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이 ‘젠더프리하우스’, “시대와 함께 변화하는 니즈와 사회 과제에 대응해갈 것”

마루이 유락쵸점 8층에 위치한 의류매장 ‘젠더프리하우스’. 매장 관계자는 시험 운영을 거쳐 정식 매장을 검토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사진=최지희기자)

도쿄도 치요다(千代田)구에 위치한 마루이 백화점 유락쵸(有楽町) 점에 남성용, 여성용과 같은 성별 구분을 없앤 옷과 신발을 판매하는 매장이 등장했다. ‘젠더프리하우스(GENDER FREE HOUSE)’라는 이름의 의류 매장은 이달 16일부터 3월 3일까지 기간 한정으로 운영된다. 성적소수자(LGBT)에 대한 사회 인식 변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이른바 ‘레인보우(LGBT의 상징으로 다양성을 의미)’ 소비가 일본 소비 트랜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가운데 마루이 그룹의 새로운 시도가 주목을 받고 있다.  

몸은 남성이지만 마음은 여성인 성적소수자들이 마음에 드는 옷을 구입하기 위해 여성 전용 의류 매장을 방문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몸과 마음의 성이 일치하지 않는 트렌스젠더들에 대한 시선이 바뀌고 있다지만 막상 남녀 구분이 명확한 의류 매장에서 마음 놓고 쇼핑하는 환경까지는 이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젠더프리하우스’는 이러한 고민을 가진 트렌스젠더들이 안심하고 쇼핑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 뿐 아니라 성별에 구애 받지 않는 패션을 추구하는 젊은 소비자들을 겨냥하고 있다.

펌프스와 정장용 구두의 경우 약 200mm부터 300mm까지 다양한 사이즈를 구비해 트렌스젠더 고객 뿐 아니라 다양한 체형을 가진 고객들의 니즈를 커버하고 있다. (사진=최지희기자)
매장에는 XXXS부터 7L까지 폭넓은 사이즈의 의류가 갖춰져 있다. 매장 직원은 “체구가 작고 마른 한 남성 고객분이 XXXS 사이즈 바지를 보고 반가워하며 바로 구매해갔다”고 설명했다. (사진=최지희기자)

약 260평방미터 규모의 매장 안에는 성별 구분이 없는 사이즈와 색깔, 그리고 캐쥬얼한 디자인의 의류 약 40여종이 진열되어 있다. 매장 직원은 “우리가 셀렉트한 모든 상품은 기존의 ‘맨즈’, ‘레이디즈’의 구분을 없애고 자신의 취향과 체형에 따라 원하는 패션을 가장 잘 표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우선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친구들과 한 시간 이상 매장에 들러 편안하게 쇼핑하는 고객도 있다”고 덧붙였다. 

신발의 경우 펌프스는 195mm부터 270mm까지 비교적 큰 사이즈를, 비지니스 슈즈는 225mm에서 300mm까지 비교적 작은 사이즈도 갖추어 선택의 폭을 넓혔다. 성정체성에 관한 고민을 가진 고객들 이외에도 일반 매장에서는 쉽게 사이즈를 발견할 수 없는 고객들이 이곳에서는 자신에게 발에 맞는 구두를 찾을 수 있다. 

정장은 패턴을 결정해 주문 제작이 가능하다. 남성복의 스타일을 띄면서도 허리 라인을 강조하는 디자인과 같이 자신의 개성을 살린 옷을 주문해 입을 수 있다. 의류와 신발은 매장에서 고른 후 마루이 쇼핑 홈페이지에서 구입하도록 했다. 직원은 “매장에서 여러 종류의 옷을 입어보는 경우 반드시 구매해야 하는 압박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고민을 덜 수 있도록 의류에 부착된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읽어 둔 후 매장 밖에서 구매할 수 있게끔 했다”고 설명했다.

젠더프리하우스의 시착실은 보통의 시착실보다 규모가 크다. 친구들과 함께 입은 옷을 서로 체크해주거나, 휠체어 및 유모차 이용 고객과 같이 다양한 고객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사진=최지희기자)

매장 한 켠에는 화장품 코너도 자리해 시세이도(資生堂)의 스킨케어 및 메이크업 상품을 판매 중이다. 파티션으로 구분된 공간 안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전문 스텝에게 화장을 받을 수 있다. 직원은 “오전 이른 시간대에 찾아오는 고객이 많다”며 “고객과 대화를 통해 원하는 메이크업 스타일을 함께 찾아간다”고 말했다.

마루이는 2010년부터 통상 유통되는 상품보다 폭넓은 사이즈의 신발류를 판매해 왔다. 사람들의 다양한 체형을 커버할 수 있는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당초 목적이었지만 트렌스젠더 고객들로부터도 좋은 호응을 얻었다. ‘젠더 프리 하우스’는 이보다 한 발 더 나아간 시도로 매장 관계자는 “매장 및 상품을 남성, 여성이라는 성별로 구분 짓는 것은 우리가 고객을 선택하는 셈이 된다. 시대와 함께 변화하는 니즈와 사회 과제에 대응하는 매장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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