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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차 코리아'에 새겨진 '여혐'이란 주홍글씨···부족한 우리사회 '젠더감수성'
'공차 코리아'에 새겨진 '여혐'이란 주홍글씨···부족한 우리사회 '젠더감수성'
  • 김승종 기자
  • 승인 2019.03.07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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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차코리아의 성차별적인 요소가 담긴 광고 (이미지=인터넷 카페 캡처)<br>
공차코리아의 성차별적인 요소가 담긴 광고 (이미지=인터넷 카페 캡처)

오는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100여 년전 같은 날 미국 뉴욕의 섬유산업 여성 노동자들이 여성의 노동환경 개선과 참정권을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인 날을 기념하는 날로 올해로 39회째를 맞는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도 '여성에게 빵과 장미를!'이라는 구호 아래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가 한창이지만, 한국 사회의 일상생활 속 성차별은 뚜렷하고 또 뿌리깊다. 우리가 사용하는 일상 언어 속 성차별 언어가 이를 반증한다. ‘된장녀’, ‘김치녀’, ‘맘충’, ‘김여사’. 모두 남성들이 여성을 혐오하고 비난하며 사용하는 단어다. 오랜 가부장적 제도 아래 뿌리깊게 내려온 성차별적 구조와 문화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6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내 30대 그룹 256개 계열사의 지난해 9월 말 현재 등기임원 1654명을 전수 조사한 결과 여성 등기 임원은 21명으로 1.3%에 불과했다. 미국 포춘 100대 기업의 여성 등기임원 비중이 24.3%로 4명 중 1명에 달한 것과 비교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과거와 비교해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한 만큼 일정기간이 흐른 뒤에는 등기임원의 숫자도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이 청년여성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차별사례에 따르면 "채용 때 여자라서 떨어졌어요." "페미니즘 게시물을 리트윗했다는 이유만으로 해고와 계약해지를 당했어요." "결혼할 여자한테는 투자할 필요 없다는 말을 들었어요." 등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채용에 불이익을 당하거나 경력단절을 강요 당하는 일은 엄연한 현실로 등기임원의 숫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은 막연한 기대에 지나지 않는다.

기업들의 성차별적인 인식은 광고에도 드러난다. 한국양성평등진흥원이 지난해 4월 1일~8일 국내 광고 457편을 조사한 결과 성평등적 광고는 불과 17편이었던데 반해, 성차별적 광고는 두 배에 가까운 36편이 적발됐다. 

그중 대표적이 사례가 공차다. 공차는 밀크티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음료주문 시 얼음양, 토핑종류, 당도 등을 소비자 기호에 맞춰서 조절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따라 브랜드 콘셉트를 ‘버라이어Tea’로 정하고 지난 2013년 지하철 광고를 진행했지만, 지하철 내 게시된 광고물이 어항 속 남성의 얼굴을 한 물고기를 보면서 흐믓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여성의 이미지와 함께 '영화용 친구, 식사용 오빠, 수다용 동생, 쇼핑용 친구, 음주용 오빠! 어장관리?'라는 소위 '어장관리'로 이야기되는 카피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비슷한 시기 공차가 사용했던 컵 홀더도 문제가 됐다. 이별을 할 때 여자가 눈물을 흘린 이유가 자신이 생일날 받으려고 적어 놨던 위시리스트(wish list)들을 못 받게 됐기 때문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6년에는 매장을 찾은 커플 중 남성이 “어차피 계산은 내가 하는데…”라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내용의 광고를 내기도 했다. 성차별에 대한 문제의식 없이 관습적인 유머 코드 등을 광고에 포함시켰다가 소비자 불만이 폭발하면 급하게 광고를 내리는 실수를 거의 매년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성차별적인 요소가 담긴 광고. 위로부터 BHC, 스타벅스, 롯데푸드(이미지=인터넷카페 캡쳐)
성차별적인 요소가 담긴 광고. 위로부터 BHC, 스타벅스, 롯데푸드(이미지=인터넷카페 캡쳐)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 BHC의 사례도 있다. BHC는 2015년 공식 SNS 계정에 ‘뿌링클 사 줄 사람 없는 여자분들 필독하세요. 이 문장(나꿍꼬또, 뿌링클 멍는 꿍꼬또)을 매일 밤 20번씩 연습하세요’라는 글을 올렸다가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여성을 남성에게 의존해야 하는 존재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삼양식품 역시 공식 SNS 홍보계정에 성차별적 광고를 올렸다가 소비자들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광고는 통통한 여성이 잠에서 깨 슈퍼로 가 야식으로 불닭볶음면을 사와 먹는다. 이때 "예뻐지는 중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숫자가 100%까지 올라가는 모습이 나온다. 음식을 다 먹은 후에는 날씬한 여성이 스타킹을 신고 귀걸이를 착용한 뒤 외출을 하면서 마무리된다. 삼양식품 측은 불닭볶음면을 향한 (소비자들의) 사랑을 '사랑하면 예뻐진다'는 속설과 연관지어 표현하고자 했다며 해명을 했지만, 여성에게 예뻐져야 한다는 무의식적인 강요라는 지적 속에 해당 광고를 내려야만 했다.

