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측, 비서실 커진 바 없고, 새노조는 인정 안 해…삼성식 경영 보인다?

KT(회장 황창규)가 올해도 창립기념일인 6월 1일을 조용히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33번째 맞는 생일이자 황창규 회장이 취임한 이후 처음 맞는 창립일이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조용한 창립기념일을 보낸 것은 아닌 것 같다. KT 관련  노조 관계자들에 따르면 황 회장의 KT는 점점 더 삼성화돼 가고 있는 준비를 '비서실'을 통해 만들어 간다는 내용을 제보했다.

KT의 가장 큰 삼성화는 주 요직에 삼성 출신 인사를 등용하는 것 이외에 '비서실'을 확대 개편한 것이다.

이에 대해 KT 새노조 이해관 위원장은 "KT는 매우 복잡한 이해 관계자들을 배려하는 의사결정이 요구되는 업종인 만큼 내부전문가들 중심의 투명한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필요한 것인데 비해 '비서실' 강화는 이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KT 관계자는 "비서실은 확대되지 않았고, 이전과 유사한 수준"이라면서도 "현재 비서실의 규모는 밝힐 수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관련업계과 일부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 KT 비서실(실장 전무 구현모)은 비서팀 5명, 전략담당 10명, 재무담당 8명, 그룹담당 7명, 그룹홍보 CFT 4명 등으로 확대됐다.

모두 35명이나 되는 비서실은 전무 2명, 상무 1명, 상무보 2명으로 그 격 또한 높여놨다. 팀장은 상무급, 그리고 팀별 팀원은 모두 부장급으로 사원급은 없다.

이렇게 구성된 비서실은 과거와 전혀 다르다. 이는 비서실이 그룹 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일종의 관제탑 역할 즉, '계열사의 자금 흐름이나 사업현황을 한눈에 파악하겠다'는 논리다.

참고로 전임 이석채 회장 당시만 해도 비서실은 상무급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실무진 3명 정도에 불과했다.

이를 근거로 하면 황 회장이 새로 구성한 비서실이 과거의 단순 CEO 보좌역할의 비서실과는 전혀 다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 역할 또한 KT 그룹 전체의 전략을 구상하고 돈의 흐름을 파악하고, 또 BC카드와 같은 이질적인 수십여 개의 자회사를 일사불란하게 관리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여진다.

앞서 밝혀진 바대로 계열사 KT ENS 사기 대출 사건은 모기업격인 KT의 자회사 관리가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보여준 결과다.

그래서 나온 것이 '삼성식 DNA의 이식'이다. KT 관련  노조 관계자들은 KT의 비서실 조직 강화와 재무담당에 삼성 출신 임원을 영입한 인사는 외부에서 예측한 '삼성식 DNA의 이식'의 첫 단추로 비쳐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황창규식 수시 임원 인사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 임원들을 상시 평가해 인사 조치를 하면서 조직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9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지난 1월 대규모 임원 인사 이후 대외, 경영경제연구소, 글로벌사업본부에서 상무급 이상 3명의 임원을 퇴직시키거나 자회사로 보냈다.

최근 3개월 간 KT를 떠난 임원은 1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KT ENS 사기 대출 건 이외에 고객정보 유출, 하도급법 위반 등 문제가 하나씩 터져나오면서 조직을 정비하는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KT 새노조 이해관 위원장과 계열사 노조 관계자 등은 "수시 임원 인사시스템을 위한 비서실 강화와 비서실 중심의 의사결정은 곤란하다는 것이 내부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KT가 임원들에게 수시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면서도 이 전 회장의 비리경영에 연루된 자에 대한 인사조치가 미흡했다는 지적과 함께 청와대 낙하산 논란도 제기됐다.

KT 새노조 이해관 위원장과 계열사 노조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정성복 전 윤리경영실장 부회장, 김일영 전 코퍼레이트센터 사장, 김홍진 전 G&E(글로벌&엔터프라이즈)부문장 사장 등 이 전 회장 당시 실세들을 내몰지 않고 계열사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

또한 지난 3월 낙하산 인사로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에 박근혜 정부 홍보수석 출신 이남기 씨를 앉혔다.이 사장은 지난해 5월 국제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파문으로 사퇴한 인사라는 점에서 논란이 일었다. 

특히 황 회장의 KT 선임 자체도 청와대 개입설이 불거지면서 뒤늦은 '관피아 논란'이 된 셈이다.

이어 앞서 보도된 바와 같이 KT의 중요한 핵심인 재무실장에 전 삼성전자 김인회 상무를 임명하고, 그외 서너 곳의 요직을 모두 삼성 출신으로 채웠다. 이는 이 전 회장 당시의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삼성식 경영을 보여주겠다는 의도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이 전 회장 당시 임원으로 아직까지 자문위원으로 남아 있는 사람은 없다"며 "KT는 제1노조가 활동하고 있고, 새노조는 10여 명에 밖에 안 되며 이해관 위원장은 퇴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해관 위원장은 "지난 2012년 12월 복수노조 허용에 따른 노조위원장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KT의 제주도 세계 7대 자연경관사업과 관련 '해고' 됐다"고 해명했다.

한편, 지난 2009년 당시 이 전 회장은 같은해 6월 1일 KT-KTF를 합병시키면서 2010년부터 KTF와의 합병에 큰 의미를 둔 이날로 창립일을 바꿨다.

이때부터 창립기념일에 대한 의미가 더욱 퇴색했고, 상당수 임직원들이 KT 모태인 한국전기통신공사를 설립한 날짜인 12월 10일(1981년)에 의미를 두고 있다고 전해진다.

올해 3월 30주년을 맞은 SK텔레콤은 기념행사와 관련 프로모션을 진행했으며, 출범 4년째인 LG유플러스는 다가오는 내년 1월 5주년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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