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게만 굽 있는 구두 강요하는 분위기에 반기
‘#KuToo(구투)’ 운동이 일본에서 주목받고 있다. 여성들이 직장에서 굽 있는 펌프스를 신도록 강요 받는데 대한 저항 운동으로, 일본식으로 발음하면 ‘구츠’가 된다. 성희롱 등의 성적 피해를 고발하는 ‘#MeToo(미투)’와, ‘구두’(일본어로 ‘구츠’)와 ‘고통’(일본어로 ‘구츠-’)을 합해 만든 조어다.
‘#KuToo’ 운동이 처음 시작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장례식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배우 이시카와 유미(石川優美) 씨가 지난 1월 트위터를 통해 “왜 발에 상처를 입어가면서 일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한 찬반 의견이 쏟아지면서 #KuToo 라는 해시태그가 생겨났다.
이후 이시카와 씨는 인터넷 상에서 서명 운동을 시작했다. 이달 3일에는 후생노동성에 약 1만 8,880명에게서 받은 서명과 요청서를 제출했다. 기업이 여성들에게만 펌프스 착용을 의무화하는 등 차별적인 대우를 적용하는 것은 성차별 혹은 젠더 하라스먼트(Gender harassment)에 해당하며, 이를 금지하는 법규정을 만들어 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실제 여성들의 구두 굽 높이를 지정하거나 펌프스 착용을 강요하고 있는 일본 기업은 얼마나 될까.
유니폼을 입고 접객을 하는 업계 가운데 주요 기업 약 20군데를 아사히신문이 취재한 결과, 반수 이상의 기업들이 신발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었다. 호텔 및 항공 업계 중에서는 “구두 굽은 약 3에서 5센티미터, 폭은 4센티미터 정도를 권장한다”와 같이 굽의 세세한 사이즈까지 정해 둔 곳도 있었다. 스니커즈 운동화를 신을 때는 ‘이장(異装・색다른 옷차림)계’라고 하는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곳도 있었다.
물론 자신이 바람에 의해 높은 굽이 달린 신발을 신는 사람도 있다. ‘#KuToo’ 운동을 전개하는 이들은 이같은 개인의 취향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여성들에게만 굽이 있는 구두를 신고 다니도록 강요하는 직장이 있다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라는 것이다.
펌프스 착용을 ‘매너’의 문제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굽이 있는 구두를 장기간 신을 경우 무지외반증(엄지발가락이 둘째발가락 쪽으로 굽는 증상)과 요통 등 심각한 건강상 문제가 발생하는 것도 사실이다. ‘#KuToo’ 운동에 참여하는 이들은 “굽 달린 구두가 업무 내용과 정말로 연관이 있는 것인지, 꼭 필요한 것인지, 여성들이 플랫 슈즈를 신어서는 안되는 것인지”에 대한 물음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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