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하라’로 불리는 갑질 손님으로부터 ‘종업원 지키기’에 나선 일본 기업들

(도쿄=프레스맨) 최지희기자 = 작은 실수 하나에도 인격모독적 폭언을 쏟아내거나 상사를 불러 무릎을 꿇어앉히는 이른바 ‘갑질’, ‘진상’ 손님 문제는 일본에서도 심각한 사회 현상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노동 인구 감소로 고질적인 일손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가운데 갑질 손님 문제가 종업원 퇴사 및 근로 의욕 감소, 서비스 저하를 가속화하는 요인이 되고 있어 기업들이 대책 마련에 서두르고 있다.

‘카스텀 하라스먼트(custom harassment)’, 줄여서 ‘카스하라’는 현재 일본 사회를 설명하는 키워드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세간에 자주 오르내리는 단어다. 주로 고객들의 집요한 클레임 및 요구를 가리킬 때 쓰이는 말로 우리의 ‘갑질’과 의미상 비슷하게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일본 방송 매체 및 신문, 잡지 등에서 최근 ‘카스하라’ 문제와 대책 방법에 대한 특집을 다루는 경우가 늘고 있다. 사진은 점원이 자신을 향해 웃는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을 트집잡아 격노한 손님의 에피소드를 TV 아사히의 방송에서 재연한 모습 (출처: TV 아사히 ‘비트 다케시의 TV 태클’ 홈페이지)

‘카스하라’는 어느 날 갑자기 일면식도 없는 사람으로부터 피해를 당하는 만큼 커다란 정신적 충격을 동반한다. 사내에서 발생하는 ‘세쿠하라(섹슈얼 하라스먼트)’ 및 ‘파워하라(파워 하라스먼트)’와는 달리 종업원 연수 등의 대책만으로는 방지할 수 없는 면이 있다.

도쿄(東京)도와 가나가와(神奈川)현 주택가를 중심으로 달리는 도큐(東急)전철은 역무원들에게 지급하는 넥타이를 잡아 당기면 쉽게 풀어지는 형태로 제작하고 있다. 일본민영철도협회에 따르면 2017년 한 해에 승객이 역무원에게 폭행을 휘두른 사건이 오후 10시부터 막차 시간대를 중심으로 총 77건 발생했다. 금방 풀리는 넥타이의 지급은 술에 취해 폭력을 휘두르는 승객들로부터 역무원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의 하나다.

쉽게 탈부착이 가능한 넥타이를 매고 있는 도큐전철 역무원. 술에 취해 폭력을 휘두르는 승객들로부터 역무원을 보호하기 위해 도큐전철이 취한 조치다. (사진=최지희기자)

2014년에는 오사카(大阪) 부 이바라키(茨城) 시의 패밀리마트 점포에서 4명의 남녀 손님이 종업원을 공갈한 혐의로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남성 점장의 무릎을 꿇어 앉히고 담배불로 위협하는 등의 행위가 동영상 화면으로 인터넷상에서 퍼지면서 체포로 이어졌다. 

킨키일본투어리스트그룹을 산하에 둔 ‘KNT-CT 홀딩스’는 작년 12월, ‘카스하라’ 대책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사건의 보고 체계를 규정화하여 폭행 등을 당한 경우 경찰 및 경비회사에 즉시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 여행 회사 ‘H.I.S.’는 정신적 충격을 받은 사원이 전문 카운셀러에게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창구를 개설했다.

음식점을 비롯한 외식업체에서는 일손 부족으로 아르바이트 등의 확보가 어려운 가운데, ‘카스하라’로 인한 휴직 혹은 퇴직까지 발생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특히 시급한 상황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즈미야’는 작년 11월 종업원을 대상으로 한 메뉴얼에 클레임 대응 사례를 추가해 ‘카스하라’ 타입별 대응 방법을 명기하고 있다. 이자카야 운영 업체인 ‘텐어라이드’는 올해 1월, 트러블 정보를 사내에 공유하기 위해 점장 회의에서 ‘카스하라’에 대한 강습회를 열었다. 

소비자의 목소리는 기업측에 서비스 개선을 촉구하기 위한 것으로 상품에 결함이 있거나 리콜 서비스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連合・렌고)가 2017년말 내어놓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접객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폭언과 협박, 모욕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드러났다.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것 뿐 아니라 부당한 클레임 및 요구로부터 종업원을 지켜내는 것 또한 기업의 중요한 책무 중 하나다. 대책이 부실할 경우 브랜드에 미치는 악영향 역시 간과할 수 없는 가운데, 본격적인 방안 마련에 나서는 기업들이 더욱 늘어날 것을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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