롯데푸드도 자사의 제품 돼지바를 홍보하기 위해 베스트셀러 '82년생 김지영'속의 원작 구절 '사람들이 나보고 맘충이래'를 '나보고 관종이래'로 패러디한 83년생 돼지바 홍보물을 올렸다가 젊은 워킹맘의 힘든 점을 희화화했다는 지적 속에 고개를 숙였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고객과 파트너가 행복한 스타벅스 만들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매장 내 민폐 사례를 설명하면서 진상 고객을 모두 여성으로 표현하고, 영수증을 챙기는 고객은 남성으로 그렸다가 뭇매를 맞았다.

이외에도 소주의 도수 차이를 '짧은 밤'과 '긴 밤'으로 표현한 후 "너는 어떤 밤이 좋아?"라고 묻는 광고 카피를 사용해 성매매를 연상시킨다는 논란을 자초한 제주소주, 카드를 받아 명품쇼핑을 하는 여성을 내세워 이른바 '된장녀' 논란에 휩싸였던 GS25시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보다 못한 여성들이 여성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이처럼 성차별적 요소가 담긴 광고를 한 기업을 '여성 혐오 기업'으로 지목하고 불매운동까지 벌이고 있기까지 하다.

이 같은 여혐 광고 논란은 기업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지난해 연말 서울시는 뉴욕 타임스퀘어에 내보낼 예정이었던 관광 홍보 포스터를 급히 교체하는 소동을 벌였다. 미리 공개한 광고에 한복을 입은 여성이 옷고름을 잡은 장면과 "서울에서 잊을 수 없는 체험을"이라는 문구가 맞물려 성매매를 권유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지적에 해당 광고를 교체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교육부도 2015년 고교 '한국사' 교과서에 "유관순은 없었습니다"라는 국정교과서 홍보 광고로 된서리를 맞았다. 당시 교육부는 2014년까지 8종의 교과서 중 2종은 유관순이 기술되지 않다고 광고했지만, '8종 교과서 모두에 유관순 내용이 실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광고를 중단한 바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미투운동, 불법촬영 반대 집회 등 성평등을 외치고 있지만, 아직도 한국 사회는 '젠더 감수성(gender sensibility)'이 부족하다.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진영'이 백만부 이상 팔려나가며 소위 페미니즘이 ‘팔리는’ 시대가 됐지만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여성에 대한 차별이 존재한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 주입된 성별 역할은 사람들의 관심 분야를 제한하고 다양한 삶의 방식을 배울 기회를 빼앗아 왔다. 세계 여성의 날이 아니더라도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 없이 반대편 성의 처지에서 어떤 사안을 이해하고자 하는 젠더 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그 어느때보다도 중요한 때인 것만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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