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태풍 등 재해시 애완동물과 함께하는 피난 생활 위해 개발

재해 상황과 같은 비상시에 어른도 어린 아이도 애완동물도 함께 먹을 수 있는 비상식량 ‘소나에’ (이미지: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Readyfor’)

(도쿄=프레스맨) 최지희기자 = 어린 아이도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도 함께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비상식량을 개발한 일본인이 있다. 오사카(大阪) 하비키노(羽曳野)시에서 육류 가공품을 판매하는 ‘야스이(安井) 상점’의 야스이 아키히코(安井明彦)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야스이씨가 ‘소나에(일본어로 ‘준비’를 의미)’라는 이름의 비상식량을 개발하게 된 계기는 작년 9월 일본 간사이(関西) 지역을 휩쓸고 간 제21호 태풍 ‘제비’였다. 

일본 열도에 상륙한 태풍 ‘제비’의 당시 위력은 간사이공항과 오사카 지역을 연결하는 다리를 부술만큼 강력했다. 강풍에 밀린 대형 유조선과 충돌해 심하게 손상된 연락교는 무려 7개월간의 복원공사 끝에 최근 다시 개통되기도 했다.  

야스이 상점의 대표 야스이끼와 애완견 ‘사쿠라’ (이미지: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Readyfor’)

야스이씨의 가게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창문이 모두 깨지고 옥상과 베란다도 파손돼 엉망이 됐다. 불행 중 다행으로 그의 집은 무사했지만, 만일 집마저 태풍의 직격탄을 맞았다면 야스이씨 역시 애완견 ‘사쿠라’를 데리고 피난을 떠나야 했을 상황이었다. 

악몽같던 그날을 떠올리며 야스이씨가 착안한 것은 언제 재해가 닥쳐도 가족 모두가 먹을 수 있는 ‘비상식량’ 마련이었다. 그는 마이니치신문에 “애완동물이나 아기를 키우는 집에서도 이것 하나면 버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야스이씨는 과거 애완동물이 있는 가정의 방재 대책에 관심을 갖고 ‘애완동물재해위기관리사’ 3급 강좌를 수강한 적이 있다. 공부를 통해 피난소에서 애완견 및 애완묘용 식사가 부족한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비상식의 메인 식재료는 알레르기 성분이 낮아 애완동물에게 적합한 말고기다. 영양사 및 수의사로부터 조언을 받아 현미, 치즈, 양배추, 당근, 버섯 등 12가지 종류의 재료를 잘게 잘라 말고기와 함께 섞은 시험작을 완성시켰다. 

‘소나에’에는 말고기, 현미, 치즈, 양배추, 당근 버섯 등 12가지 종류의 식재료가 들어간다. (이미지: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Readyfor’)

야스이씨가 만든 시험작을 애완견 ‘사쿠라’는 금방 먹어 없앴다. 부드러운 리조토와 같은 식감에 무첨가 식재료, 담백한 간으로 이유식 대용으로도 손색이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편 일본 환경성에 따르면 전국 각지의 사정을 반영해 만든 ‘지역방재계획’에는 지정 피난소의 애완동물 동반 가능 유무가 표시되어 있지 않은 곳이 많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2016년 구마모토(熊本)지진 당시에는 실제로 애완동물용 구호물자 부족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야스이씨는 마이니치신문에 “재해가 발생하면 성인용, 유아용, 애완동물용 식사를 일일이 구분해 확보하는 것이 어렵다. 하지만 ‘소나에’가 있으면 손쉽고 빠르게 ‘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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