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프레스맨) 윤이나기자 = "일본을 되찾자(日本を取り戻す)"라는 선거구호와 함께 2012년 말 재집권에 성공하며 출범한 제2차 아베 내각은 일본정부의 양적완화와 재정확대를 앞세워 지속적인 경제호황과 실업률 감소를 이끌어냈다. 이로인해 아베의 경제정책, 이른바 '아베노믹스'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끝냈다는 평가와 더불어 특히 청년층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일본에서 '아베노믹스'의 허황된 실상을 지적하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히토츠바시(一橋) 대학 명예교수이자 와세다(早稲田) 대학 비즈니스·파이낸스연구센터 고문을 역임중인 노구치 유키오(野口 悠紀雄) 교수는, 일본의 경제전문매체 ‘현대비즈니스’의 기고문을 통해 아베노믹스 6년 동안 세계 경제에서 일본의 지위는 오히려 저하됐고 특히나 중국과의 격차가 크게 확대됐다고 비판했다.

노구치 교수는 아베노믹스 6년간 일본경제가 순조롭게 성장했다는 많은 사람들의 인식이 잘못된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에 따르면 아베노믹스 이후 일본의 명목 GDP(국내 총생산)는 2012 년 495 조원에서 2017 년 547 조원으로 10.4% 증가했고, 실질 GDP는 495조엔에서 532조엔으로 7.4% 증가했으나, 달러 기준으로 환산하면 엔화 약세의 영향으로 6.2조달러에서 4.9조달러로 오히려 21.5% 감소했다.

반면 주요국들은 일본을 뛰어넘는 성장률을 보였다. 미국의 경우 명목 GDP는 16.2조 달러에서 20.4조 달러로 20% 증가했고, 중국은 8.6 조달러에서 12조달러로 40%나 증가했다. 그 결과 일본과의 격차는 미국이 2.6배에서 4배, 중국은 1.4배에서 2.5배로 확대됐다. 

달러 기준 미국·중국·일본의 명목 GDP 추이 (2012년~2017년), 단위: 10억달러, 출처: IMF
달러 기준 미국·중국·일본의 명목 GDP 추이 (2012년~2017년), 단위: 10억달러, 출처: IMF

노구치 교수는 이처럼 아베 노믹스 6년간 일본과 세계 주요국, 특히 중국과의 관계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대다수의 일본인은 이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실제로 아베 집권 기간 동안, 중국은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 거대 신흥 기업이 부상하며 각각 e커머스,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서칭과 AI기술에서 세계적 지위를 얻은 것은 물론, 핀테크 분야에서도 중국기업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국제회계사무소 KPMG와 벤처캐피탈 H2 Ventures가 발표하는 ‘핀테크 100’ 리스트에 따르면 2014년 상위 100대 기업에 포함된 중국 기업은 1개에 불과했지만 2017년엔 핀테크 분야 상위 10개사 중 중국기업이 5개를 차지하며 미국의 3개보다 우위를 보였다.

통신장비 분야에서도 일본은 한국, 미국, 중국에 밀려 맥을 못추고 있다. 미국의 조사 기관인 IDC에 따르면, 2018 년 전세계 스마트폰 출하 대수 점유율은 1위 삼성(20.8%), 2위 애플(14.9%), 3위는 중국의 화웨이(14.7 %)였다.

노구치 교수는 중국기업이 IT는 물론 AI, 핀테크, E커머스, 5G 등 새로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동안, 아베는 의미 없는 금융 완화 정책을 펼치며 구조 개혁과 규제 완화를 외쳤지만, 4차 산업에서 이렇다 할 기업의 육성에 실패했다고 비판한다. 

오히려 지금까지 일본의 주력 산업이었던 제조업 분야에서조차 일본 기업의 쇠퇴가 눈에 띈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제조기업인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는 2019 년 5월에 국내외 13개 공장에서 장기 생산 중단을 단행했으며, 그룹 직원의 5%에 해당하는 1000여 명의 희망 퇴직을 모집했다. 도시바(東芝) 는 메모리 사업부를 2017년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탈, SK하이닉스 등이 속한 한미일연합에 매각했다.

세계 경제를 호령하며 미국 조차 위협하던 과거 일본의 영광을 되찾고자 단행한 강력한 양적완화 정책 '아베노믹스'는 경기활성화라는 반짝 효과를 봤다. 그러나 결과는 GDP대비 국가채무비율 1위(238%, 부채액 1경 3천조원)이라는 오명 뿐, 실상은 1위 미국과 더 커진 격차, 턱 밑까지 쫒아온 한국의 추격은 물론이고, 이제 더이상 인구수와 규모에 밀릴 뿐이라는 변명도 통하지 않는 중국의 질적성장을 마주한 상황이다.

노구치교수의 주장처럼 아베노믹스의 허황된 실상이 일본이 국제사회를 리드하는 선진국에 걸맞지 않게 주변국과의 갈등이 끊이질 않는 조급함으로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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