들에게 위압감으로 전해져 온다.  

‘졸리굿’ 사업책임자는 “이 장면은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하기에는 미묘한 50% 정도 수준의 케이스다. 상사는 자신의 표정이 부하 직원들에게 실질적인 압박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다. 양측의 입장을 모두 체험해 봄으로써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고 해설했다. 

개발 회사는 2020년부터 기업에 의무화되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책의 하나로 경영직 및 관리직이 부하직원의 시점이 되어 보는 체험을 VR 기술을 통해 체험해 봄으로써 상대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미지: 졸리굿 홈페이지)

이 외에도 인사서비스회사 ‘SB액트워크’가 실험중인 시스템은 “상사는 필요한 때에 연락해도 되는 존재인지”, “상사는 세부 사항까지 과도하게 참견하는지”와 같은 질문을 던진 후, 이에 대한 대답 분석을 통해 해당 직장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할 가능성을 AI를 이용해 예측한다. 사측은 해당 서비스를 내년부터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담당자는 “경험이나 추측에 좌우되지 않고 리스크를 객관적으로 점수화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는 최근 기업들에게 직장 내 괴롭힘 방지책 마련을 의무화 하는 법안을 제정한 바 있다. 법안에 따라 대기업은 내년 4월부터, 중소기업은 2022년 이후부터 직장 내 괴롭힘 방지책을 의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사업주에게는 괴롭힘 피해 상담을 요청한 노동자에게 해고 등의 불이익을 주지 못하도록 했다. 

다만 괴롭힘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기업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구체적인 금지 행위와 벌칙 규정은 법안에 포함되지 않아 실효성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이 밖에도 정부가 나서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책으로 지난해부터 사회보험노무사를 무료로 파견해 사내 규정 정비 등을 돕고 있다. 하지만 실제 대상이 되고 있는 곳은 2년간 전국에 250사 정도로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민사소송을 비롯해 자살 등과 크고 작은 사건들이 끊이질 않고 있는 가운데, VR을 통한 가상 체험이 직장 내 괴롭힘을 줄여주는 묘책으로 자리할 수 있을지 궁금증이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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