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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갈등 속에도 日잡지는 ‘한국 특집’ 일색···“한국에 빠졌다”
한일 갈등 속에도 日잡지는 ‘한국 특집’ 일색···“한국에 빠졌다”
日잡지 ‘문예’ 창간 86년만에 ‘한국페미니즘’ 특집으로 3쇄 증판···틴에이저 여성잡지는 앞다퉈 ‘한국패션’ 특집
  • 도쿄=최지희 기자
  • 승인 2019.08.23 12:2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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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프레스맨) 최지희기자 = 동네 서점 두 곳을 돌아봤지만 실패였다. 마을 구립도서관 잡지 코너를 노렸으나 이 역시도 이미 누군가의 손에 들어간 뒤였다. 볼일차 들른 롯본기(六本木)에서도 혹시나 싶어 서점을 찾았으나 매진이었다. 출판사 홈페이지를 검색하자 아니나 다를까 ‘품절’ 표시가 떠 있다. 일본 계간 문예 잡지 ‘문예(文藝)’의 얘기다.

잡지 ‘문예’는 ‘한국 페미니즘’ 특집으로 1933년 창간 이래 86년만에 3쇄를 찍었다. 출판 업계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혀를 내두른다. 문예지의 증쇄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문예’의 출판사 ‘가와데쇼보(河出書房)신사’ 측에 따르면 2쇄는 예약된 부수만으로 완판을 이뤄냈다. 초반 8천부, 2쇄 3천부, 3쇄 3천부를 찍었다.

창간 86년만에 ‘한국페미니즘’ 특집으로 3쇄를 찍은 일본 잡지 ‘문예’. 이번 가을 특집은 단행본으로도 만들어질 예정이다. 11월 간행을 앞두고 있다.(이미지: 가와데쇼보신사 홈페이지)
창간 86년만에 ‘한국페미니즘’ 특집으로 3쇄를 찍은 일본 잡지 ‘문예’. 이번 가을 특집은 단행본으로도 만들어질 예정이다. 11월 간행을 앞두고 있다.(이미지: 가와데쇼보신사 홈페이지)

놀라운 인기를 실감 중인 ‘문예’ 2019년 가을호의 특집은 ‘한국·페미니즘·일본’이라는 타이틀로 출간됐다. 일본에서도 베스트셀러에 오른 ‘82년생 김지영’의 저자 조남주, 나오키상 작가 니시 가나코(西加奈子) 등 한일 작가 10명의 단편작품 소개가 중심이다. 여기에 일본 내 한국문학 열풍을 불러온 장본인 사이토 마리코(斎藤真理子)와 일본을 대표하는 번역가 고노스 유키고(鴻巣友季子)의 대담집, 에세이 등이 수록되어 있다.

출판사에 따르면 발매전 목차를 공개하는 단계에서 이미 SNS를 중심으로 화제를 일으켰고, 발매 첫날부터 수많은 서점들로부터 추가 주문이 속출했다.

출판업계 관계자는 프래스맨의 취재에 “일본 여성들은 세계적인 ‘미투 운동’에도 일본 사회분위기상 페미니즘 컨텐츠에 소극적이거나 무관심한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82년생 김지영’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짚었다. 그는 “놀라운 것은 남성구매자들도 상당하다는 점”이라고 소개하면서 “한국 소설이 일본 독자들의 갈증을 풀어주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일본 인터넷 신문 ‘네토라보’와의 인터뷰에 응한 ‘문예’지의 사카가미 요코(坂上陽子) 편집장은 이번 특집을 꾸민 계기는 역시 ‘82년생 김지영’이었다고 밝혔다. 일본에서 번역 문학이 이렇게 팔린 적은 10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일이었기에 편집부 내에서도 화제가 됐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사카가미 편집장은 일본 문학계에 부는 ‘페미니즘 열기’에 대해 “개인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페미니즘에 한정되지 않고 중요하다고 본다. 지금 분위기가 무르익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아직 일본은 마초적인 사회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여중생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잡지 ‘니콜라’는 여름방학 특집인 9월호에 한국 특집을 실었다.(이미지: 잡지 니콜라)
여중생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잡지 ‘니콜라’는 여름방학 특집인 9월호에 한국 특집을 실었다.(이미지: 잡지 니콜라)

한편 20만부를 발행하는 틴에이저 대상 월간지 ‘니콜라’의 한국 특집호 인기도 빼놓을 수 없다. 같은 시기에 발매된 ‘JJ’, ‘S Cawaii’도 한국 특집으로 꾸려지는 등 여성잡지도 한국 사랑 일색이다. 이들 가운데는 ‘한국 이주’에 관한 기획 기사까지 실은 곳도 있다.

8월 1일자로 발매된 ‘니콜라’9월호는 처음으로 한국 현지를 방문해 취재 및 촬영이 이뤄졌다. 유명 여성 모델들이 한국의 명소를 방문해 패션, 화장품, 먹거리, 문구류 등을 소개하고 있는데, 발매 2주만에 전체 판매분의 64%를 기록하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도쿄 시부야(渋谷)의 스트리트 패션을 소개하는 면에는 패션 감각이 뛰어난 젊은 여성들을 찾아 ‘한국스러운 얼굴’로 싣고 있다.

‘니콜라’ 9월호에서 서울 가로수길과 한남동의 스트리트 패션을 소개하고 있다.(이미지: 잡지 니콜라)
‘니콜라’ 9월호에서 서울 가로수길과 한남동의 스트리트 패션을 소개하고 있다.(이미지: 잡지 니콜라)
‘S Cawaii’ 가을호는 1권 전체가 한국 특집이다. 한국의 인기 걸그룹 ‘아이즈원’이 표지를 장식하고 있다.(이미지: 잡지 에스카와이)
‘S Cawaii’ 가을호는 1권 전체가 한국 특집이다. 한국의 인기 걸그룹 ‘아이즈원’이 표지를 장식하고 있다.(이미지: 잡지 에스카와이)

‘니콜라’의 주요 독자층은 일본의 여중생들이다. 여름방학 기간에 발간되는 9월호에 ‘한국 특집’을 실은 것은 그만큼 여중생들 사이에서 한국의 유행에 민감하다는 뜻이다. 고지마도모카(小島知夏) 편집장은 일본 매체 ‘비지니스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예전에는 하라주쿠(原宿)의 다케시타(竹下) 거리가 유행의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한국 문화의 마을 ‘신오쿠보(新大久保)’가 그 중심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8월 7일 발매된 ‘S Cawaii’ 가을호는 1권 전체가 한국 특집이다.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것은 한국에서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걸그룹 ‘아이즈원’. ‘JJ’ 9월호에는 한국 서울의 여성 패션 스냅 사진을 특집으로 싣고 있다.

출판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대한 수출관리강화로 한국에서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일어난다지만, 적어도 출판업계에서 한국은 지금 가장 뜨거운 소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일본의 젊은 세대에게 있어 한국 문화는 ‘유행’이 아니라 ‘고정화’된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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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uts 2019-08-26 13:09:31
일본에서도 반아베층 비율 높은 걸로 안다. 다만 그와 맞먹게 예전 우익들이 외치던 혐한에 공감하는 일본인들도 늘어가고 있다는 점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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