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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한일 관계에도 변치않는 우정, 한국과 쓰시마섬
최악의 한일 관계에도 변치않는 우정, 한국과 쓰시마섬
취소 위기 딛고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 행사 올해도 열려…30년 이상 이어진 쓰시마(対馬)와의 우정 
  • 도쿄=최지희 기자
  • 승인 2019.08.08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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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쓰시마시에서 열린 조선통신사 재현 행렬 (이미지: 부산문화재단 홈페이지)

“정말 잘 와 주셨습니다. 본고장의 음악과 춤이 있으니 행렬의 멋이 한층 살아나네요”

(도쿄=프레스맨) 최지희기자 = 뜨거운 태양볕 아래 길가로 모여든 관객들은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참가를 결심한 한국측 참가자들을 향해 환한 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가족과 함께 쓰시마를 여행중인 한국인 남성 역시 “한일 관계가 나빠서 규모가 줄어들었다고 들었다. 그렇지만 지역 교류를 계속해서 이어가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며 환영했다. 

1965년 한일 국교 수립 이후 최악의 관계라 일컬어질 만큼 위기에 처한 한일 관계 속에서 쓰시마섬 ‘조선통신사 행렬’ 재연 행사가 4일, 취소의 위기를 딛고 예정대로 치러졌다. 나가사키(長崎)현 쓰시마시 ‘쓰시마 이즈하라(嚴原)항 축제’의 일환으로 ‘조선통신사’, 즉 조선시대 국왕의 명의로 일본에 보냈던 공식 외교 사절의 행렬을 재현한 행사가 한국측 참가자 약 50명을 포함한 3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됐다. 

쓰시마시와 부산시의 꾸준한 교류 덕분에 조선통신사에 관한 자료가 유네스코 세계기억유산 등재로 이어지기도 했기에 양측의 관계자들의 애착은 특별하다. 그러나 지난 7월 23일, 부산시장이 일본과의 교류를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한국측의 참가가 어려운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조선통신사 행사는 현재 부산시 산하 부산문화재단이 주관하고 있다. 

조선통신사 행렬 재연 행사가 중단 위기에 이르자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바로 한국측 유지(有志)들이었다. 부산시와 쓰시마시의 교류에 오랜 세월 관여해온 강남주 전 부경대학교 총장이 부산시장을 설득해 참가 허락을 얻어냈다. 한국측 참가자들은 도쿄신문에 “행렬 참가로 인해 한국 국내에서 역풍이 불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결과적으로 잘 진행되어서 다행이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2018년 8월 쓰시마시에서 열린 조선통신사 재현 행렬 (이미지: 부산문화재단 홈페이지)

쓰시마섬의 조선통신사 행렬은 1980년 시작돼 매년 8월 여름이면 행해지는 한일 민간교류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해왔다. 2012년 쓰시마 관음사에서 도난당한 불상이 한국으로 반입된 사건으로 인해 2013년과 2014년에 행렬 재현이 취소된 것을 제외하고 30년 넘게 이어져오고 있다. 

한편 쓰시마섬은 한국의 일본 여행 자제 움직임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쓰시마관광물산협회 에구치 사카치(江口榮) 회장은 도쿄신문에 “한일 대립이 장기화되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불안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쓰시마를 찾은 한국인 관광객은 사상 최대인 약 41만명을 기록했던 만큼, 현재의 상황이 쓰시마 지역 경제에 가져다 주는 타격은 엄청나다.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 행사의 마지막인 ‘국서(國書) 교환식’ 장면 (이미지: 부산문화재단 홈페이지)

쓰시마에서 일본식 전통 숙박시설인 료칸을 운영하는 구마모토(熊本) 씨는 “7월 이후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의 숙박 예약 취소가 이어져 올해 축제 기간에 숙박객이 ‘제로’가 됐다”며 “료칸 운영 50년동안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숙박객들이 다시 찾아올지 모르겠다”고 걱정스러워 했다.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 행사의 마지막 ‘국서(國書) 교환식’에서 야마구치 마사루(山口勝) 육상자위대 쓰시마 주둔지 사령관은 “조선통신사의 성신교린(誠信交隣:성의와 믿음으로 사귄다는 뜻) 정신을 동아시아와 세계에 함께 펼쳐 나가자”고 말했다.

정사(正使) 역할을 맡은 부경대 남송우 명예교수는 이에 화답하며 “여러분에게 부산시민의 진정한 우정을 전달하기 위해 찾아왔다”며 “문화의 힘이야 말로 정치적, 경제적 갈등을 해결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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