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언 의원 많은 자민당, 급기야 전 의원 및 직원 대상으로 '망언 방지 메뉴얼' 배포···당 간부 “'우리는 바보'라고 얘기하는 것과 같아”

지난 5월 20일 오후, 자민당 임원회의 후 니카이(二階) 간사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미지:자민당 홈페이지)
지난 5월 20일 오후, 자민당 임원회의 후 니카이(二階) 간사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미지:자민당 홈페이지)

(도쿄=프레스맨) 최지희기자 = 지난 11일, 쿠릴 4개 섬 중 한 곳인 쿠나시르에 교류행사 차 방문한 마루야마호다카(丸山穂高)의원이 영토를 되찾기 위해서는 러시아와 전쟁도 할 수 있다는 망언을 해 여론을 들썩였다. 러시아와의 외교 스캔들로까지 비화하려는 조짐이 보이자 그가 속한 보수성향 야당인 일본유신회는 영구 제명 처분을 내렸다.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특히 소속 의원의 망언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아 고민에 빠져있던 여당 자민당은 급기야 ‘망언 방지 메뉴얼’까지 만들어 배포했다.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의식해 소속 의원들의 대대적인 입단속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자민당 소속 의원 및 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지난 10일 배포된 문서는 ‘<실언> 및 <오해>를 방지하려면’이라는 제목으로 당에서 만든 A4 1장짜리 메뉴얼이다. 자료의 끄트머리에는 ‘배포금지·내부자료’라는 경고(?) 문구가 실려 있다.

맨 먼저 언급된 주의점은 “발언은 ‘편집되어’ 사용된다는 점을 의식하라”는 것이다. 뉴스의 방송 시간이나 신문 기사의 글자수에는 제한이 있기 때문에 정치인들의 발언이 있는 그대로실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표현이 강해지면서 망언을 초래하기 쉬운 ‘패턴’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역사인식·정치신조 △젠더·LGBT △사고 및 재해 △질병 및 노환 △가족과 이야기하는 듯한 잡담투 어조 등의 5가지 유형을 들었다.

방지책으로는 ‘편집’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짧은 문장을 반복적으로 말하는 방법을 추천하고 있다. 주위의 박수 갈채와 호응에 너무 집착하지 말도록 하고, 모임이나 술자리에서 화제가 될 만한 테마에도 주의를 당부했다. ‘약자’ 및 ‘피해자’가 있을 시에는 표현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고 충고도 하고 있다.

자민당의 망언 소동은 어제오늘일이 아니지만한 베테랑 의원에 따르면 “망언방지를 위해 당이 메뉴얼을 배포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아사히신문은 소개했다. “파벌의 교육기능이 떨어졌기 때문에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당의 한 간부는 “‘우리는 바보다’라고 얘기하는 것과 같다.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온다”고 털어놨다. 자민당 이외의 주요 7개 정당에서 이같은 메뉴얼을 작성한 사례는 아직까지 없다.

4월 1일,신 연호 결정에 따른 기자회견에 임하는 아베 총리(이미지:자민당 홈페이지)
4월 1일,신 연호 결정에 따른 기자회견에 임하는 아베 총리(이미지:자민당 홈페이지)

자민당에서는 지난 4월 사쿠라다요시타카(櫻田義孝) 올림픽상이 동료 의원의 정치자금 파티에 참석해 그를 추어올린답시고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한 피해)복구보다 중요한 의원”이라며 인사했다가 큰 화를 당했다. 쓰카다이치로(塚田一郞) 전국토교통부대신도 아베 신조 총리 지역구의 도로 정비 사업추진을 둘러싸고 아베 총리의 의향을 “손타쿠(忖度·윗사람의 의도나 마음을 살펴 알아서 행동하는 것)했다”고 망언을 내뱉었다 사퇴했다.

한편 자민당의 이같은 메뉴얼 배포로 망언이 멈출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의 목소리가 높다. 망언의 대표주자격인 아소 다로(麻生太郎) 부총리 겸 재무상의 연설을 수차례 반복해 들었다는 아즈마쇼지(東昭二) 미국 유타대 교수는 아사히신문에 “말솜씨가 있어 인기는 높지만 공적인 언어와 사적인 언어의 구별이 안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소 부총리를 비롯한 자민당 의원들이 ‘망언 방지 메뉴얼’을 제대로 숙지해 더이상 망언을 듣지 않을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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