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뱅킹 보급에 따른 방문객 감소에 구직카페, 보육원 병설까지···자구책 마련 골몰

(도쿄=프레스맨) 최지희기자 = 일본에서 은행 점포의 빈 공간을 외부에 개방하는 움직임이 지방의 금융 기관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 뱅킹의 보급으로 은행 방문객수가 감소하는 가운데 지역 요지(要地)에 위치한 은행 점포에 필요 이상으로 공간이 남게 되면서 해당 공간의 활용 방안이 중요한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지방 은행들이 자투리 공간을 유용하게 활용함으로써 지역사회의 활기와 은행 방문객 증가를 동시에 꾀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야마구치(山口) 파이낸셜 그룹은 21일 산하의 야마구치 은행이 야마구치현 나가토(長門市)시 유야(油谷) 지점에 지역 특산 식재료를 사용한 스페인 요리집을 연다고 발표했다. 지점의 사무 효율화로 인해 생긴 여유 공간에 집객 시설을 마련해 은행을 찾는 손님을 늘리기 위한 자구책인 셈이다. 야마구치 파이낸셜 그룹은 “은행 지점이 위치한 유야 지역은 경승지로서도 주목 받고 있는 곳”이라며 “지역 기업과의 연계를 통해 지역활성화를 목표로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리뉴얼 후의 유야(油谷) 지점 이미지. 야마구치 은행 유야 지점은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지점이 위치한 유야 지역은 계단식 논과 아름다운 항구가 펼쳐지는 자연을 갖춘 지역’이라며 ‘경승지로서도 주목을 받고 있는 이곳을 지역 기업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유야의 매력을 어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미지: 야마구치 파이낸셜그룹 홈페이지)

2층 건물로 이루어진 유야 지점은 방문객이 감소함에 따라 업무 공간을 이전보다 30% 축소시켰다. 1층 절반 이상의 공간을 차지하며 들어서게 될 스페인 음식점은 나가토시에서 소금 생산 및 지역 식자재를 사용한 음식을 제공하고 있는 햐쿠쇼안(百姓庵)이 운영할 예정으로 올해 7월 경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점 인근은 인구 감소와 과소화가 급격히 진행중인 한편, 계단식 논이 경치가 아름답기로 소문이 나면서 관광객 또한 증가하고 있다. 레스토랑과 은행 지점 창구를 칸막이나 가림막이 따로 없는 한 공간에 두어 젊은 세대와 같이 좀처럼 은행을 찾지 않는 이들에게도 자산 운용 등을 제안할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 기관은 과거에는 역 앞이나 번화가 등 입지 조건이 뛰어난 지역의 중심지에 앞다퉈 점포를 개설해 왔다. 하지만 최근 방문객수 감소로 점포 내 여유 공간이 불필요하게 커지는 문제 등이 과제로 지적되어 왔다. 일본 금융청은 2017년 9월, 중소도시 및 지방의 금융기관이 소유하는 부동산에 대해 공공의 목적으로 이용할 경우 유연하게 임대할 수 있도록 감독 지침을 개정한 바 있다.

미나토 은행은 취업 활동을 지원하는 회사와 연계하여 음료 및 공중 무선 LAN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대학생 전용 카페를 고베(神戸)시 내 가쿠엔토시(学園都市) 지점에 병설했다. 현재 해당 지점은 기업과 학생이 교류할 수 있는 거점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미나토 은행은 주식회사 ‘엔리션’이 운영하는 구직 카페를 병설한 복합 점포를 활발히 운영 중이다. 고베시의 가쿠엔토시 지점 이외에도 고베대학앞 지점, 도시샤대학앞 지점, 오사카대학앞 지점, 게이오대학앞 지점 등에 병설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오사카대학앞 지점(좌)과 게이오대학앞 지점 (이미지: 미나토 은행 홈페이지)  

보육원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도심부에서는 미쓰이스미토모(三井住友) 은행이 지난 해 4월부터 도쿄 오타(大田)구 유키가야(雪谷) 지점의 일부를 니치이 학관(NICHIIGAKKAN)에 임대해 보육원으로 운영 중이다. 세타가야 신용금고는 도쿄 세타가야(世田谷)구 후나바시(船橋) 지점 3층을 인가 보육원 분원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점포를 내어놨다. 

한 지역 은행 간부는 이러한 움직임과 관련해 “임대료 수입 만이 아니라 새로운 고객을 불러 들이는 것과도 연결되어 있다. 앞으로도 이처럼 유연하게 점포를 운영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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